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사렛 예수: 갈릴리의 유대인—세상의 구원자』 겉표지
예수는 역사 속에서 어떤 인물이었으며, 그 역사적 예수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하는 '신앙의 그리스도'와 어떻게 만나는가. 21세기 역사적 예수 연구의 성과를 집약한 신간 『나사렛 예수: 갈릴리의 유대인-세상의 구원자』(대한기독교서회, 2026)가 이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독일의 신약학자 옌스 슈뢰터가 쓴 이 책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 죽음과 부활, 그리고 이후 기독교와 서구 문화에 미친 영향을 폭넓게 탐구한다. 특히 전통적인 역사비평 방법론에 사회기억 이론을 접목해 '역사적 예수'와 '기억된 예수', 그리고 '신앙의 그리스도'가 어떤 관계를 형성해왔는지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역사적 예수를 다시 묻다
역사적 예수 연구는 오랫동안 신약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모습과 역사 속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예수의 모습을 어떻게 구분하고 연결할 것인가는 신약학이 지속적으로 마주해온 질문이다.
슈뢰터는 이러한 연구의 흐름 위에서 예수를 단순히 복음서의 기록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복음서와 외경, 비기독교 자료를 비롯해 갈릴리 지역의 고고학적 자료와 고대 사회에 대한 연구, 당시의 의학적 지식까지 폭넓게 활용해 예수가 살아갔던 시대와 사회적 배경을 복원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예수를 추상적인 종교적 인물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1세기 갈릴리의 유대 사회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공간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예수가 어떤 사회와 종교적 환경 속에서 살았으며, 당시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포했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는지를 살피면서 예수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기억된 예수'라는 새로운 질문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는 '사회기억'이다. 복음서는 예수의 생애를 단순하게 녹화해 놓은 기록이 아니다. 예수를 직접 경험했던 공동체와 그 이후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전승했으며, 각 공동체의 상황 속에서 그 기억을 해석하고 표현했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복음서의 문장을 하나씩 분해해 '실제로 있었던 일'을 찾아내는 작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예수에 관한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승됐으며,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그 기억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 슈뢰터의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와 '기억된 예수'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해진다. 역사 속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예수에 대한 기억이 공동체 안에서 전승되고 해석되면서 신앙의 언어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책은 예수의 핵심적인 활동을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를 중심으로 조명한다.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단순히 미래에 도래할 종교적 세계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메시지였다.
예수의 가르침과 함께 치유와 식탁 공동체, 제자들과의 관계 등 그의 구체적인 활동도 살펴본다. 특히 당시 사회에서 주변부에 놓였던 사람들과 예수가 맺었던 관계는 예수의 사역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예수는 자신의 메시지를 말로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과 행동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십자가와 부활, 역사와 신앙의 경계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논의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됐다는 사실은 역사적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는 역사학만의 문제로 환원하기 어렵다.
특히 부활은 역사적 예수 연구와 신앙의 문제가 만나는 지점이다. 슈뢰터는 예수의 부활을 둘러싼 초기 기독교의 증언과 기억을 살펴보면서, 역사적 연구가 다룰 수 있는 영역과 신앙의 고백이 다루는 영역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결국 질문은 단순히 '부활 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 어떻게 형성됐으며, 그것이 이후 예수에 대한 이해와 기독교 공동체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책의 부제인 '갈릴리의 유대인-세상의 구원자'는 슈뢰터가 제시하는 예수 이해의 방향을 함축한다. 예수는 역사적으로 1세기 유대 사회와 갈릴리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살아간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억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거쳐 점차 확장됐고, 예수는 다양한 시대와 문화권에서 '그리스도'로 고백됐다.
이 책은 예수의 역사적 삶과 초기 공동체의 기억에서 출발해 예수가 이후 역사에 미친 영향까지 추적한다. 초기 기독교의 형성과 발전은 물론이고 예수가 이후 시대의 예술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표현됐는지도 살펴본다. 이는 예수 연구를 1세기의 역사적 사건에만 가두지 않고, 예수에 대한 기억과 해석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함께 살피려는 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