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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자의 눈에 들어온 진실, 부조리 예고하다
[리뷰] 왜곡된 신앙 고발한 OCN 드라마 <구해줘2>

입력 Jul 07, 2019 10:27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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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OCN)
일그러진 신앙을 고발한 드라마 <구해줘2>

목사는 살인자다. 그리고 장로는 사기꾼이다. 소름끼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현실은 아니다. 6월 27일 막을 내린 케이블 채널 OCN 드라마 <구해줘2>의 설정이다.

이 드라마 <구해줘2>의 원작은 <염력>, <부산행>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2013년 작 에니메이션 <사이비>다. 전작 <구해줘>가 사이비 종교와 지역 정치인의 유착을 그렸다면 <구해줘2>는 조그만 시골마을의 순박한 주민들이 왜곡된 종교적 신념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든 드라마든, 결말을 알고 보면 흥미가 떨어진다. 원작 에니메이션을 본 터라 처음 이 드라마를 볼 때 크게 재미는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 수록 재미는 절정에 달했다. 원작자인 연상호 감독 스스로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권 감독과 서주연 작가를 극찬했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민철 역을 맡은 엄태구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차이나타운>, <밀정>, <택시운전사> 등의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엄태구는 이 드라마에선 거의 매장면 모습을 드러내며 그간 쌓아온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기꾼 장로 최경석 역을 맡은 배우 천호진의 연기도 압권이다. 천호진은 KBS 2TV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해 우리네 아버지상을 연기하며 '국민 아빠'로 등극했던 배우다. 그런 배우가 이번엔 사기꾼 역을 맡아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엄태구와 천호진의 연기 '케미'는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포인트다.

목사 성철우 역을 맡은 배우 김영민의 연기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부목사로 시무하던 교회에서 쫓겨나 월추리 개척교회로 오게 된 성철우는 처음엔 최경석을 은인으로 여긴다. 그러나 최경석의 실체를 파악하곤 스스로 신의 소명을 받기라도 한 듯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15회 차에서 최경석과 성철우는 마주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곤 누가 더 악한지 비교하며 서로를 비웃는다. 그리고 마지막 회인 16회 차에서 성철우는 자신의 신앙에 회의하며 십자가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몸을 던진다. 이 두 장면은 이 드라마의 최고 명장면이라 할 만 하다.

사이비 종교 삐딱하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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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OCN)
월추리 주민들은 사기꾼 최경석의 꾐에 넘어가 왜곡된 신앙을 갖기에 이른다.

원작 <사이비>와 드라마 <구해줘2>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척 의미심장하다.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는 댐 건설로 물에 잠기는 시골마을 월추리다.

사기꾼 최경석(천호진)은 주민들이 받는 보상금을 노리고 접근한다. 그는 자신을 명문대인 한국대 법대교수로 소개하는데, 주민들은 그의 중후한 외모와 예의바른 태도를 보고 경계를 풀어 버린다.

그러나 마을 주민 가운데 그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본 이가 있었다. 바로 동네 건달 김민철(엄태구)이었다. 김민철은 살인으로 복역했고, 어머니와 동생 영선(이솜)마저 그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민철이 아무리 최경석을 사기꾼이라고 지목해도 그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김민철의 어머니는 아들을 '사탄'이라고까지 부르며 적대시한다.

이 드라마의 최대 부조리는 바로 이 지점, 즉 마을주민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김민철 만이 유일하게 최경석을 알아본다는 극적 설정이다.

드라마는 순박했던 월추리 주민들이 사이비 종교의 마수에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다. 심지어 김민철의 누나는 폐암으로 죽어가는 와중에도 되려 자신의 전 재산을 최경석에게 갖다 바친다.

그러나 왜곡된 신앙이 가져오는 해악을 고발한 언론 보도나 영화는 많았다. 특히 이 주제는 공중파 방송 시사 고발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다.

<구해줘2>와 드라마의 원작 <사이비>는 다른 관점, 즉 마을 사람에게 버림받은 악인 김민철의 시선으로 왜곡된 신앙을 고발한다. 이 같은 설정은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한 번 따져보자. 발화자, 즉 말하는 이가 목사 혹은 장로의 위치에 있다고 그의 말을 무턱대고 믿지 않았나? 역으로 말하는 이가 하잘 것 없는 존재라고 그의 말 자체를 아예 외면하지 않았나? 더 근본적으로, 달을 가르키는 데 달 대신 손가락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나?

한국교회는 유난히 신도의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유할수록 융숭한 대접을 받고, 그의 말 한 마디가 교회의 공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드라마 <구해줘2>의 설정이 불편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개신교를 사이비 종교로 오인하게 했다며 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을 냈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분위기는 사기꾼이 장로 행세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하긴, 현실에서도 ‘장로 대통령 뽑아 부자 되세요'란 주문에 홀린 많은 개신교인들이 이 나라를 장로를 참칭한 사기꾼에게 갖다 바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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