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변화하는 복음주의권의 정치참여 논의

신간<복음주의 정치 스캔들>

▲신간 '복음주의 정치 스캔들' ⓒ홍성사

복음주의자들의 다소 투박한 정치참여를 비판하는 신간 <복음주의 정치 스캔들>(The Scandal of Evangelical Politics)이 나왔다. 저자 로날드 사이더는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사회참여를 위한 복음주의 운동’을 창설한 바 있다.

지난 세기의 후반에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참여는 왕성해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자였던 제리 폴웰은 1965년 “성경을 믿는 목회자가  순전한 복음 전하는 일을 그만두고 공산주의와 싸우거나 인권운동 등 다른 일을 시작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정치참여를 회의했지만, 불과 15년 뒤 ‘도덕적 다수’라는 새로운 종교우익 운동의 지도자가 되어 온갖 공공토론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로 미국의 수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정치참여에 나섰고, 이러한 경향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도 나타났다. 

곧 이들의 활동은 한계에 봉착했는데, 사이더는 이를 ‘비참한 실패’라고 요약했다. 대표적으로 1991년 잠비아의 복음주의자 프레더릭 칠루바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내각에 몇몇 복음주의 목사들을 등용하곤 잠비아를 ‘기독교 국가’로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의 가치에 입각한 정치는 커녕 인권을 짓밟고, 반대파를 구금고문하고, 재선을 위해 부정부패를 일삼다 결국 탄핵 위기를 맞았다.

모순도 생겨났다. 복음주의자들은 빈민구제 정책 있어서는 ‘빈민 돕기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할 문제’라며 반대하면서도, 동성애, 낙태, 포르노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의 선택을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이는 “자유주의 입장을 취하다가 반자유주의로 넘어가는 듯해 혼란스럽고 피상적으로 비쳐진다”는 지적이다.

사이더는 실패의 원인으로 ‘정치철학의 부재’를 제시했다. “복음주의자들의 정치활동이란 ‘준비, 발사, 조준’이 전부다” “복음주의 공동체는 … 기본 원리는 거의 고찰하지 않고 신앙심에서 실천으로 건너뛰려고 한다”는 몇몇 저명한 복음주의자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사이더는 복음주의자들이 “성경에 근거한 정치철학이 무엇인지를 정교하게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번 책에서 ‘성경의 정치 이야기’, ‘신앙적 정치방법론’, ‘국가의 성격 및 목적과 한계’, ‘인권,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을 설명한다.

당장의 이슈-낙태, 안락사, 유전공학, 기아, 이혼, 동성애 등-를 논하기도 한다. 정의문제와 창조세계 보전의 문제 등 기존의 복음주의권에서 소극적으로 논의되던 주제도 적극적으로 다룬다.

복음주의권의 변화하는 정치참여 논의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
로날드 사이더 Ronald J. Sider
예일 대학교에서 역사학(Ph. D.), 예일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전공. 1973년 칼 헨리, 짐 월리스, 사무엘 에스코바 등과 함께 ‘복음주의적 사회 참여를 위한 시카고 선언’을 만들었고, 1974년 로잔 대회에서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는 동등한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선언되는 데 기여했다. 팔머 신학교에서 오랫동안 신학교수로 재직했고, ‘사회 참여를 위한 복음주의 운동’(Evangelicals for Social Action)을 창설했다.

차례
1부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참여와 스캔들
1. 비참한 실패, 새로운 기회

2부 성경에 근거한 접근법
2. 신앙적 방법론 / 3.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정치

3부 견고한 체제 세우기
4. 국가의 성격 및 목적과 한계 / 5. 정의 / 6. 인권, 민주주의, 자본주의
7. 인간 생명의 존엄성 / 8. 결혼과 가정 / 9. 종교의 자유, 교회 그리고 국가
10. 중재와 정의로운 전쟁 및 비폭력 / 11. 창조세계에 대한 돌봄 / 12. 국가와 국제 관계

4부 신실한 정치참여를 통한 이웃 사랑
13. 성경적 균형과 역사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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