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설교] '진정 하나님을 믿는가?'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장신대 교수모임 박상진 공동대표

입력 Mar 12, 2018 12:08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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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60명이 12일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장신대 교수모임’ 출범을 선언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이 13일 관련 심리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선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연합기도회'가 열렸다. 대표설교를 맡은 세습반대 교수모임 공동대표 박상진 교수는 '진정 하나님을 믿는가?'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세습 정당화 논리의 이면엔 '불신앙'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명성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해야 한다고 이렇게 간절히 외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아래는 박 교수의 설교 전문이다. 편집자 주]

세습은 불신앙입니다. 세습은 진정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아들 이외의 다른 사람이 담임목사가 되면 교회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명성교회의 목회세습 강행의 현실 앞에서 다시금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 하나님을 믿는가? 과연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신뢰하는가?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가?

지난 2월 27일 재판은 감사하게도 일부 공개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재판에 방청하면서 취재한 기자가 쓴 한 교계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명성교회 장로인 피고측 변호사가 이런 변론을 했습니다. "사실 자녀에 의한 승계 문제가 이단이나 십계명을 위배하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명성교회에 제3자가 오면 교회가 쪼개진다."

다른 사람이 와서 목회를 하면 안 되고 아들이 세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밑바탕에 무엇이 있습니까? 불신앙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의 생각으로 판단합니다. 인간의 생각으로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방법을 찾습니다. 교회를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고 인간들의 손으로 붙들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합니다. 하나님의 정의에서 떠나 인간의 계산으로 결정합니다.

십계명의 제1계명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다른 것을 믿지 말고, 어떤 것보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제2계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이외의 것을 섬기면 그것이 우상숭배라는 것입니다. 십계명 전체의 기본 정신은 하나님을 믿고 오직 그 분만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정의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습은 십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피고측 변호인은 ‘십계명을 위배하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변론했지만 세습은, 더군다나 총회 헌법의 세습방지법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주에 행해진 세습은 십계명을 위배하는 진리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세습을 강행한 두 분 목사님과 당회원 장로님들이 그 교회를 사랑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 교회가 계속 성장하고 그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때로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보다 교회를 더 사랑하는 교회주의, 하나님보다 교회성장을 더 중히 여기는 교회성장주의는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구약에 나타나는 한 제사장의 비참한 실패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로 엘리 제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로 인해 하나님께서 엘리를 책망하시는 내용이 삼상2:29에 나타납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내 처소에서 명령한 내 제물과 예물을 밟으며 네 아들들을 나보다 더 중히 여겨 내 백성 이스라엘이 드리는 가장 좋은 것으로 너희들을 살지게 하느냐" 엘리의 실패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네 아들들을 나보다 더 중히 여긴' 것입니다. 아들을 하나님보다 더 중히 여겼습니다. 아들을 하나님의 정의보다 더 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 바로 세습의 본질입니다.

우상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보다 더 중히 여기는 것이 우상입니다.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이 우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습은 우상숭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공의보다 아들을 더 중히 여기고, 하나님의 정의보다 교회성장을 더 중히 여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형교회의 힘을 의지하고, 재력과 권력을 의지하고, 그래서 한 노회를 무력화시키고, 한 교단을 무력화 시킨다면, 그래서 하나님의 공의보다 그 힘을 더 의지한다면 이것들도 우상이 되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장신대 졸업 기수 또는 입학 학번 동기들이 참여해서 3000여명이 명성교회 세습 반대 및 철회 촉구에 서명한, 그야말로 교회사의 유례가 없는 일이 촉발된 원인은 분노입니다. 한 대형교회가 노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총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의분입니다. 세습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분노이기도 하지만, 정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저항입니다. 권력에 의해 하나님의 공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해, ‘이것은 아니다'라는 외침입니다.

금번의 명성교회 세습철회 요구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태극기냐 촛불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좌파들이 한국교회 죽이기에 나섰다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장신대가 모두 좌경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남과 호남의 갈등이라는 지역 갈등론으로까지 몰고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금번 명성교회 세습철회 운동은 정의냐 불의냐의 문제입니다. 진리냐 비진리냐의 문제입니다. 교회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냐의 문제입니다. 개인이 하나님보다 더 높아지는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개 교회 권력에 대한 울분이요 정의를 향한 외침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신앙적으로 잘못되었고, 윤리적으로 잘못되었으며, 무엇보다 총회 헌법에 분명히 규정되어 있는 세습금지법을 어겼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잘못이라는 판단이 왜 이렇게 더디게 나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선고 재판이 2월 13일로 연기되었다가 2월 27일로 연기되었다가 또 다시 3월 13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재판의 연기는 아직 아무런 재판 판결을 하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 불의를 지속시키고 공고히 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재판의 연기는 마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은 재판이라는 인상을 풍기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처럼 선거무효소송 같은 행정소송은 그 중요성과 영향력으로 인해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게 되어 있고, 30일까지만 연장을 할 수 있게 하여 도합 90일 이내에는 결론을 내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국은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세 차례에 걸쳐 재판을 연기함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는 시간에 굴복당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시간의 지연을 통해 왜곡되거나 희미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공의는 선명하고 확실하며 영원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분명하고 확연해집니다. 우리는 시간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의 편에 서서 끝까지 불의에 대해 ‘아니다'라고 계속 말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지속적으로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어느 지역의 장로연합회를 비롯한 교계 일각에서는 장신대 교수들의 세습철회 기도회를 그만두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신학교수 본연의 임무만을 잘 수행하라고 말합니다. 신학교수 본연의 임무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신학교수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요? 더군다나 총회의 헌법마저 유린하며 세습을 강행하는 이 교단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 성경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교단 신학대학 교수의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요?

진정한 신학함이 무엇입니까? 오늘날 한국교회의 가장 필요한 신학은 한국교회를 개혁하는 신학입니다. 신학교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책상 앞에서만, 도서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신학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해 응답하며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는 신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서신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의 의미를 분명히 밝히고 왜곡된 성서이해와 말씀에 어그러진 실천에 대해 성서의 빛을 비추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역사신학은 교회사에 비추어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지혜를 얻는 학문입니다. 조직신학은 올바른 교리와 신앙고백에 근거해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되고 더러워지고 뒤틀린 목회실천을 바르게 세우는 학문입니다. 기독교윤리학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서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실천신학은 목회현장의 한복판에서 하나님보다 높아진 모든 것을 사로잡아 하나님께 복종시키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장신대가 속해있는 교단 총회의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적인 세습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 이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말하는 것, 그리고 온 몸으로 그 불의와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학함입니다.

저의 전공은 신학 영역 속에서 기독교교육학 분야입니다. 목회세습은 기독교교육학의 이슈임을 처절하게 깨닫습니다. 오늘날 다음세대의 위기를 말하는데 이것은 교회학교 내부의 문제로 인한 것만이 아닙니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가 아이들이 보기에도 창피한 곳이 되는 한, 다음세대의 부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다음세대 부흥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목회세습을 비롯한 한국교회의 퇴행적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세대를 위해서라도' 세습은 철회되어야 하고, 다음세대가 ‘세습이 없는' 건강한 교회의 주역들이 되어 영광스러운 한국교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운동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도 있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 운동이 증오나 미움의 운동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동력이 되는 운동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습철회운동은 명성교회를 사랑하고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운동입니다. 명성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해야 한다고 이렇게 간절히 외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 하나님보다 높아진 것들, 하나님보다 더 소중해진 것들을 내려놓는 변화가 수반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완전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 앞에서 우리 모두가 새로워져야 할 존재임을 깨닫고, 겸손히 우리도 개혁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 2절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출애굽의 역사를 일으키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신 분은 어떤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하는 것도 어떤 지도자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것임을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그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그 하나님을 진정 믿고, 그 하나님보다 높아진 모든 것을 내려놓음으로 오직 하나님만을 존귀케 하는 명성교회와 총회 재판국과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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