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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24 11:10
하나님 나라와 공공성(김경재교수 서평)
글쓴이 : 손규태

[서평] 하나님 나라와 공공성

손규태지음, 대한 기독교서회(2010), 208.

 

1. 책의 시의 적절성

출판된 지(2010) 이미 몇 해가 지난 이 책을 존경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히 서평 대상의 책으로 선정하여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이 지닌 시의적절성 때문이다. 이 책의 시의적절성(時宜適切性)은 어디에 있는가? 지구촌과 한국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거대해진 정치권력 집단(국가)과 경재권력집단(대기업체)이 정치영역과 경재영역에서 공공성을 상실하거나 망각하고 특정 정당이나 신분계층을 위해 정치와 경재분야의 힘을 맘대로 사유화하거나 그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반사회윤리적 병폐를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과 비인간화를 조장하고 위험수위를 고조시키면서 지구촌과 한국사회를 사람다운 사회가 아니라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동물들의 정글왕국으로 치닫게 한다. 바로 이 책은 정치권력과 경재권력의 공공성신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데 일반 사회정치학의 입장과는 달리 복음의 핵심 본질인 하나님의 나라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지난 연말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던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독특했던 소위 촛불명예혁명은 공공성을 상실하고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정치권력과 경재권력의 공공성을 외면하거나 그것을 사유화하거나 우롱한 권력집단에 대한 전 국민적 저항이요 심판이었다. 이 책이 중요성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가치인 하나님의 나라주제를 기독교라는 종교집단 안에서만 유효한 신학담론으로 방치하지 않고, 세계문제를 고민하는 지구촌의 정치경제학 이론과 깊은 대화를 하면서 정치권력과 경재권력이l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공공성의 본질은 바로 인간공동체 안에 생명, 정의, 평화를 지키고 증진시키는 일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2. 책의 구성과 전개과정

 

이 책의 저자 손규태 박사(78)는 성공회대학교의 명예교수로서 오랫동안 기독교 사회윤리를 강의했고 중요한 저작물을 생산해온 기독교 신학계의 원로교수 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선교사역과 연구를 겸해왔기 때문에 이론과 실천문제에서 이 책의 주제를 다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급의 사회윤리학 학자중의 한 분임에 틀림없다. 독자들은 이 책 안에서 소개되고 있는 담론들, 곧 가톨릭계와 개신교계를 막론하고 지구촌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로서 담론화하고 있는 권력의 공공성에 관한 토론들과 지식정보를 신뢰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제1장 서론과 제10장 부록을 제외하면 8개의 구체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장의 제목만을 살펴보기만 해도 이 책의 구성과 담론의 흐름을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고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현대 그리스도교 사회이론>에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서들, 종교사회주의운동과 사회복음주의 운동, 에큐메니칼 운동의 사회이론,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3<한국에서 그리스도교 사회이론의 역사>에서 개화기부터 군사독재시기의 민주화운동, 그리고 민주화 이후의 사회윤리의 과제를 개신교 교회사를 중심으로 개관하고 있다. 4장은 <그리스도교 사회윤리학 방법론 문제>, 5장은 <루터의 두 왕국이론>을 다룸으로서 정교분리론의 잘못된 해석과 개인구원이냐 사회구원이냐 라는 이원적 대립집단의 소모적 대립과 그것들의 허구성을 밝힌다.

6장은 <사회윤리학의 역사적 정향(定向)으로서 개혁교회의 그리스도의 왕권통치>, 7장은 <칼 바르트의 신앙의 유비; 사회윤리학 방법론 신학적 사례>를 다룬다. 8장과 제9장은 이 책의 실질적 결론에 해당하지만, 8장의 제목은 <그리스도교 사회윤리의 실천목표로서 하나님 나라>라는 제목을 붙였고, 9장에서 <결론: 하나님나라 공공성 문제>라는 표제를 붙이고 있다.

3.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첫째, 이 책은 깨어있어서 책임적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현대사회윤리의 핵심쟁점인 공공성에 관한 신학적 통찰을 깊이 있게, 가장 통전적 시각에서, 그리고 특정교파나 종파의 입장이 아닌 에큐메니칼 정신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평자는 개신교 신자이지만 제1장에 소개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서들을 읽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1891년에 발표한 레오 13세의 사회교서 새로운 시대’(Rerum Novarum)1931년에 발표된 교황 비오 11세의 사회질서에 관한 서신’(Quadragesimo anno)의 핵심 내용을 소개받고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 국가권력과 복지정책, 오늘날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사회의 이분화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와 자유시장사회의 편향성을 비판하면서 정의와 사랑을 동시에 요청하는 그리스도교적 가톨릭교회의 선각자적 신학입장을 잘 알 수 있었다. 서평자가 이 책을 통하여 가톨릭교회의 그간 정황을 알게 되듯이, 가톨릭 교인들은 이 책을 통하여 세계 개신교 교회들의 입장에 대하여 사회문제와 공공성 신학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이 책의 강점은 그리스도교의 사회윤리의 지향성을 다루고 있지만, 철저하게 성서가 말하는 가르침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셔서 선포하고 가르치시고 행하신 모든 구원사역의 핵심본질이 하나님의 나라였다는 것과, 그것이 지닌 신앙적-신학적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도록 돕는다.

하나님 나라가 지닌 개인의 내면적 평화와 사회 연대적 평화, 역사초월적인 면과 역사내재적인 양면성의 균형, 인간이 추구하는 유토피아실현의 열망과 하나님이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의 차이와 공통적 지향성을 바르게 통찰하도록 돕고 있다.

셋째,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현존하는 숨길 수 없는 양분된 두 가지 그룹들의 소통부재와 갈등문제, 다시 솔직하게 말해서 가톨릭교회나 개신교 기독교 교회의 성직자들과 평신도들 사이에 엄존하는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의 입장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며 그 올바른 통전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신학적으로 제시한다.

그 문제에 관한 신학적 주제는 소위 말하는 영적인 통치정부로서 교회와 현실적 사회문재 통치로서의 국가정부관계를 말하는 두 왕국이론이다. “그리스도의 왕권통치가 순수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인가 삶 전체영역에 관련된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도 왕국과 국가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세상왕국은 완전 분리되어야하며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성직자나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의 지나친 현실참여는 탈선이라고 주장하는 보수적 입장이 있다. 반대로, 그 양자사이에 구별이 되어야 하지만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적 입장이 있다. 빌라도의 최후 법정에서 빌라도가 예수에게 물었던 가장 중요한 질문 네가 왕이냐?” 물음에 대하여 그렇다 내가 세상의 왕이다!”라고 선언함으로서 예수를 십자가 처형에 넘기는 그 질문과 대답의 진정한 본질적 의미와 성격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진보적 입장은 강조하는 셈이다.

인간의 삶이란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며, 영적이면서 물질적이며, 개인 실존적 존재이면서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교분리를 상호 불간섭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결국 국가권력과 경재권력과 문화권력 집단의 부정과 비리를 방치하고 옹호하는 무책임성을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독일 히틀러의 제3제국 형성, 일본의 천황중심 국가주의 형성, 3세계 독재자들의 권력세습제도 형성, 등등은 결국 정교분리를 오해한 종교지도자들과 신도집단의 침묵, 묵인, 직간접 지지를 통해서 이뤄져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넷째, 이 책을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지도자들이 반드시 정독해야 하는 이유는 이 글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지구촌과 한국사회의 갈등과 고통의 근본문제가 정치, 경재, 문화라는 세 영역에서 공공성이 없어졌고, 권력과 재화와 지식을 선점하거나 독점한 집단들 간의 불의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사회구성원 70% 이상은 가난, 실직, 질병, 억압, 수탈, 소외를 당하며 비인간적 삶을 살고 있는 현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득권자들은 악의보편성이라는 현실 때문에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보적 집단을 지나간 냉전시대의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대결의 이념잣대로 단정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가권력(국가지상주의, 전쟁위험과 신무기생산구매, 언론지배와 여론조작)과 경재권력(신자본주의, 재벌기업, 다국적 금융자산), 그리고 문화권력(언론, 대학, 종교집단의 힘)은 어느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의 이익을 편드는 이념과 정책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 현실과 한국 사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자유를 자본주의적 경재활동의 무제약적 자유와 혼동하고 있다.

법 앞에 평등은 구호뿐이고 법의 평등성이란 명분아래 제1급 법률변호사로서 구성된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은 변호사 집단 로펌을 만들고 시민촛불혁명이 이미 심판한 무책임한 정치가와 재벌총수의 변호를 위해 온갖 반역사적 피고인 변호 노력들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명분아래 수많은 기간제 교사들과 노동자들과 회사원들이 오늘도 인간적 수모와 갑질에 고통당하고 있다. 수많은 젊은 청년들과 가장들은 냉혹한 무한 경쟁하는 신자본주의 이념의 희생물이 되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있다.

예수의 포도원 품삯비유’(마태 20)와 지극히 작은 자들에 긍휼과 정의로움을 베풀지 않은 것은 곧 임금에게 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최후 심판비유’(25)는 오늘날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마치 당연하고 가장 합리적 제도라고 자기를 기만하는 정치-경재-문화 권력집단들과 그들의 생각을 비호 옹호하는 궁중사제들에게 복음이 요구하는 생명, 정의, 평화의 원칙을 엄중하게 묻는다. 그것을 오늘날 용어로 말 할 때 공공성 신학이다.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깨어있는 그리스도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이 반드시 정독해야 할만큼 가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강력히 서평자로서 추천한다.(2017.1123, 대학입학 수능 시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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