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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정치와 경제의 도덕성에 대하여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입력 Apr 17, 2012 06:19 AM KST

서구의 근현대는 중세의 낡은 종교도덕을 깨고 나온 것이다. 따라서 서구 근현대의 정치경제철학에서는 종교와 도덕을 배제하는 강한 흐름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케인즈의 경제이론이 결합되어서 정치와 경제에서 종교와 도덕을 배제하는 원칙이 확립되었다.

미국의 진보적인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정치경제의 정책에서 종교와 도덕을 당연히 배제하려고 한다. 그런데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된 이래 민주당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은 카터와 클린턴과 오바마뿐이다. 이 세 사람의 특징은 종교적 열정과 도덕성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성추문으로 탄핵의 위기까지 몰렸던 클린턴도 도덕성을 내세움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공약한 만큼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교육 현장에 도덕적 가치를 구현하려고 애 썼다.

그 동안 민주당의 진보 정치인들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가지고 나왔어도 종교적 열정과 도덕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들고 나오는 레이건과 부시 같은 보수 정치인들에게 번번이 패배하고 말았다. 레이건과 부시는 시장과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고 종교와 도덕의 공동체적 가치에 반하는 정치를 추구했으면서도 내세우기는 종교적 열정과 도덕적 가치를 내세웠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종교와 도덕의 공동체적 가치를 내세운 레이건과 부시 같은 보수 정치인들이었다. 그리고 반지성적이고 극보수적인 집단과 인물들이 종교와 도덕을 독점하게 되었다.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들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 책의 핵심은 정치와 경제에서 정의를 논할 때 도덕성과 종교적 열정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덕과 종교의 공동체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가정과 사회의 공동체 속에서 도덕적 가치와 종교적 열정을 품고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과 심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서구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현대사가 종교적인 열정과 함께 진행되었다. 동학에 의해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났고, 기독교와 천도교를 중심으로 삼일독립운동이 전개되었고 기독교인들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한국현대사에는 종교적 열정과 도덕적 가치가 깊이 배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지식이론과 읽는 책들은 거의 다 정치와 경제에서 종교와 도덕을 배제하는 서구철학에 근거한 것들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삶은 종교와 도덕을 존중하는데, 한국인들의 머리는 종교와 도덕을 무시하려든다. 한국인들의 삶과 머리가 분열된 것이다.

민주당 후보 한 사람의 막말 파동이 이번 선거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서 정치와 경제에서 도덕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당을 이끌어가는 책임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도덕성의 문제를 국민 전체의 심정과 처지에서 진지하고 철저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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