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의롭다 함을 얻은 백성은 이웃사랑에 인색해서는 안돼"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 봄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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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년 봄학기 '혜암 이장식 교수 기념 학술세미나'가 11일 오후 서울 안암동 소재 세미나실에서 ‘구약 율법과 신약 복음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정일웅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년 봄학기 '혜암 이장식 교수 기념 학술세미나'가 11일 오후 서울 안암동 소재 세미나실에서 '구약 율법과 신약 복음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구약 율법의 구원관: 십계명의 목적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김선종 교수(한남대, 정음중앙교회)가 논찬했다.

정일웅 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구약의)십계명(율법)은 하나님이 당신을 인간에게 나타낸 의지의 선언인 동시에, 그의 백성이 모든 죄악과 억압과 착취에서 자유로운 해방의 삶을 보장하려는 참된 자유를 향한 약속(언약)의 선포"라며 "이것은 선택된 그의 백성에게 나타낸 하나님의 뜻이자 약속한 축복의 언약으로, 구원의 본질을 나타낸 것이 분명했다(출 20-23; 신 5:1-21)"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어 "그것들은 행해야 하는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하는 단순한 명령들로 보이지만, 명령보다 순종하는 자가 보호되고 누리게 될 하나님의 축복(구원)에 관한 약속이 분명했다(신 28:1-6)"며 "그 약속(언약)을 거절하는 자에게는 반대로 저주와 죽음과 파멸이 포함됐다(신 27:26). 실로 하나님의 계명은 자기 백성에 대한 애증(愛憎)이 담겨 있었다"고 촌평했다.

율법과 복음의 관계는 무엇일까? 정 박사는 율법의 목적을 3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로 "율법(십계명)은 하나님의 사랑이 전제된 가운데 주어진 선물의 의미"라며 "율법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구체적 율법 순종을 통해 그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경험할 뿐 아니라 되돌려야 하는 관계에 있다. 즉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율법 순종 요구의 근본정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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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한국신학아카데미 2025년 봄학기 '혜암 이장식 교수 기념 학술세미나'가 11일 오후 서울 안암동 소재 세미나실에서 ‘구약 율법과 신약 복음의 구원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자 김균진 원장(한국신학아카데미)이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일웅 박사, 오른쪽은 김선종 교수(한남대)

둘째로 "율법 순종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의 거룩(형상한 백성이 되는 것)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즉 하나님을 닮아 거룩한 존재임을 확인하게 되는, 거룩한 백성이 되는 방편인 셈"이라며 "인간 존재는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아 그의 백성이 되고, 세상 사람과 구별돼 마침내 신적인 온전함(거룩)에 이른다. 거룩함은 인간의 외형적 모습이나 형태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 실천을 뜻한다"고 전했다.

셋째로 "율법은 하나님 백성이 계명의 참된 순종에 이르기 위한 인간적 연습과 훈련, 그리고 연단과 관계된다. 율법은 참으로 하나님이 질서의 하나님(주인)이심을 보여주고, 하나님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요구되는 도덕적인 신 형상 본질과 연관된 가치임을 인식하게 된다"며 "그러므로 율법(계명)은 이러한 목적에 상응하게 온전한 구원을 이루는 은혜 방편의 의미를 지닌다"고 정리했다.

논의를 종합하며 정 박사는 "십계명 첫 부분인 하나님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사랑은 두 번째 부분인 이웃 사랑과 직결되고, 오히려 두 번째 계명 순종이 첫 번째 계명 순종을 확인시켜 주는 깊은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반대만으로는 전혀 올바른 계명(율법)의 순종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구약 시대에도 이 두 번째 계명 순종에 실패하면, 첫 번째도 성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셨다. 선행을 배우고, 공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고, 고아를 신원하며, 과부를 변호하라는 사실을 일러준 이웃 사랑 실천이 얼마나 하나님 사랑과 연결된 것인지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천국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던 공생애의 시작에서, 구약 율법의 구원관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연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는 예수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말씀은 중보자로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고(제물 제사 무효화), 대신 계명 순종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돼야 함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찬을 한 김선종 교수는 "정일웅 교수님의 강의는 흔히 '구약은 율법, 신약은 복음'이라는 잘못된 주장에 대해 하나님의 구원과 해방, 선행 은총을 담고 있는 율법에 대한 건전하고 건강하며 균형 잡힌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오경과 역사서를 꿰뚫어 구약 전반에 흐르는 율법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복음 사이 연속성을 강조한 던(J. D. G. Dunn)과 샌더스(E. P. Sanders), 라이트(N. T. Wright) 등이 주장한 '신약의 새 관점(New Perspective)'은 구약학자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이 아니라, 이미 구약의 율법관이 내포한 기존 개념"이라며 "율법 실천은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감격에서 오는 자발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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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이양호 박사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발제와 논평 이후에는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이양호 박사(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는 '이신칭의'라는 표현이 갖고 있는 중의적 의미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이신득의'로 수정해 사용할 것을 제안하며 'jutification'에 담긴 두 가지 의미를 풀이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루터가 강조한 'jutification'는 외부, 즉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선행 은총적 성격의 의롭다 함을 이미 얻었다는 '이신득의' 뿐만 아니라 은총에 의해서 의를 얻은 사람이 이루어가야 할 과정인 '의화'를 동시적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이 밖에 루터가 로마서와 야고보서의 충돌을 놓고 이를 문제 삼은 것은 믿음과 행위의 충돌 때문이 아니라 믿음과 행위 간 순서상의 문제를 제기한 것 뿐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루터 역시 행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한편 한국신학아카데미는 봄학기 2차 세미나를 오는 5월 9일 오후 1시 '공관복음서의 구원관'이라는 주제 아래 오성종 전 칼빈대 교수 발제, 박경미 이화여대 교수의 논찬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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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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