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아카데미 김균진 원장이 10일 새해 칼럼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이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한 신학자로서의 자기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의 본질은 "체제 전쟁"이라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탄핵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세력이 꺾어지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이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이 내세우는 위선적인 평등의 가치를 가리켜 "인간은 똑같지 않다"(Die Menschen sind nicht gleich)는 니체의 말을 인용해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특히 "사유재산을 철폐하고 모든 사람이 모든 소득을 똑같이, 균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이며, 인간의 게으름과 방만한 삶을 조성하게 된다"며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채택한 모든 나라들이 예외 없이 경제적 파탄에 빠지는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아래는 해당 칼럼 전문.
하나님, 우리 민족을 구하소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2025년 새해를 맞이한 오늘 우리나라는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계엄선포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급속한 계엄선포의 철회, 이로 말미암은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와 대통령 대리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리하는 최상목 대대리자는 물론 국무위원 전체에 대한 탄핵 위협, 이로 인한 국정 공백의 위험, 야당 편에 선 좌파 촛불집회 시민들과 일단 여당 편에 선 우파 애국 시민들의 대립과 충돌 위험, 검찰과 경찰과 공수처의 대통령 수사 경쟁, 헌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 시도와, 시도가 좌절되자 체포를 경찰에게 위임하는 헤프닝, 국가반란죄로 대통령을 헌재에 기소한 기소장에서 "반란죄"를 삭제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이재명 야당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케 함으로써 그의 모든 사법 리스크를 유야무야시키고자 하는 야당의 모습, 이에 동조하여 대통령 탄핵이란 중차대한 일의 재판 날짜를 미리 못박아 놓고 재판 절차를 정해버리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의 탄핵재판 소견서를 야권에 미리 흘린 헌재의 형사재판을 피할 수 없는 위헌적 행위, 정치활동 집단으로 변한 민주노총, 이런 현실을 보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서 무엇을 위해 투쟁해야 할지 결단하지 못하는 여당 의원들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우리의 마음을 실망케 할 뿐입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일어난 전남 무안공항 참사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가 최상의 정치질서이긴 하지만, 이 질서를 운영하는 인간의 마음에 따라 엄청난 부작용과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 세금을 투입하여 연 백억 이상의 적자를 본 무안공항 건설은 차기 선거에서 재집권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이기심의 결과물이요, 이 결과물은 결국 170여 명의 국민 생명을 희생시키고 나라를 망신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여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때에는 그렇게도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지금은 왜 잠잠한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일자는 미리 확정한 헌재가, 대통령 대리자 한덕수 총리의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일관되지 않은 헌재의 태도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심의 최후 보루인 헌재마저 공정하지 못한 이같은 현상을 보면서 내일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여기서 저는 탄핵 편에 서야 할지, 아니면 반대편에 서야 할지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각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결단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결단에서 우리는 공정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윤 대통령의 실수와 약점을 보는 동시에, 세일즈맨처럼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나라를 위해 기여한 점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의 급작스러운 국방부 청사 이전이 그의 대표적 실수라면, 체코 원전 수주는 그가 이룬 대표적 업적이라 하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좀 더 본질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 민족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과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세력, 곧 좌파와 우파의 대립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민족이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 문제는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뿌리가 아주 깊은 문제입니다.
이 뿌리는 일제 식민지 통치 기간에 일어난 독립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활동하던 독립투사들이 당시 세계 군사 대국인 일본을 이기고 나라를 해방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중국, 소련 공산당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산당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1945년 8월 우리민족이 해방되었을 때, 이들은 모택동과 스탈린의 지원 속에서 한반도에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승만 박사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체제를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1948년 8월 15일 남한 독립정부가 세워지기까지 남한의 좌익과 우익의 투쟁은 극심하였습니다. 남한 독립정부가 세워지자 박헌영을 중심한 남한의 좌익 세력은 지하로 숨어들었다가, 6.25전쟁 때 남침한 북한군이 북한으로 퇴각할 때 함께 월북하였다가 결국 김일성에게 숙청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월북하지 않은 좌익 세력은 남한 사회의 밑바닥에 숨어 있으면서 남한 사회의 혼란을 끊임없이 획책하였습니다. 그 대표적 사건이 1948년 10월 17일 여수·순천 사건과 7년 동안 지속된 제주도 4·3 사건, 6.25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리산을 중심으로 계속된 빨치산 투쟁이었습니다. 전쟁 막바지에 막강한 화력과 현대식 통신장비를 갖춘 국군의 공격으로 빨치산 집단이 와해될 때, 상당수의 빨치산들이 변장을 하고 남한 사회에 숨어들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 운동과,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애국국민 운동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곧 8.15해방과 함께 일어난 좌익과 우익의 대립에 있습니다. 물론 운동에 참여한 모든 시민들이 이 대립의 역사적 뿌리를 의식하고 참여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8.15해방 이후부터 있었던 좌익·우익의 대립이 눈에 보이지 않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좌익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한 사회 각 영역에 이른바 "간첩세력"이 숨어 있다는 항간의 이야기와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것도 이것을 증명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윤 대통령 탄핵사건도 이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 뒤를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세력이 꺾어지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이 다시 한번 승리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만일 윤 대통령이 탄핵을 면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세력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을 꺾었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탄핵을 주장하는 시민이나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이나 모두 이 사실을 의식하고 찬성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수많은 시민들은 이를 의식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윤석열 개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택할 것인가를 결단하고, 이 결단에 따라 탄핵을 지지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제3의 길, 곧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원하지만 윤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결과에 있어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을 도와주는 꼴이 되며, 이것은 남한에 숨어 있는 좌익세력이 기뻐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을 명백히 보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유명 인사들이 나라를 위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탄핵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종교를 떠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지지할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모든 사람은 똑같다", "평등하다"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도 이 생각에 기초합니다. 그래서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들도 자신의 국체를 가리켜 민주주의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모든 소득을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 "사유재산을 없애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똑같지 않다!"(Die Menschen sind nicht gleich). 부지런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게으른 사람도 있습니다. 근검절약하며 재산을 형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주가무와 윤락과 도박과 마약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거대한 빚을 짊어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유재산을 철폐하고 모든 사람이 모든 소득을 똑같이, 균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이며, 인간의 게으름과 방만한 삶을 조성하게 됩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채택한 모든 나라들이 예외 없이 경제적 파탄에 빠지는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는 예외없이 독재체제로 변질하는 문제점을 가집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까닭은,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무산계급자도 이기적 본성을 벗어날 수 없는 죄인으로, 한 번 얻은 권력을 내어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실을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과 북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생각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합니다. 그런데 이 자유는 마귀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무한한 소유욕의 자유, 무한한 성욕과 권력욕의 자유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자본주의는 극단적 빈부격차, 돈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타락한 가치관, 윤락산업의 번창 등의 문제점을 가집니다. 소수의 재벌 그룹이 국가 경제력을 장악하고 정치권력까지 지배하려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가 전제하는 개인의 자유는 자본주의 자체를 수정할 수 있는 자유, 곧 "수정자본주의"를 도입할 수 있는 자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고 나눔과 상생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자유일 수도 있습니다. 가문의 부를 이룬 재벌들이 기업의 사회적, 민족적 책임을 깨닫고, 사회와 민족을 위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한한 욕정에 사로잡힌 마귀처럼 살고자 하는 자유일 수도 있고, 비인간이었던 사람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자유, 하나님 없이 살던 사람이 하나님의 계명 속에서 살고자 결단하는 자유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가 사회주의·공산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의 자연파괴와 기후위기의 책임은 자본주의에 있다고 지적하지만,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의 자연파괴는 자본주의 국가의 그것보다 더 심한 형편입니다. 북한의 민둥산은 이를 예시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지켜 민족 번영과 통일로 가느냐, 아니면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의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하는 분수령에 서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우리 자신의 입장을 결단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이 어떻게 이룬 나라인데, 이 나라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한강의 기적"과 "한류의 기적"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살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하나님, 우리 민족을 구하여 주옵소서!"
2025년 1월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 김 균 진
*글/기사가 마음에 드신다면 베리타스 정기구독 회원이 되어 주세요. 회원가입 방법은 하단 배너를 참조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