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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1-13 17:10
한국교회의 군사문화
글쓴이 : 손규태
 
들어가는 말
 
한국사회는 1961년 박정희장군이 군사구테타로 집권한 이래  30여년 이상을 군사정권하에 지배당해 왔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군사문화적 전통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일제 36년간의 통치 역시 준군사적 기반하에 통치되었으며 해방 이후에도 3년간의 미군정기간도 역시 군사정부의 통치기간이었다. 이승만정권은 문민정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시기도 역시 6.25전쟁을 거치면서 군사적인 것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던 시기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거의 1세기 가까이 이른바 군사정권 내지는 ”군사문화“의 지배하에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군사문화란 어떤 것이며 그리고 그 성격은 어떤 것이고 사회적 영향들을 어떤 것일까? 군사주의(Militarism) 혹은 군사문화란 군인들에 의한 국가기관의 지배와 공적인 삶의 영역과 정치에서의 군사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의 지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말은 1866년의 독일의 푸러시아의 육군의 정치간섭과 1870년의 전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에 대항한 선전적 구호로 사용되었으나 그후에는 다른 나라들에서의 군사주의 형상들에도 사용되게 되었다. 군사주의를 말할 때는 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서의 군인들의 역활을 문제삼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여향들 특히 반민주적 사고와 행동양식들이 문제가 된다. 말시즘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군사주의와 근대 자본주의의 경제적 사회적 역동성의 관계를 규명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식민주의 나아가서 제국주의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사주의는 국내적으로는 독재와 반민주, 사회적 계층화, 경제적 경쟁화, 심리적으로는 인간 상호간의 적대화등 부정적인 요인들을 낳고 국제적으로는 식민주의 및 제국주의의 기초를 형성해 준다고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군사문화의 양태들
 
1) 제도에 있어서
 
한국교회사에서 군사문화적 경향들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의 도입과 더불어 대교회들의 등장하던 시기로 봐야 할 것이다. 이 때는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서 근대화가 추진되면서 한국사회가 본격적으로 국제자본주의 영향권안에 편입되어 갔다. 이러한 근대화는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따라서 농촌인구가 급격히 도시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도시화의 추세와 더불어 많은 새로운 대교회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교회들에서는 전통적인 목회방식을 통해서는 넘쳐나는 교인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목회에 있어서 군사주의적 경영방식 즉 위계질서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군사주의적 경영방식의 도입은 불가피하게 교회제도의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담임목회자 혹은 당회장을 사령탑으로 하고 부목하나 전도사등 하위직의 목회자들을 기초로 하는 피라믿 식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하위 성직자들의 숫자가 많을 수록 위계질서는 더욱 세분화되고 이들 사이의 상하관계는 더욱 엄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당회장 혹은 담임목사 아래 부목사가 서고 그 아래 또 서열이 낮은 부목사가 오며 그 아래 전도사들이 오고 그 밑에는 여전도사들이 오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큰 교회 담임목사는 자신을 기업체 총수인 회장에 비견하여 ‘당회장’으로 불리원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관계들은 평등주의적 초대교회가 가졌던 성직자들 사이의 관계처럼 어떤 직무상의 차이가 아니라 계층간의 차이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위계화는 장로와 집사 그리고 일반 평신도 사이에서도 더욱 선명해졌다. 왜냐하면 이들의 교회내에서 역할과 기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장로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관인 당회의 회원이 되므로 그들의 교회적 지위는 대단히 강화되었다. 당회원이 된다는 것은 또한 안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특수한 직무로 오해되어 그것은 마치 군에서 장성에 진급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계적 사고가 지배함으로써 자신들의 봉사의 직분을 망각하고 여러가지 비기독교적 발상과 행동들을 하게 된다. 집사는 제직회의 회원이 될 뿐이지만 교회 안에서 장로직을 향해 가는 하나의 중요한 계층상승의 과정으로 파악된다. 평신도들은 일년에 한두번 열리는 그리고 지극히 형식적인 총회에 참석는 것이 고작이어서 교회내에 돌아가는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참여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들은 교회가 크면 클 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군사문화적인 요소가 강하게 나타난 것은 교인들의 관리를 위해서 대부분의 교회가 설치 이용하고 있는 구역제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구역설치의 원래의 목적은 일요일과 수요일 예배들 사이에 공간을 메꾸기 위해서 그리고 각 지역에 이웃해서 살고 있는 신도들 사이의 친교를 위해서 되어졌었다. 그러나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그리고 인구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구역은 교인들의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여기에서 구역장은 소단위의 교회를 관리하는 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그 지위가 격상되었다. 때로는 대교회들 가운데는 부목사들이 구역을 맡아 관리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구역은 일종의 중대나 소대의 역할을 하며 구역장은 중대장이나 소대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2) 프로그람에서
이러한 군사문화적 사고와 행태는 제도에서 뿐만 아니라 프로그람에서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의 성장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소위 교회의 선교내지는 전도 프로그람들이 소위 승리주의에 기초한 군사문화적으로 조직되고 실천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지탈환식의 선교방식이다. 고지탈환식의 선교방식 가운데는 얼마전까지는 부흥회가 사용되었지만 근래에 와서는 예수초청잔치라는 새로운 방식들이 원용되고 있다. 이 방식들은 대체로 군사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승리주의가 그 기초가 되고 있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종교의 신도들이나 다른 교파 내지 교회들의 신도를 자기 교회의 신도로 끌어 오는 것이다. 여기에 성공한 성직자는 목회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서울에서는 갑자기 몇년만에 몇천명씩 모이는 교회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모인 신도들은 새로 신자가 된 이들이 아니다.이러한 승리주의적 선교에 대항하기 위해서 다른 교회들도 동일한 방식들을 사용한다.
이러한 군사문화의 승리주의는 필연적으로 군사문화의 또하나의 특징인적대감을 수반한다. 우선 타종교에 대한 적대감이 그것이다. 한국의 전통종교 특히 불교에 대한 적대감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감리교단 신학교에서 있었던 교수들의 추방도 이러한 군사문화적 발상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종교들을 인정하는 교수들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투적 적대감은 비단 타종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카톨릭 교회에 대해서도 가해지고 있다. 보수적인 장로교회들 가운데는 교황을 적그리스도로 보고 그 신도들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것이 마치 좋은 신앙의 척도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적대감은 같은 교파이면서 다른 교단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더욱 심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적대감의 대표적인 표출은 장로교회의 분열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수십 교단으로의 분열을 거친 장로교회의 경우 이러한 적대감은 더욱 심화되었고 내면화되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적대감의 대상이 된 것은 공산주의와 북한이라 할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산주의의 지도국가였던 소련은 악의 화신으로 인식했었다. 이들과의 국교가 성립된 이후에도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불신과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의 교회들이 그동안 반공의 보루였고 그것을 빌미로 해서 역대군사독재정권의 충실한 지원자들이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화해의 복음의 선포자며 실천자가 아니라 군사문화의 하수인으로 전락했음을 웅변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북한선교도 이러한 승리주의와 적대감에 그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십자군적 승리주의와 숨겨진 적대감은 또하나의 군사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흑백논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흑백논리는 사물을 검은 것과 흰 것으로만 구별하고 색가운데 검은 색과 흰색이 가질 수 있는 댜양한 농도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선한 것이 아니면 악한 것이라는 지극히 미숙한 사고와 판단논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기는 참되고 다른 사람은 참되지 않고, 친구가 아니면 적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다. 99개의 공통점이 있어도 1개만 다르면 적으로 간주한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가지는 이러한 미성숙한 판단방식 즉 흑백논리는 철두철미 친구와 적만을 구별하라고 강요하는 군사문화적 영향하에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 언어에서
한국교회의 조직과 프로그람에서의 군사문화적 경향은 교회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을 몇가지만 들면 ‘총력전도’, ’총동원 주일‘, ‘선교의 전선으로’, ‘선교고지 탈환’, ‘십자가 군병들아’, ‘우리의 기수를 해외선교로’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선교와 관련된 것들을 몇가지 들었지만 그 외에도 수없이 군사적인 용어들이 교회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교회가 그리스도의 정신이 아니라 군사문화에 감염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판단의 왜곡은 힘센 것과 강한 것이 좋다는 사고 방식이다. 이러한 군사적 용어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강한 것, 힘이 센 것은 좋은 것이며 약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배문화, 남성문화가 좋은 것이며 거기에 구원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염된 대부분의 한국교인들은 강한 교회, 큰 교회, 돈이 많은 교회, 세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뫃인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한 교회는 좋은 교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지배하고 있는 주된 사고는 ‘십자군적 사고방식‘이다.
신학자 폴 틸릭에 의하면 ‘십자가’와 ‘십자군’은 가장 먼거리에 있다고 했다. 인류를 구하시기 위해서 성육신하고 인간이 되어 십자가에 죽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사건이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면 군사적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십자군운동’은 그리스도의 정신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리스도의 사건 즉 성육신의 사건과 그의 수난의 길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심이 우리에게 구원의 사건이 되는 것은 그것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의 약함 때문이다. 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한 이 그리스도께서는 ”내 능력은 약한데서 완전하게 된다“(고후 12,9)고 말씀하셨다. 그의 능력은 강한데서 완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데서 완전해 진다는 것이다.
 
결 어
 
우리는 한국교회의 군사문화적 경향들을을 그 제도와 프로그람 그리고 언어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살펴 보았다. 한국교회 특히 대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군사문화는 위계적 계층화와 함께 승리주의, 적대감, 흑백논리 그리고 전투적 언어사용으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군사문화는 교회내에서 초대교회가 지녔던 형제애 넘치는 평등주의를 몰아내고 위계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체계를 강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교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코이노니아는 사라지고 익명성과 자본주의적 기업적 관리체제가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승리주의와 적대감 그리고 흑백논리는 자본주의 경쟁논리와 결합되어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 한다는 교회성장이론의 뿌리가 되었다. 여기에서 타종교, 타교단 그리고 타교회를 적대시하거나 아니면 이들과의 진정한 교제를 차단한 왜곡된 개교회주의가 탄생했다. 따라서 교회성장주의는 한마디로 해서 자본주의적 경쟁이론에 기초한 승리주의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개교회주의는 오늘날 결정적으로 요청되는 사회적 연대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등장한다. 또 승리주의에 기초한 적대감과 흑백논리는 신도들로 하여금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고 성숙한 판단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물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왜곡된 편견에 사로 잡혀서 건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또한 종교가 가지는 사회적 통합기능에 대해서 오히려 역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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