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조직신학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해 온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재검토하며, '하나님의 단일성(divine oneness)'을 신학의 출발점으로 재구성하려는 미국 조직신학자 캐서린 손더레거(Katherine Sonderegger)의 신학방법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논문은 현대 조직신학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온 하나님 자신에 대한 신론을 회복해야 한다는 손더레거의 문제의식을 소개하며, 한국 조직신학 연구에도 새로운 논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고형상 조교수는 한국조직신학논총 제83집에 발표한 「캐서린 손더레거의 신학방법론: 하나님의 단일성에 근거한 신학의 재구성」에서 손더레거의 대표 저서 『Systematic Theology』를 중심으로 그의 신학방법론을 분석하고, 그것이 현대 조직신학에 갖는 의미를 조명했다. 특히 국내 학계에서 손더레거의 신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학문적 의의를 지닌다.
그리스도 중심주의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성찰
논문에서 고 교수는 20세기 이후 조직신학이 칼 바르트를 비롯한 신학자들의 영향 아래 계시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하나님 자신의 존재와 본질을 탐구하는 신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결과도 낳았다"고 그는 분석했다.
손더레거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학의 출발점을 다시 하나님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는 손더레거가 현대 신학의 성과를 부정하기보다, 하나님에 관한 신학이 보다 균형 있게 전개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단일성'을 신학의 중심 원리로 제시
이번 논문의 핵심은 손더레거가 제시하는 '하나님의 단일성' 개념에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손더레거가 말하는 단일성은 단순히 하나님이 한 분이라는 수적 개념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와 모든 속성을 통합하는 가장 근본적인 완전성으로 이해된다.
이 논문에서 고 교수는 "손더레거가 하나님의 단일성을 통해 삼위일체나 그리스도론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대 조직신학이 지나치게 그리스도론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상대적으로 약화된 신론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님 자신의 존재를 신학의 가장 근본적인 탐구 대상으로 다시 세우려는 것이 그의 신학방법론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성서적 형이상학의 회복 시도
이번 연구에서는 손더레거 신학의 또 다른 특징으로 '성서적 형이상학(Biblical Metaphysics)'을 제시했다. 현대 신학이 철학적 형이상학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것과 달리, "손더레거는 성경의 증언과 고전 신학 전통을 함께 읽으며 하나님을 객관적 실재로 탐구하려 한다"는 것이 고 교수의 분석이다.
논문은 이러한 접근이 하나님을 인간의 종교적 경험이나 역사 속 사건에만 제한하지 않고,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보다 깊이 탐구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손더레거는 현대 조직신학과 고전 신학 전통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학은 하나님을 향한 지적인 예배"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손더레거가 신학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손더레거는 신학을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거나 개념을 체계화하는 학문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님 앞에 서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는 '지적인 예배(intellectual worship)'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연구자는 "이러한 이해가 신학을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예배의 행위로 회복시키려는 손더레거 신학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조직신학에 던지는 의미
이번 논문은 손더레거의 신학방법론이 현대 조직신학의 성과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중심주의와 신론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손더레거의 신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한국 조직신학의 연구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는 "손더레거의 신학이 하나님 자신의 존재와 영광을 다시 신학의 중심에 세우도록 요청하며, 현대 조직신학이 놓치기 쉬운 신론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