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멸종 이후에도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적 생태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인간을 중심으로 전개해 온 기독교 신학의 관점을 피조세계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장재호 감리교신학대학교 부교수(종교철학·과학신학)는 「신학사상」 2026년 가을호(통권 214집)에 발표한 논문 「인간 멸종 이후의 신학-인류세의 경계-사유와 피조세계 중심 신학」에서 인간의 지속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 온 신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하나님과 피조세계 전체의 관계를 사유하는 신학적 전환을 제안했다.
논문이 출발점으로 삼는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다만 인류세는 지질시대의 공식 명칭으로 채택된 용어는 아니다. 저자는 이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하는 신학적 사유의 틀로 활용한다.
저자는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인간의 생존에만 국한된 문제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위기는 인간 사회의 위기인 동시에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세계 전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인간 생존의 유익으로만 설명하는 기존 관점에 질문을 던졌다.
논문의 핵심 개념인 '인간 멸종 이후의 신학'은 단순히 인류의 멸종이 임박했다고 예측하거나 이를 바람직한 미래로 제시하는 주장이 아니었다. 저자는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사고실험으로 상정함으로써, 신학이 인간이라는 종의 지속과 인간의 언어·교회·학문 공동체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지를 점검했다.
먼저 저자는 인간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언어와 제도를 통해 수행되는 학문적 신학도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것이 곧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관계가 끝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나님의 창조와 보존, 성령의 생명 사역은 인간이 이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행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인간중심 신학에서 '피조물 중심의 신학'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서 피조세계는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미생물과 물, 흙, 대기, 광물 등 생명과 비생명을 아우르는 세계 전체가 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된다. 모든 피조물이 인간과 동일한 방식의 인격적 주체라는 뜻이 아니라, 인간만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유일한 중심으로 설정하지 않고 각 피조물이 창조세계 안에서 지닌 의미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생태신학과 동물신학, 포스트휴먼 신학, 신유물론 등 기존 논의의 성과를 검토하면서도, 이들 담론이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공존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지속을 여전히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장 교수는 인간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극단적인 사유 실험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의 남은 전제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같은 신학적 전환은 창조론과 인간론, 죄론, 구원론, 교회론을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자연을 인간을 위한 배경이나 자원으로만 이해하는 대신 하나님 앞에서 고유한 가치를 지닌 창조세계로 바라보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책임을 지배가 아닌 자기제한과 돌봄의 능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원 역시 인간 영혼의 구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만물의 화해와 새 창조라는 성서적 전망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제안했다.
교회의 역할도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교회가 인간의 구원만을 다루는 공동체를 넘어 피조물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창조세계 앞에서 회개와 화해를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로마서 8장에 나타난 피조물의 탄식과 골로새서 1장의 만물의 화해, 시편 104편이 노래하는 생명의 창조와 보존을 함께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저자는 그러면서도 인간 멸종 이후를 사유하는 일이 허무주의나 인간의 책임을 포기하는 태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인간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피조세계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의미를 지닌다면, 인간은 자연을 오직 자신의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현재 윤리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그 책임을 인간 사회에 한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미래 세대와 동물, 생태계, 지구 시스템 전체로 확장해야 할 이유가 된다.
아울러 논문은 인간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며, 성육신과 부활에 근거한 인간의 구원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다. 다만 인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 사역의 유일한 목적이 인간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인간을 창조세계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넓은 피조세계의 관계 안에 다시 위치시키자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생태 위기를 단순한 환경정책이나 인간 생존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창조와 구원에 관한 기독교 신학의 근본 전제를 성찰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인간 멸종 이후'라는 낯선 질문과 사유 실험을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를 점검하고, 창조세계 전체에 대한 책임을 신학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피조세계 전체를 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인간의 고유한 신학적 위치와 창조주·피조물의 구별,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어떻게 함께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저자 역시 논문에서 이러한 전환이 인간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관련 교리적 과제는 더 충분한 논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