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반려인 시대, 교회는 이들의 상실에 답할 준비가 됐는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목회적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의 슬픔, 이른바 '펫로스(Pet Loss)'를 교회는 어떻게 돌볼 것인가. 나아가 반려동물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반려인들이 교회에 던지는 신앙적 질문에 목회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을 신학과 목회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는 컨퍼런스가 오는 10월 2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굿네이버스 본부 강당에서 열린다. '상실의 시대 1500만 반려인 목회'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조성돈 실천신학대학교 목회사회학 교수, 김은혜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교수, 최의헌 연세로뎀정신의학의원 원장, 성공회 광명교회 민숙희 사제 등이 주요 발제자로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반려동물을 둘러싼 신학적 논쟁 자체에 머무르기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에서 출발해 교회의 목회적 응답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실에서 나오는 문제에 신학이 답해야"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발제자인 조성돈 교수는 행사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반려인 목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밝혔다. 조 교수는 29일 "실천신학의 입장에서 현실에서 나오는 문제에 신학이 답을 해야 한다"며 "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문제를 교회가 낯선 주제라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실제 반려인들의 삶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앙적·목회적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조 교수 역시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그는 과거 '강아지가 죽었다'는 제목으로 국민일보에 칼럼을 쓴 경험을 소개하면서 당시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겹쳐 깊이 공감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강아지 한 마리 죽었다고..."라는 반응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교회 안에서도 나타난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인에게 상당한 상실이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슬픔의 무게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조 교수는 특히 반려동물의 죽음과 관련해 '구원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면 목회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논의를 특정 교리적 결론을 내리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실제 반려인들이 경험하는 상실과 그들이 교회에 던지는 질문을 먼저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반려동물도 하나님의 피조물...'하나님의 계수' 필요"
조 교수는 반려동물과 다른 동물들을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특별히 주목하는 개념은 '하나님의 계수'다. 구약성서 요나서에서 니느웨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가축까지 하나님께서 돌보시는 장면과 안식일의 쉼이 사람뿐 아니라 '네 모든 가축'에게까지 허락된다는 성서의 내용을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관점은 동물을 인간의 필요를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동료피조물(Mitgeschoepft)'로 이해하자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 보자는 주장과는 다르다. 오히려 인간과 동물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양자가 모두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는 창조론과 생태신학의 문제뿐 아니라 인간의 책임과 돌봄, 생명에 대한 태도라는 목회적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신학적 논쟁에 앞서 '펫로스'를 바라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주제는 펫로스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에게 그 죽음은 단순히 '동물 한 마리가 죽은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함께 생활하고 관계를 맺어온 존재를 잃는 경험이기 때문에 깊은 애도와 상실을 동반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자신의 반려견 장례 경험을 통해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체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장례시설과 절차가 마련돼 있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장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반려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오히려 교회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이 장례 과정에서는 상당한 위로와 돌봄을 경험하는데, 정작 교회는 이들의 상실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 조 교수는 "이런 경험을 하는 이들이 교회에 요구하는 바가 있는데 이에 상응할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회가 반려동물 장례를 직접 시행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슬픔을 신앙의 언어로 표현하고 공동체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회적 돌봄이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다.
정신의학·문화신학·성공회 현장의 경험 함께 나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반려인 목회를 바라보지 않는다. 조성돈 교수의 실천신학적·목회사회학적 접근과 함께 김은혜 장신대 기독교와 문화 교수가 참여해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문화와 신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또 최의헌 연세로뎀정신의의원 원장은 정신의학과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펫로스와 애도의 문제를 다룬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성공회 광명교회 민숙희 사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와 장례 등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천적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신학적 논의와 정신의학적 접근, 실제 목회 현장의 경험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반려인 목회를 하나의 프로그램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목회적 과제로 바라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신학적 논쟁을 피하지 않되 현실의 사람들을 놓치지 않는 것,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그 관계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것, 그리고 반려동물을 잃은 이들의 상실에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