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7시 감신대 신석구목사기념관 앞 야외공간에서는 ‘변선환 알아보기’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주최 측은 학문의 자유와 다양한 신학적 관점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내세워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행사장 바로 뒤편에는 세미나 개최에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교정에서 열린 고(故) 변선환 교수 관련 학술세미나가 반대 측의 집단 항의와 기도회에 부딪히며 파행을 빚었다. 학문의 자유와 다양한 신학적 관점의 논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 교단이 내린 출교 결의와 신앙적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캠퍼스라는 한 공간에서 정면으로 맞섰다. 행사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은 현수막과 구호, 찬양과 기도로 표출됐고, 소음 신고를 받고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갈등은 현장 대치로 이어졌다.
지난 27일 오후 7시 감신대 신석구목사기념관 앞 야외공간에서는 '변선환 알아보기'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주최 측은 학문의 자유와 다양한 신학적 관점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내세워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행사장 바로 뒤편에는 세미나 개최에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감리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속 감신대 재학생과 선배 목회자 등 반대 측 참석자들은 세미나 강행에 항의하며 기도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주최 측보다 두 배가량 많은 70여 명의 반대 측 참석자가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단 행사 물러가라", "예수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목소리를 높여 기도했다. 세미나 발제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반대 측의 찬양과 기도가 계속되면서 발표와 항의가 같은 공간에서 맞물렸다. 행사장에서는 발제자의 설명과 반대 측의 기도 소리가 뒤섞였고, 양측의 입장은 서로를 향한 공개적인 항의로 드러났다.
결국 소음으로 인한 주민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소음 문제를 지적하며 마이크를 꺼달라고 요구했다. 신학적 견해 차이를 둘러싼 논쟁이 학술 토론의 장을 넘어 주변 주민의 민원과 공권력의 개입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이번 대립의 중심에는 변선환 전 감신대 학장의 신학적 유산과 199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출교 결정이 자리하고 있다. 변 전 학장은 종교다원주의를 둘러싼 논쟁 끝에 당시 교단 총회에서 출교됐다. 반대 측은 이 결정을 교단의 신앙적 기준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며, 변 전 학장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그 결의를 부정해 교단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세미나 주최 측은 논쟁적인 신학적 인물과 사상을 학문적으로 검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는 일 자체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단 차원의 경고도 갈등을 키운 배경으로 작용했다. 기감 제36회 총회 이단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감신대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변 전 학장의 출교 판결문을 인용하고, 그의 주장을 동조·지지·옹호하거나 선전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교단 차원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학술행사를 넘어 교단의 기존 결의와 신학적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됐다.
세미나 발제에서도 양측의 문제의식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첫 발제자인 홍승표 목사는 종교가 다원화된 현실에서 종교 간 공존과 기독교 구원론이 반드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의 보수적 성향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분석하고, 1992년 출교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관점은 종교다원주의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을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다시 살펴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반대 측의 문제 제기는 다른 지점에 놓여 있었다. 이들은 학문의 자유가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신앙적 책임을 무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삼위일체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 및 부활, 성경을 구원의 근거로 삼는 교단의 교리와 장정이 신앙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김재탁 목사 등 반대 측 인사들은 성경의 권위와 기독교 복음의 고유성을 강조하며 세미나에서 제기된 신학적 관점을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교와 교단 당국에 관련 학생과 세미나 주최 측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단순히 한 신학자의 사상을 평가하는 문제를 넘어, 신학교 안에서 논쟁적인 신학을 어디까지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지, 학술행사가 교단의 공식적인 판단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제기됐다.
학문의 자유는 기존의 통설이나 제도적 판단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반면 교단에 속한 신학교는 교단의 신앙고백과 신학적 전통,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규범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두 원칙이 충돌할 때 어느 하나의 가치만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학문적 검토를 이유로 신앙적 우려를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되며, 교단의 결의를 존중한다는 이유만으로 논쟁적 사상에 대한 연구와 토론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게 옳은지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특히 이번 현장은 논쟁의 내용만큼이나 논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도 남겼다. 반대 측은 찬양과 기도, 현수막과 구호를 통해 자신들의 신앙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그 표현이 세미나 진행과 충돌하면서 주최 측의 발표와 토론이 얼마나 보장될 수 있는지라는 문제가 함께 부각됐다. 반대로 주최 측 역시 학문의 자유를 내세운 행사라면 비판과 반론이 제기되는 현실을 어떻게 수용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교단의 결의와 신앙적 책임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할 때 교회와 신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서로의 주장을 침묵시키거나 상대를 틀렸다고 규정하는 데 그친다면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것은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상대의 발언과 학술행사의 진행을 어떻게 함께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다.
감신대 교정에서 벌어진 이번 대치는 변선환의 신학을 둘러싼 과거의 논쟁이 여전히 현재형임을 드러냈다. 동시에 신학교가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는 공간인 동시에 신학적 질문과 검토가 이뤄지는 학문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양자의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다시 제기했다. 어떤 신학자는 이번 변선환 학술 세미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학문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감신대가 "30년은 후퇴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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