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신대학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이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예정됐던 학술세미나의 장소 대관이 일부 학생들의 물리적 방해와 학교 측의 미온적 대처로 무산된 사태와 관련해 학문적 자유와 신학적 다양성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지난 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신학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술적 논의의 장이 가로막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감신대에 학술세미나 장소 대관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학생들의 학술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세미나는 지난 9월 17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일부 학생들의 물리적 방해로 행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주최 측은 학생들이 학문적 관심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세미나를 다시 준비하고 있지만 학교 측의 장소 대관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이번 사태를 감신대 내부의 갈등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학을 연구하고 다음 세대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 공간에서 어떤 질문이 허용되고 어떤 목소리가 배제되는지는 감리교회 전체의 신학적 풍토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단체는 감리교회가 다양한 구성원과 신학적 관점을 포용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는 감신대뿐 아니라 협성대와 목원대 동문, 감리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신학교에 속한 집단을 넘어 서로 다른 신학적 이해를 지닌 이들이 대화와 환대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입장문은 감신대의 교육이념인 '경건·학문·실천'을 언급하며, 신학적 질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건은 자신의 신념을 절대화하는 태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겸손이며, 학문은 기존 권위와 통념에 질문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천 역시 타인을 배제하는 일이 아니라 신앙의 가치를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책임 있게 구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학은 끊임없는 질문과 해석, 비판과 성찰을 통해 발전해 왔다며 특정한 신학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 차이가 다른 이들의 학문적 탐구를 가로막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학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논의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감신대의 교육이념과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신학 교육에서 권위주의와 배제의 역사도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한 신학적 해석을 유일한 진리로 절대화하거나 다른 관점을 불온한 것으로 규정할 경우, 신학의 자유로운 탐구가 권위를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기존의 경직된 신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불의와 차별에 저항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누가 신학을 말할 자격을 갖는지, 누구의 경험이 신학적 지식으로 인정되는지, 어떤 목소리가 침묵을 강요받는지를 묻는 일은 여성주의 신학의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학문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논쟁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이 자유롭고 책임 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의 목적은 상대를 파괴하거나 침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한계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진리와 올바른 신학적 정립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감신대가 이번 세미나 무산 경위와 학교 측의 대응을 성찰하고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장소 대관이 승인되지 않는 이유와 판단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세미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학적 견해 차이가 학문적 활동을 제한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안전한 신학교육의 공간은 비판이 없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강압과 배제의 위협 없이 질문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신학적 권위주의와 배제의 구조를 성찰하고, 폭력과 혐오 앞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평등과 환대의 공동체를 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태는 한 대학의 장소 대관 문제를 넘어 신학교육에서 학문적 자유와 신학적 다양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묻는 과제로 남았다. 서로 다른 신학적 견해가 물리적 방해나 행정적 제한으로 차단되지 않고 토론과 성찰을 통해 다뤄질 수 있을지 감신대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