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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2-08 07:19
한국에서 기독교정당의 출현은 가능한가?
글쓴이 : 손규태



근래 한국의 일부 보수적 기독교계에서는 소위 지도급 인사들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든다고 야단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선거 때만 되면 비슷한 타입의 인사들이 정당을 만든다고 한지도 벌써 몇 년째다. 그들은 기독교 정당을 만드는 이유로 한국의 현실의 문제를 들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현 상항에 대해서 염려를 넘어 개탄하는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다. 그들은 우선 한국사회에서 타종교들이 사회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슬람과 이슬람 세력들의 확장이 기독교에 대한 도전이 되며 또 불교도들의 현 정부에 대한 도전은 한국의 미래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친북좌파들의 정부전복음모와 함께 반미주의 선전선동으로 한국의 안보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전교조들의 활동과 역사교육왜곡으로 한국의 교육현장이 만신창이가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들은 또 한진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강성노조의 활동으로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경제성장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언론들(특히 인터넷 언론들)이 공공연히 기독교의 대형교회들의 타락과 비리들을 파헤치고 그들을 범죄 집단이나 된 것처럼 비난하며 반기독교 운동을 벌린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기독교를 개독교로 목사를 먹사로 비하해서 칭하는 반기독교적 풍조가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기독교인의 수가 매년 평균 20내지30만 명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자살, 이혼, 흡연, 교통사고, 유흥업소번성, 양주소비, 음란물, 청소년문제, 저 출산, 어린이 유괴 등 사회적 문제가 OECD 국가들 중 최고 내지 상위에 있는데 이러한 모든 타락한 사회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고 종교인들로서 뭔가 여기에 대한 강력한 대처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염려의 배후에는 자기들이 세운 장로 대통령이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으니 그들이 나서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십자군적 결의가 도사리고 있다.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하나님에게 기도를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해 주실 것을 간구했으나, 효과가 없어서 이제는 자기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독교정당의 창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사들은 유럽 등 외국에는 17개의 기독교정당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 정당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기독교 민주당(Christian Democratic Party)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당들은 엄격하게 말해서 기독교 정당이라기보다 가톨릭 정당들이다. 독일의 경우 기독교정당들은 기독교 민주연맹(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과 기독교 사회연맹(Christlich Soziale Union)으로서 이들은 주로 가톨릭 신자들의 80%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 그들의 정강에는 특별히 기독교적 이상들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은 없고 국민정당으로서 민주주의적 정치체제와 자유 시장경제체제를 지원하는 친자본주의적 정당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대립되는 사회민주당(Sozial Demokratische Partei)은 민주적 정치체제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개신교인들의 약 75%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

기독교 역사상 종교가 가장 직접적으로 국가형태로 정치에 가담한 것은 756년 프랑크 왕 피핀(Pippin)이 랑고바드인들에서 빼앗은 이탈리아의 동북부의 땅을 성 베드로(즉 교황)에게 선사한 것에서 시작된 이른바 “교회국가”(Church State)의 성립에서부터라 할 수 있다. 이 교회국가는 그 크기가 여러 차례 변했으며 대개 지금의 로마로부터 베니스에 미치는 이탈리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정치세력들과의 역학관계에 따라서 부침을 계속하다가 1870년 9월 20일 몰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도 로마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바티칸시는 명맥만 유지하는 형태의 교회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톨릭교회 시대에 교회가 세속적 국가형태로 지배한 것은 성서에 기초한 하나님의 통치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지는 않지만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종교가 직접적으로 정치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의 개혁사상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 즉 이전 가톨릭교회에서처럼 교회가 국가위에 군림해야한다는 주장을 철저하게 반대한다. 그는 이른바 두개의 왕국이론을 제시하는데 하나님은 국가라고 하는 세속적 통치와 교회라고 하는 영적 통치를 통해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국가는 악을 행하는 자들을 무력을 통해서, 그리고 교회는 말씀을 통해서 다스림으로써 이 세상에서 질서와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교회는 하나님의 오른손과 왼손으로서 서로 협력하여 이 세상을 통치하는 하나님의 도구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루터에게서는 국가가 교회의 역할을 할 수 없고 교회도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상호 협력하고 견제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세상에서 평화와 정의를 무너뜨리고 무질서를 가져올 때 교회는 순교를 각오하고 예언자의 역할을 하고 또 교회가 세상에서 그 본래의 역할 즉 말씀선포와 성만찬집행을 하지 않고 어떤 정치적 권력을 추구할 때 국가는 교회에 대해서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이러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두 왕국이론은 잘못 해석되어 미국과 같은 곳에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루터는 정교분리(Separation)보다는 정교구별(Distinction)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와 종교, 국가와 교회의 관계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전혀 무관한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은 서로 협력하고 대립하면서 각기 자신의 본래적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세계에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부 기독교목사들이 주창하고 있는 기독교정당의 창당활동은 성서의 가르침이나 교회사에서 얻은 교훈으로 봐서도 어떠한 타당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첫째 그들이 내세우는 제반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친북좌파, 강성노조, 음란물 범람, 청소년의 타락 등)은 기독교정당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라 현 정부나 국회 사법부들이 제 역할들을 다 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문제들은 지극히 편파적이고 잘못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도 많다. 어쨌든 그런 문제들은 경찰력이나 사법적 권력도 없는 기독교 정당이 어떤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둘째 그 다음으로 기독교목사들이 주장하는 종교의 문제 즉 이슬람교나 불교의 활동들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억압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그들이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든지 특정한 이권에 가담한다든지 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선교나 포교의 목적에 속한 것들이지 어떤 범죄행위가 아니므로 국가나 어떤 다른 종교 세력이 통제할 수 없다. 한국과 같이 종교다원 사회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래 종교였던 기독교가 어떤 특권을 내세울 수 없다.

과거에도 일부 광신적 개신교 목사들의 이러한 정치운동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따라서 선거에서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그들의 실패의 원인은 대중적 인기나 신뢰가 없는 거의 돈키호테 수준의 일물들이 이 운동을 주도했고 또 그들이 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도 흠집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대형교회목사들로 그동안 교회 내에서 돈 문제, 여자문제, 교회의 세습화 문제 등으로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거나 법적으로 소송을 당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들이다. 또 그들은 설교 등을 통해서 사회문제들에 대해서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거나, 흑백논리나 색깔론을 펴서 특정 정당이나 잡단들의 입장을 왜곡하거나 비방하는 일에 몰두한 인물들이다. 둘째 그들은 제시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정치활동에서 뭔가 정치적 이득을 노리거나 종교적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평소에는 사회적 모순들이나 정치적 비리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던 인사들이 선거의 계절을 틈타서 뭔가 예언자나 십자군처럼 나서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그들이 내세우는 문제들은 기독교정당의 창당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그들은 기독교정당을 만들어 어떤 사회적 구원을 외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종교개혁자 루터가 말한 대로 자신들을 반성하고 타락한 한국의 교회들을 개혁하여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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