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 「신학논단」 제117집 연구논문서 주장

calvin
(Photo : ⓒ나무위키)
▲장 칼뱅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최초의 진화론 사상가로 불리는 라마르크보다는 250년, 다윈보다는 300년이나 앞서 살았던 인물인 칼뱅에 대해 "그가 진화론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지'를 추론했다.

이 교수는 특히 칼뱅의 창조론을 언급하며 칼뱅이 천문학을 가리켜 "신학의 ABC"라고 정의한 대목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그 말이 생물학에도 해당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그처럼 칼뱅은 16세기 인물로서는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으며 초보적이긴 해도 진화론적 개념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칼뱅이 생전에 진화론을 접했다면 처음에는 반발하거나 유보적이었을 수 있으나, 과학적 사실로 인정됨에 따라서 그것을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증거하는 재료, 즉 신학의 ABC로 삼았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그가 진화론을 프레임으로 본격적인 유신진화론 또는 진화론적 창조론을 펼쳤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에서 이 교수는 칼뱅이 자연과학에 대해 열려있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칼뱅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자연 세계나 법칙을 연구하는 것은 '철학자'의 몫으로 여겼다"며 "당시는 천문학과 물리학, 의학 정도 외에 자연을 다루는 분야가 없어서 '철학'이 여전히 그런 학문을 대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칼뱅이 자연과학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과학자들을 존경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칼뱅에 따르면 자연과학은 자연의 원리나 작용들을 규명하는 이상으로 그 모든 것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알고 그 분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

이 교수는 그러나 "칼뱅이 자연과학자들을 비판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들이 본분을 잊고 하나님을 배제하거나 무시하고 사람들을 그릇된 길로 인도할 때다"라며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신앙조항을 폐기한다'든지 하는 경우, '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장래의 일들을 알아맞히려는 사기'일 경우 비판하기도 했다"고 했다.

칼뱅이 성서가 창조에 관해 기록한 모든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점도 부각시켰다. 이 교수는 "이는 그의 성서 해석이 문자주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문자적 해석에 충실했고 성서의 진술을 믿고 설명했지만 당시 알려진 사실과 반대될 경우는 그 점을 인정하고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칼뱅은 "하늘 위의 물'에 대해 '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믿기 어렵다면서, 여기서 '천문학과 숨겨진 미묘한 지식을 배우려는 사름으 다른 데서 그것들을 찾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칼뱅은 하늘 위의 물을 "수증기"와 '구름"으로 해석했고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것이 즉시 떨어지지 않고 우리가 숨을 쉬도록 공간이 있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할 이유를 갖는다"라고 했다.

지속적 창조에 대한 칼뱅의 입장도 유추했다. 이 교수는 "칼뱅에게서 하나님의 창조는 그 분의 섭리좌 직접 연결된다"며 "창조를 태초에만 제한하지 않고 그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창조와 섭리의 상호 공속적 관점에서 그가 '지속적 창조'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칼뱅이 지속적 창조를 말했다는 것은 그가 자연의 발전이나 변화를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론 칼뱅이 창조주의 능력과 위엄을 말하기 위해서 세상이 "균형과 조화 면에서 아무것도 덧붙일 수 없는 지고의 완전성"을 가졌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칼뱅이 아담의 죄로 인해 "비옥한 땅이 가시들과 다른 해로 운 덤불들로 퇴화되는" 땅의 "불모화"를 말했던것도 퇴화된 자연상태 "예수그리스도가" "은총으로" 수선"했다는 것도 그가 자연의 변동 이나 변화, 발전을 말했다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논의를 종합하며 이 교수는 "칼뱅은 16세기 인물로서는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으며 초보적이긴 해도 진화론적 개념도 가지고 있었다"며 "그는 과학의 결과들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며 "칼뱅이 생전에 진화론을 접했다면 처음에는 반발하거나 유보적이었을 수 있으나 과학적 사실로 인정됨에 따라서 그것을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증거하는 재료로 삼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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