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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대화만이 가야할 길”
5일 개막 7일까지 이어져...이홍정 NCCK 총무 정의·평화 가치 역설

입력 Mar 05, 2018 11:44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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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5일 오전 서울 라마다 동대문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5일 오전 서울 라마다 동대문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국제협의회는 지난 19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아래 88선언)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88선언은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에큐메니컬 운동의 과제로 설정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통일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중요한 선언이다.

특히 NCCK는 이 선언에서 "특별히 분단 체제 하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민족 구성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의사결정과정에서 늘 소외되어온 민중의 참여는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울라프 트베이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는 피터 프루브 WCC 국제협력국장이 대신 낭독한 기조 성명에서 88선언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당초 참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유럽에 불어 닥친 한파로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끝내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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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5일 오전 서울 라마다 동대문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88선언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선언이 그 역사적,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얼마나 예언자적이고 용감한 선언이었는지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선언이 채택되었을 당시 남쪽 국민과 교회는 여전히 오랜 군사독재의 영향 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중략) 1988년 초에 정치적 조류가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측 국민과 WCC 회원교회는 북과의 접촉에 강하게 반대하는 편이었다.

이는 국가보안법에 따른 가혹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수십년에 걸친 강력한 반공산주의 선전, 그리고 북의 생활에 대한 완전한 정보 통제에 기인한 것이었다. WCC 제10차 총회 성명서는 교회와 사회에 관한 부분에서 88선언이 지닌 중추적이고 결정적인 본질을 인정하고 1) 자주적 통일 2) 평화통일 3) 신뢰와 협력을 통한 민족 대단결 4) 민의 참여에 의한 민주적 통일 5) 인도주의에 기초한 남북관계 등 5대 통일 원칙을 확언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이어 "한반도 또는 어느 곳에서든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장 근본적인 기독교적 가치와 배치된다"라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경로는 이러한 재앙의 가능성을 줄일 모든 수단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대화만이 우리가 가야할 경로"라고 선언했다.

생명 안보 담보하려면 냉전 구조 타파해야

이홍정 NCCK 총무는 이어진 기조 강연에서 생명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무는 1953년 판문점에서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 앞서 1952년 일본과 연합국간 맺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이후 한국 정부와 주변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 관철을 위해 남북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냉전·분단 구조의 재구성만이 한민족의 해방과 생명 안보를 담보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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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5일 오전 서울 라마다 동대문호텔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이홍정 NCCK 총무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냉전 지향적인 한국정부와 한반도를 둘러싼 초강대국들은 민중의 생명 안보를 희생시켜 정부 중심의 국가 안보 체제와 정책을 강화했고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폭력을 고안했다. 남과 북의 민중은 서로에 대해 적대적인 이방인이 되었고, 왜곡된 이념을 가지게 되었으며, 세계 체제에서 집단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그 결과 한반도는 이제 종말론적 규모의 대량 살상 무기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적대적인 공생 체제로서 샌프란시스코-판문점 체제는 한반도 민중의 생명 안보망을 유지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중략) 이제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고 샌프란시스코-판문점 체제를 동북아시아 공동의 평화 안보 체제로 재구성할 때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민중과 생명 중심의 안보 체제로서 ‘적극적' 평화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 총무는 강연을 마치면서 "민중의 생명 안보는 정의와 평화의 과정, 즉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라면서 "정의와 평화는 민중 생명 안보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88선언 국제협의회 개막식엔 NCCK, WCC,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미국교회협의회(NCC), 국제 기독교구호기관인 ACT 등 국내외 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완상 전 통일·교육부총리도 이날 협의회에 참석했다. 한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가 평양에 도착한 사실을 거론하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생긴 평화의 계기가 북측과의 대화로 이어져 오슬로 프로세스 못지않은 평창 프로세스가 한반도 및 모든 세계에 확산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국제협의회는 오는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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