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왜곡된 헌신, 극단적 정치화 경향으로 이어져"

이경훈 박사, 「한국조직신학논총」 최신호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주장

일부 한국교회의 극단적이고 과격한 정치화 경향이 "사랑이 중심에서 배제된 신학과 설교와 목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회의 잘못된 선택과 왜곡된 헌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 연구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경훈 박사(장신대 객원교수)는 「한국조직신학논총」 최신호에 발표한 '신적 본질로서의 사랑: 판넨베르크 신학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논문에서 신적 본질에 관한 전형으로 선언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 관한 판넨베르크의 다차원적 논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논문에서 이 박사는 "신적 본질이 신학의 세분화와 다양화로 인해 하나님의 통일된 현실과 괴리되는 신학의 분열을 막고 신학을 통합하며 체계화하기 위한 중심 토대임을 지적했다"며 "그리고 판넨베르크의 논지를 따라 사랑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성서적 정당성과 이성적 타당성을지닌 신적 본질임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판넨베르크의 신학으로부터 신적 본질로서의 사랑의 의미는 다섯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 의미는 "신적 삶의 계시로서의 사랑"이다. 이 대목에서는 사랑을 중심으로한 삼위일체에 대한 판넨베르크의 고유한 주장인 '삼위의 자기 구분'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박사는 "판넨베르크는 몰트만과 달리 십자가만이 아니라 신적 삶 전체와 특히 부활 사건에 집중하여 사랑의 자기 구분을 발견했다"며 "구체적으로 보자면 아들의 자기 구분 속에 겸손과 순종과 공경이, 아버지의 자기 구분 속에 전권 이양과 고통의 공유와 공감이, 영의 자기구분 속에 생명 부여와 연합과 영화를 이룸이 나타난다"고 했다.

판넨베르크의 삼위의 자기 구분을 사랑과 연결한 이 박사는 "사랑의 자기 구분"이라고 표현하면서 "인격체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타자와 구분하여 드러낸다. 사랑의 인격체도 사랑의 어떤 형태로 자신을 타자와 구분하여 드러낸다. 삼위는 각 위격의 위치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로 사랑의 자기 구분을 실현하신다"고 주장했다.

둘째 의미는 "참된 무한으로서의 사랑"이다. 판넨베르크의 '참된 무한' 개념에 관해 이 박사는 "그는(판넨베르크는) 이 개념이 하나님에 대한 철학적 예비 개념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것은 유한과 대립하면서도 그 대립을 극복하는 진정한 무한의 개념이며 성서의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인 하나님의 표상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판넨베르크는 신적 본질 개념을 세차원으로 구분한다. 첫째, 신적 본질의 예비개념으로서, 성서적 신적 본질의 최소 조건을 형성하는 참된 무한 개념의 철학적차원이다. 둘째, 주로 구약에 근거한 신적 본질의 중간적 개념으로서, 그 활동의 방식과 형태를 특징 짓는 영개념의 창조적이고 역사적인 차원이다. 셋째, 주로 신약에 근거한 신적 본질의 궁극적 개념으로서, 그 활동의 내용과 의미를 특징짓는 사랑 개념의 구속적이고 종말론적 차원이다"라고 그는 부연했다.

이 박사는 "하나님이 사랑이심을 말하려면 하나님에 대한 성서의 근원적인 묘사인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인 영으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진술의 최소 조건으로서의 참된 무한성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참된 무한 개념을 '사랑의 최소 조건'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이해는 목회 현장에서 이해를 추구하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신앙을 불합리한 것으로 오해하는 불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무한성과 사랑을 모순 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했다.

셋째 의미가 역사적-현상적 차원과 관련된 "생명의 영으로서의 사랑"이라면 넷째 의미는 심리적-영성적 차원에서 셋째 의미와 직결된 "'인격 구성의 근거'로 나타나는 인격의 신비로서의 사랑"이다. 셋째, 냇째 의미를 가로 지르는 판넨베르크의 담론은 "사랑은 관계"였다.

이 박사는 그러나 판넨베르크의 관계는 "인격으로 단순히 환원되지 않는다"며 판넨베르크에게 "나와 너 사이를 장악하는 사랑의 힘, 인격적 사귐의 관계, 그 관계를 통한 인격의 구성과 인격 그 자체 모두 신비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랑과 인격을 하나님의 신비로 보는 관점은 물질 만능과 인격 경시의 풍조 속에서 축복과 기적의 신비에 매료된 교회들이 신비한 인격적 사귐을 일으키시는 사랑의 하나님께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섯째 의미는 "신적 통일로서의 사랑"이다. 이 대목에서는 삼위일체 교리에서 하나님을 설명하는 핵심 용어 페리코레시스, 즉 '삼위 하나님의 상호 내주'에 대한 판넨베르크의 입장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판넨베르크는 삼위가 먼저 전제되는 페리코레시스를 반대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또 다른 "기초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판넨베르크는 성부의 군주성을 삼위가 함께 페리코레시스의 외적 활동과 내적 교제를 통해 구성하는 신성으로 간주했고 신적 삶과 신적 구성을 구분하지 않았다"며 "이는 그가 하나님을 종말의 완성된 미래로부터 오시는 분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판넨베르크 신학을 중심으로 사랑의 다차원성을 설명한 이 박사는 논의를 마치며 "사랑이 신적 본질이라면 사랑의 의미는 윤리와 감정의 차원으로 축소될 것이 아니라 통전성을 지향하며 다차원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며 "이것은 사랑이 중심에서 배제된 신학과 설교와 목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회의 잘못된 선택과 왜곡된 헌신을 교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헌신의 대표적 사례로 "일부 한국교회의 극단적이고 과격한 정치화 경향"을 들었다. 그는 "이는 하나님을 지배적 통치자로 인식하고 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명 의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본질을 철저히 사랑으로 이해하고 이를 실천해 나갈 때 교회의 신앙적 목표와 실천 방식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본질에 부합하는 내용과 형태로 재구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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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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