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성전론적 전쟁관에 치우쳐져 있는 그리스도인들

양현혜 교수, "한국 개신교회 전쟁 담론에 비례성의 원칙 안 보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등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다. 이러한 전쟁의 흐름이나 양상을 보고 향후 사태 전개를 예상하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언(?)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기독교 전쟁관에 입각해 전쟁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보다 근원적 질문을 던진 양현혜 교수(이화여대)의 연구논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양 교수는 지난 2024년 「종교연구」 제84집 1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한국 개신교의 전쟁 인식 및 대응에 관한 유형론적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독교의 전통적인 전쟁론은 비전평화주의(Pacifism), 정의로운 전쟁(Just war), 성전(Crusade, Holy war)으로 유형화된다.

양 교수는 이들 유형 중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이 갖고 전쟁관이 성전론적 전쟁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가 경험한 본격적인 전쟁은 일본의 '15년 전쟁'이었다"며 "한국인의 모든 물적 자원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수탈하여 침략 전쟁에 동원한 '15년 전쟁'을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서구라는 악마로부터 아시아 민중을 구원하는 '성전'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어 "한국 전쟁기에는 이러한 성전론적 전쟁관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며 "한국 전쟁을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결이자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대결로 보고 공산주의를 '절대악'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보는 이데올로기적 선악 이원론이 나타났다"고도 했다.

특히 "휴전반대운동에서는 공산주의자라는 '적 그리스도'의 멸절이라는 목표가 달성되기까지 무제한의 폭력을 동원하며 전쟁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한국 개신교는 주장했다"며 "여기에서는 적의 부당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해 최소한의 폭력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이나 '구별의 원칙'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양 교수는 강조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선악이원론의 구도를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시키기 위해 선악의 최후의 결전, 임박한 결단 등의 묵시록 종말론의 이미지들도 동원했다"며 "이렇게 본격화된 이데올로기적 '성전론'은 한국전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베트남 전쟁에도 여과 없이 투사되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에 따르면 '15년 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거치면서 한국 개신교회의 전쟁관은 성전론으로 고착되었다. 그 증거로 양 교수는 "이데올로기적 이원론""을 꼽으며 이러한 성전론이 지속되는 한 "개신교인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모든 기독교 윤리적 책임에서 면제됨과 동시에 극한적인 대결을 완화할 어떠한 합리적인 정치적 이성도 작동시킬 필요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양 교수는 이러한 성전론적 전쟁관을 반성경적인 죄라고 규정하며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1988)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분단과 증오에 대한 죄책 고백'의 한 대목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적인 신념처럼 우상화하여 북한의 공산 정권을 적대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과 우리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들을 저주하기까지 하는 죄(요13:14-15)를 범했음을 고백한다. 이것은 계명을 어긴 죄이며, 분단에 의해 고통받았고 또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이웃에 대하여 무관심한 죄이며 그들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하지 못한 죄(요13:17)이다."

끝으로 양 교수는 이 논문에서 한국 개신교회에 전통적인 전쟁관의 유형들인 비전 평화주의 및 정의로운 전쟁론의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며 성전론만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성전론을 떠받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선악 이원론의 허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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