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박경수)가 고(故) 이종성 박사의 '통전적 신학'을 오늘의 신학적 현실 속에서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신대 학술연구처는 지난 30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21회 춘계 이종성 신학강좌를 개최했다. '세계 신학 속의 통전적 신학'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에서는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을 기독교교육학과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통전적 신학이 갖는 의미를 모색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독일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교 신학부 미하엘 베엄커(Michael Wermke) 교수는 '차이의 관계화와 입장성에 대한 성찰: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에 대한 기독교교육학적 재독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베엄커 교수는 오늘날 교육과 신학의 현장이 타자성을 존중하려는 개방성과 교육자·신학자로서 갖춰야 할 규범적 전제 사이의 긴장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종성의 통전적 사유가 이러한 긴장을 단순한 대립으로 몰아가지 않고 생산적인 관계로 매개할 수 있는 신학적 자원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종성이 철학적 사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신학적 기준에 따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서구 신학의 비희랍화와 성서적 신학의 토착화를 함께 요청함으로써 특정 문화적 패러다임에 종속된 서구 중심 신학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베엄커 교수는 이종성의 통전성이 보편적 개방성과 그리스도 중심성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음의 중심성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이종성의 신학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포괄주의'의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신학의 토착화가 한 번의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문화적 형태와 서구 전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비토착화',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신앙을 새롭게 형성하는 '재토착화'가 지속적으로 순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엄커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의 교육 현장이 정해진 답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성찰하고, 동시에 자신의 신앙이 가진 규범적 뿌리를 돌아보는 상호 훈련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장종혁 박사(마천세계로교회)는 '관계의 중심에 서는 신학-화해와 매개의 신학으로서의 통전적 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박사는 이종성의 『신학서론』을 바탕으로 통전적 신학이 특정 분야나 교파, 계층, 민족, 학파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신학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 신학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전적 신학을 갈등을 하나의 완결된 체계로 봉합하는 신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대극적 요소들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매개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통전적 신학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것이다.
장 박사는 김이태의 '중심에 서는 신학', 윤철호의 '중심에 서가는 신학', 신옥수·현요한의 '중심을 향해 열린 신학'을 각각 언급하면서 이들 논의가 전통에 뿌리내린 신학적 정체성과 다른 지평을 향해 열린 신학적 태도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전성을 이미 완성된 상태로 규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지평이 만나면서 자기 이해를 새롭게 구성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르트무트 로자의 '공명 이론'과 올리비에 아벨의 '질문하는 해석학'도 소개했다.
장 박사는 공명이 서로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유지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만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 역시 변화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화해를 갈등이 모두 해소된 이후에 찾아오는 결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화해는 갈등과 분열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이미 작동하는 종말론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장 박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통전적 신학을 서로 다른 특수성과 대극적 관계에 놓인 요소들을 매개해 공동의 현실을 열어가는 '화해의 신학'으로 규정했다.
이번 신학강좌는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을 과거의 신학적 유산으로만 다루지 않고, 오늘날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해석하는 하나의 신학적 자원으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로 만들어 갈등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이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오늘날 한국교회 역시 교단과 신학적 입장, 세대와 사회적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통전적 신학이 제시하는 '차이를 지우지 않는 화해'와 '갈등을 넘어서는 매개'의 관점은 교회의 분열과 대립을 성찰하는 하나의 신학적 화두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