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전경
삼일교회가 현 담임목사인 송태근 목사의 후임 후보로 김지혁 목사를 선정하면서 한국교회 안에서 이른바 '스카웃 목회'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목사는 2022년 12월 서울 명문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위임받아 사역해 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삼일교회 후임 후보로 나서면서, 목회자의 이동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나 새로운 사역의 기회로만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일교회는 오는 11월 1일 공동의회를 열어 김 목사에 대한 청빙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1차 청빙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가 목회 상황과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고사한 뒤 다시 추진된 청빙인 만큼, 이번 결정은 교회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김 목사의 자격이나 신학적 역량에 대한 평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위임받아 목회하던 사람이 다른 교회의 청빙에 응하는 일을 한국교회가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느냐는 데 있다. 특히 더 큰 교회가 이미 목회 현장을 맡고 있는 목회자를 영입하는 관행이 교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진오 목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일교회의 후임 청빙 소식을 언급하며 "은퇴까지 일하겠다 약속한 위임목사가 큰 교회로 옮김이 무엇과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목사의 글은 특정 목회자의 결정을 비판하는 데 그치기보다, 교회 규모와 목회자의 경력에 따라 사역지를 옮기는 일이 반복되는 한국교회의 구조를 돌아보게 한다.
물론 담임목사의 이동 자체를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목회자에게도 소명에 대한 분별과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며, 교회 역시 새로운 사역을 위해 적합한 목회자를 청빙할 권리가 있다. 한 교회에서 사역하던 목회자가 다른 교회로 옮기는 일이 언제나 잘못된 선택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동의 형식보다 그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일이다.
문제는 이른바 '스카웃 목회'가 교회 간의 연쇄적인 담임목사 이동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교회가 목회 경력과 학력, 설교 능력, 교회 성장 경험 등을 기준으로 중형교회 담임목사를 영입하면, 어렵게 새로운 담임목사를 세우고 안정화를 이루던 중형교회는 다시 후임 청빙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해당 교회는 목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또 다른 목회자를 찾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규모가 더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이렇게 한 교회의 청빙이 다른 교회의 공백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이동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교회가 목회자를 세우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라기보다, 더 나은 조건과 더 큰 사역지를 찾아 이동하는 목회 경력의 단계처럼 기능할 위험이 있다. 교회 규모가 클수록 목회자의 경력과 영향력이 높게 평가되고, 작은 교회는 인재를 길러내더라도 그 결실을 다른 교회에 내어주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목회자의 이동이 개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교회 생태계 전체에는 불안정과 소모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담임목사 청빙은 한 사람을 선발하는 인사 절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목회자는 교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쌓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책임을 감당한다. 담임목사가 바뀌면 설교와 목회 방향뿐 아니라 교회가 오랜 시간 형성해 온 관계와 사역의 연속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목회자의 이동을 결정할 때는 새로운 교회가 얻을 유익뿐 아니라 기존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공백과 혼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일부 목회자들은 담임목사 청빙 때 다른 교회의 현직 위임목사를 영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해당 교회에서 함께 사역해 온 부목사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물론 부목사라는 이유만으로 담임목사로서의 자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 승계 자체를 원칙으로 삼는 것 역시 또 다른 폐쇄성을 낳을 수 있다. 다만 외부에서 이미 검증된 목회자를 데려오는 방식만을 우선시하지 않고, 교회 안에서 사람을 세우고 목회적 역량을 길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건강한 청빙 문화는 특정한 경력이나 교회 규모를 기준으로 목회자를 선별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교회의 필요와 목회자의 소명을 함께 살피고, 청빙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며, 기존 사역 공동체에 대한 책임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회자를 다른 교회와 경쟁하며 확보해야 할 인적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삼일교회의 청빙안은 공동의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김 목사의 청빙 수락을 두고 그의 소명이나 목회적 진정성을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청빙을 수락했는지, 명문교회와는 어떤 협의가 이루어졌는지, 두 교회의 공동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과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논쟁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목회자는 더 큰 교회로 옮길 기회를 얻었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는가. 교회는 더 좋은 이력을 가진 목회자를 영입하는 데 앞서 어떤 공동체를 세우려 하는가. 그리고 한국교회는 한 교회의 성장이 다른 교회의 목회 공백을 대가로 삼는 구조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목회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더 큰 무대로 이동하는 경력의 사다리가 아니다. 한 공동체를 맡아 돌보고, 그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유익보다 공동체의 지속성을 먼저 헤아리는 책임의 자리다. 목회자의 소명은 더 큰 교회로의 이동만으로 증명되지 않으며, 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 하나님과 공동체 앞에서 정직하며, 교회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가 하는 문제다.
삼일교회의 이번 청빙이 특정 목회자의 이동을 둘러싼 찬반 논쟁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목회자 청빙의 기준과 절차, 목회자의 이동에 따르는 책임, 작은 교회와 큰 교회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기대한다. 더 큰 교회가 더 좋은 목회자를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교회가 목회자를 함께 세우고 서로의 사역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때 한국교회의 목회 생태계도 한층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