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에큐메니칼신학과교육위원회(위원장 오세조 목사)는 지난 26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A.I시대,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에큐메니칼 세미나를 개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기술의 발전을 넘어 노동과 자본의 구조, 생태계, 인간의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에큐메니칼신학과교육위원회(위원장 오세조 목사)는 지난 26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A.I시대,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에큐메니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적 진보나 편리한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문명사적 전환의 관점에서 AI가 사회와 인간,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기독교윤리와 교회의 실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도흠 한양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길을 묻다: 11대 쟁점과 대안을 중심으로'를 통해 AI의 부상을 인간 본성과 자유의지에 관한 철학적 질문에서 노동과 자본, 기후위기, 민주주의, 문명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조명했다.
이 교수는 AI의 위험을 영화 속 자율적인 살상 로봇과 같은 극적인 이미지에서 찾기보다, 인간이 편리함과 효율성을 이유로 판단과 권한을 기계에 넘기는 과정에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인간의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로 출발하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제도 속에서 인간의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인간과 기술의 관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라는 통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기술은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특정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자본의 이윤 추구나 국가의 권력 강화에 종속될 경우 사회적 불평등과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와 관련한 정보와 기술의 권력이 소수 기업과 집단에 집중되면, 기술 발전의 성과가 사회 전체에 돌아가기보다 소수의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대안으로 'AI의 사회화'를 제안했다. AI의 생산수단과 기술이 창출하는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시민사회가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봇세와 사회공유소득제, 노동시간 단축, 시민 참여와 숙의 민주주의의 확대 등도 그가 제시한 대안에 포함됐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을 좇기보다 그 성과와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누가 통제하는지를 사회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은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생성형 AI의 보이지 않는 비용: 생태적 부담과 교회의 책임'을 통해 AI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과 수자원, 하드웨어 공급망의 환경적 부담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사람은 화면 속에서 빠르게 답변과 결과물을 얻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냉각에 필요한 물, 반도체와 서버 제조 과정의 자원 소비는 이용자의 시야에서 쉽게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익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비용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고, 일부 비용은 기업의 회계와 공개 자료에서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AI가 수행하는 과제에 따라 자원 소비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모든 AI 이용을 동일한 행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텍스트 분류와 이미지 생성처럼 겉으로는 모두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얻는 작업이라도 실제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에는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운영뿐 아니라 전력 생산과 반도체 제조 등 공급망 전반의 부담까지 고려해야 AI의 생태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I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위험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만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떤 규모의 기술을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질문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의 편익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살피고, 주어진 선택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문덕 향린교회 담임목사는 두 발제에 대한 논찬과 신학적 성찰을 통해 AI 시대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한 목사는 두 발제가 공통적으로 기술의 화면 밖에 놓인 비용과 노동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의 논의가 비용을 인식하고 책임 있게 선택하는 사람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교수의 논의는 기술과 자본의 소유 및 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개인의 비판적 판단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의 역량과 연대가 필요하며, 그러한 시민의 형성 역시 사회적 제도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술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개인의 태도와 기술의 소유·운영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려는 사회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특히 AI가 처리하는 데이터와 통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교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주변 지역의 주민, AI 학습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저임금 노동자, 기후위기의 피해를 먼저 겪는 취약한 공동체 등 기술 발전의 성과 뒤에 가려진 이들의 현실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인간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에 응답하는 일은 같지 않으며, 교회는 기술이 포착하지 못하는 이웃의 얼굴을 바라보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목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AI가 수행할 수 없는 능력의 목록으로만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여겼던 영역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타자와 관계를 맺고 그 앞에서 응답하며 책임지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역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기술을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분별하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는 AI를 둘러싼 논의가 기술의 성능과 활용 가능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환기했다. 기술이 창출하는 편익과 함께 생태적 비용을 살피고,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한 구조를 점검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적 책임을 다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NCCK 에큐메니칼신학과교육위원회는 앞으로도 AI 관련 주제에 대한 논의와 대화의 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기술의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거부를 넘어, 그 영향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