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들과 고신교단 원로들이 제76회 고신총회에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손현보 목사 설교 연구보고서를 '참고만 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및 교단 원로들은 7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총회의 결정이 특정 목회자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고신교회의 강단에서 성경과 신앙고백의 권위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그리고 교단의 신학적 판단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앞서 제75회 고신총회는 서울중부·충청서부·전라노회가 헌의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신학적 검토를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1년간 연구해 보고하도록 결의했다. 이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손 목사의 설교 4편을 연구한 뒤, 해당 설교가 "내용, 방식, 목적 전반에 걸쳐 고신 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 문서의 설교 이해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성명서는 설명했다.
특히 교수회는 해당 설교에서 성경이 설교의 중심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을 보조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설교의 목적 역시 회심과 성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하는 데 있기보다 정치적 각성과 행동 촉구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신학부는 신대원 교수회의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고 교수회와 논의를 거친 뒤 제76회 총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제76회 총회는 해당 보고서를 교단의 공식 문서로 채택하지 않고 '참고만 하기로' 결정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총회는 이 과정에서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는 총대들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하고 손현보 목사에게도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준 뒤, '교수회 보고서는 참고만 하기로 한다'는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찬성 281표, 반대 69표로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은퇴 교수들과 교단 원로들은 첫 번째 문제로 '정치적 고려가 신앙고백과 신학적 판단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는 이유로 정치적 해석 가능성이나 교단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우려, 특정 설교 몇 편만으로 목회자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고 소개하면서도, 이러한 요소가 설교의 신학적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총회의 모든 판단은 궁극적으로 성경과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고백에 비추어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수회의 신학적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다면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성경적·신학적 근거를 통해 반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대원 교수회와 총회 신학부의 권위가 이번 결정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고신교단이 고려신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중요한 신학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수회가 연구하고 총회가 그 보고서를 받아 교단의 신학적 기준으로 삼아온 전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신대원 교수회와 총회 신학부의 보고서가 단지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의 문서로 격하될 경우, 목회자 후보생 교육과 목회자 양성, 교단 내 신학적 표준 확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설교 문제에 대해서도 목회자가 사회와 국가의 문제를 설교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서는 "문제는 정치가 설교의 목적이 되고, 성경이 그 정치적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교수회 보고서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회가 교수회 보고서를 '참고만' 하기로 결정하면서 개 교회 목회자가 각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치 설교를 이어가더라도 이를 교단 차원에서 신학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총회의 결정 직후 손현보 목사가 신대원 교수들을 비판하는 설교를 이어간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결정이 정치 설교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기준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은퇴 교수들과 원로들은 이번 사안을 고신교단의 정체성과 연결해 바라봤다. 이들은 고신교단이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맞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던 신앙 선배들의 정신을 계승해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른 신학에 기초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이 우리 교단의 정체성"이라며, 이번 총회의 결정이 개혁신학의 가치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 결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4항을 인용하며 총회의 결정 역시 성경과 신앙고백에 비추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총회에 ▲이번 결정이 신대원 교수회의 신학적 연구 기능과 권위를 위축시키는 선례가 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 ▲'참고만 하기로 한' 교수회 보고서가 정치 설교로 인한 강단 훼손을 막는 신학적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 ▲모든 목회자들이 강단을 정치적 이념을 설파하는 자리가 아닌 복음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리로 인식할 것 ▲총회의 판단 기준이 정치적 신념이나 이해관계가 아니라 말씀과 신앙고백, 신학에 근거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요청했다.
성명에 참여한 이들은 이번 성명이 특정 목회자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거나 교단 내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들이 평생 섬겨온 고려신학대학원과 고신교회가 바른 신학적 원리 위에 서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강영안·길성남·박영돈·손봉호·양낙흥·오병욱·윤희구·이만열·장희종·정근두·한성국·현유광 등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및 교단 은퇴 목사·장로들이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