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체면이 요즈음 말이 아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더니 이번엔 현직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된 검사장을 해임조치했다. 현직 검사장의 구속과 해임은 검찰 68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 구속, 해임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이번엔 현직 김형준 부장검사가 사업을 하던 고교동창 김 모씨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부장검사와 김 씨 사이에 오간 단문 메시지가 <한겨레>에 공개됐는데, 그 내용이 말 그대로 낯 뜨겁다. 이미 복수의 언론에서 문자 메시지 내용이 상세 보도됐기에 더 이상의 첨언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단, 이 문자 메시지는 고위직 검사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동창에게 월급 받아가듯 뇌물을 받아갔고, 동창은 검사를 방패막이로 법망을 피하려 했음을 고스란히 폭로한다.
아마 법원 문턱을 한 번이라도 넘나들어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검사 한 사람이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지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결국 잇달아 불거지는 검사들의 일그러진 행각은 검사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제 잇속 채우는데 사용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검찰 자체개혁, 기대할 수 있나?
문제는 검찰이 얼마나 자정의지를 갖고 소위 ‘영'을 세울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도 없다. 지금 한창 입길에 오르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향후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하다.
기자는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면 김 부장검사의 징계는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삐딱해서가 아니다. 이미 선례가 있어서다.
지난 2010년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은 놀라운 내용을 폭로했다. ‘검사와 스폰서'편을 통해 검찰과 경남 지역 건설업자의 유착을 폭로한 것이다. 건설업자 정 모 씨는 검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정 씨가 제공한 향응엔 성매매 알선까지 포함됐다. 이 보도는 ‘스폰서 검사'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대검찰청과 관할관청인 부산지방검찰청 홈페이지는 항의가 빗발쳐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검찰 조직은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그러나 태산명동 서일필이라고, 시작은 요란했지 결말은 용두사미였다.(당시 진상조사단장은 훗날 박근혜 정권의 첫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검사였다)
진상조사단은 스폰서 의혹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에게 뇌물수수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직무유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다른 핵심인 한승철 당시 대검감찰부장에 대해선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겼지만 2011년 대법원은 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후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스폰서 검사 파문의 주연이었던 박 전 지검장은 4월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나서며 정치입문을 넘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박 전 지검장은 공천 경선에서 배제됐고,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반면 스폰서 정 씨는 혹독한 보복에 시달렸다. 검찰은 정 씨를 먼지털듯 털었다. 정 씨는 후속보도에서 "검찰이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의 통장까지 뒤졌다. 난 완전히 파멸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갖가지 수사기법을 지니고 있다. 만약 검찰이 누군가를 특정해 온갖 수사기법을 사용해서 추궁하면 당하는 쪽은 죽음 일보직전까지 내몰린다. 그래서 검찰 수사 전후로 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여기엔 지위고하가 없다.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롯데그룹 2인자로 불린 이인원 부회장은 검찰 출두가 임박한 시점에 역시 자살을 택했다.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의자는 79명에 이른다. 제보자 정 씨도 검찰의 보복성 수사에 시달렸다.
지금 검찰이라고 다를까? JTBC뉴스룸은 서울 서부지검이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리연루 사실을 알고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혹시라도 김 부장검사의 비리를 언론에 제보한 동창생 김 씨를 더욱 강도 높게 추궁하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김 씨의 신변이 우려스럽다.
검찰이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세로 환부를 도려냈으면 좋으련만, 그간 보여준 모습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런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이란 두 개의 칼을 휘두르는 이 나라에 살기 너무 불안하다.
도대체 검찰은 언제나 정신을 차릴까? 우리는 언제나 살아 있는 권력에 칼끝을 겨누는 검찰을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