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는 4일 페이스북에 "설교가 끝난 뒤 목사가 가장 듣기 곤란한 말 중 하나가 '오늘 설교가 정치적이었다'는 말"이라며 "설교자는 성경 본문을 충실히 풀었을 뿐인데, 왜 어떤 이들에게는 정치적으로 들리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가 설교와 정치의 관계를 성찰하는 글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목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설교가 끝난 뒤 목사가 가장 듣기 곤란한 말 중 하나가 '오늘 설교가 정치적이었다'는 말"이라며 "설교자는 성경 본문을 충실히 풀었을 뿐인데, 왜 어떤 이들에게는 정치적으로 들리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교회에서 '정치적 설교'라는 표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로 역사적 경험을 지적했다. 해방 이후 한국 개신교가 반공 이데올로기와 깊이 결합했고, 민주화 과정에서는 교회 내부에서도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갈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단이 특정 정치적 언어와 결합한 경험이 교인들에게 일종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강단이 특정 이념에 포획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역사적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1930년대 독일의 '독일 그리스도인 운동'을 언급하며, 나치 이데올로기가 신학으로 포장되어 교회 강단에서 민족주의와 인종 우월주의가 설교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고백교회가 바르멘 신학선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권력이나 인물을 하나님의 계시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반대로 극좌적 이념 역시 교회를 왜곡시킨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냉전기 동유럽 일부 교회가 사회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설교를 했고, 라틴아메리카 일부 해방신학 급진 분파에서는 계급투쟁의 언어가 설교 속에 직접 들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복음이 특정 정치 프로젝트에 종속되는 순간 또 다른 이데올로기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한국 교회 역시 이러한 양극단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회에서는 특정 정치 지도자를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정치 권력에 신학적 정당성을 부여했고, 반대편에서는 설교가 정치 투쟁의 구호와 구별되지 않는 수준까지 나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교가 정치와 완전히 무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성경 자체가 이미 정치적 맥락을 담고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출애굽기의 노예 해방 이야기, 아모스의 사회 정의 비판,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와 로마 제국 질서의 긴장 등은 모두 사회와 권력 구조를 비추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설교가 정치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설교자의 의도 때문이 아니라 "말씀이 듣는 사람의 삶을 비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 소비, 투표, 인간관계 등 구체적 삶의 영역을 성경이 비추면서 듣는 사람에게 정치적 울림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르틴 루터의 말을 인용해 "내가 말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나를 읽어 내려간다"고 설명하며, 말씀은 사람의 양심과 삶의 자리까지 파고들어 질문을 던지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나님 나라의 정치색은 좌도 우도 아니다"라며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의 모든 이데올로기에 '아니오'라고 말한다"는 칼 바르트의 표현을 소개했다. 특정 정치 프로젝트와 하나님 나라를 동일시하는 순간 설교는 본래의 자리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설교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강단에서 특정 후보나 정책을 지지하는 순간 설교자는 말씀의 종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의 주인이 된다"며 설교자가 정치적 의도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자가 억지로 정치적 메시지를 넣지 않아도 성령은 말씀을 통해 사람의 삶을 흔드신다"며 설교자는 본문을 충실히 풀고 그 말씀이 각자의 삶을 비추도록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설교가 정치적으로 들린다면 먼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같은 설교를 듣고도 누군가는 진보라고, 또 누군가는 보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말씀이 각자의 자리와 신념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