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
# "종교적 열정 이전에 건전한 양식부터 가져야 합니다.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영혼을 구원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가 그렇게 몰상식하고 무례하고 배타적이고 폭력적이면서 어떻게 타인의 영혼의 길잡이가 되겠습니까?"(2010.11.7 칼럼, 스핑크스에는 코가 없다)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가 칼럼집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를 펴냈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일부 기독교인들을 포함해 잘못된 신앙으로 의도하지 않게 자기 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참된 신앙이란 무엇인지를 되물으며, 나름의 답을 제시해 나간다.
저자는 무엇보다 자기가 믿는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이들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유독 강하게 갖고 있는 배타적 사고를 지적한다. ‘스핑크스에는 코가 없다’에서 저자는 중세 기독교가 거쳐 간 곳이라면 ‘사정없이 훼손된 인류 공동 문화재의 이집트의 수없이 많은 신들과 왕과 왕비의 크고 작은 석상에 한결같이 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런 반문명적인 야만행위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상 척결을 한답시고 사찰에 불을 지르거나 불상에 오물을 투척하고 단군상의 목을 자르는 일은 지금도 열혈기독교인들에게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서울시내 유명한 사찰에 들어가 법당에서 손을 들고 이른바 땅밟기 기도를 한 철부지 기독교인들이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그 사찰주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비는 참으로 망신스러운 짓을 저질렀다."
그러면서 그는 되묻는다. 독실한 불교도들이 교회에 들어와 불을 지르고 십자가를 도끼로 쪼개며 성당에 몰려가 성모 마리아상의 목을 자르고 성화를 찢어발기면서 그리스도인들더러 더 이상 예수 우상을 섬기지 말고 부처님 품으로 돌아오라고 한다면 불교에 귀의할 사람이 몇이냐 되겠느냐는 물음이다.
아울러 저자는 신앙함에 있어 실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참된 신앙의 길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고통’의 문제에 있어서 특히 그렇다. 일부 신앙인들은 ‘고통’을 단순히 ‘하나님이 내리시는 벌’이라고 단순화하거나 혹은 의미를 찾지 않은채 하루라도 빨리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만을 갈망한다. 공통점은 ‘고통’은 무의미할 뿐더러 벗어나야할 그 무엇으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에서 저자는 "신앙인이라고 해서 고통이 비켜가지는 않는다"며 "도리어 신앙 때문에 그가 당하는 고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고통을 가치 있는 것으로 전환시켜서 삶의 의미 있는 동력(動力)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고통’을 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그는 예수회 신부 폴 드 재거의 책 『사랑의 미덕』을 인용, 고통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새삼 확인한다. “고통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입맞춤입니다.” 저자는 "예수님과 입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 분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며 "얼굴과 얼굴이 맞닿는 순간 예수님이 쓰신 가시관에 우리의 얼굴이 찔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아픔과 고통은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하신 예수께 우리가 그만큼 가까이 다가갔다는 증거"라며 "우리가 고통당한다는 것은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신 예수께서 입을 맞추실 정도로 우리를 향해 몸을 깊숙이 숙이셨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며,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것만 생각치 말고,‘고통’을 의미있게 끌어안을 것을 권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는 추천사에서 "(저자는)목사로서 목회와 신앙적, 사회적 관심을 끊임없이 놓지 않고, 배타적인 기독교의 모습을 넘어 종교간 이해와 상호 존중의 문제, 굶주린 북녘 동포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의 문제 등 교회와 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을 자신의 신앙 과제로 삼아왔다"며 "이번에 출간한 책은 이러한 과제들을 붙들고 직접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목사로서의 신앙 양심과 원칙을 가지고 씨름하여 얻어진 결과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