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진정성으로 정당성을 얻으려는 목회자들에게"
[서평] 김문선, 『돈 일 교회』(이야기북스)

입력 Sep 07, 2019 09:15 AM KST
money_01
(Photo : ⓒ이야기북스 제공)
▲김문선 목사의 『돈 일 교회』(이야기북스)

"진정성이 정당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진심어리다고 내용이 무조건 옳게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진실하다고 진리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수많은 설교와 목회 현실을 두고 하는 생각이다.

많은 경우에, 진정성을 담으면 옳게 들리고, 좋게 보인다. 특별히 설교가 그렇다. 진심어린 설교는 그릇된 사상과 빈약한 논리를 감추는 화술의 절묘한 기법이다. 이런 화술의 허무함과 신학적 불건전함을 분별할 능력이 없는 이들은 진심어린 설교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 '아직도' 교회를 떠나지 않은 이들 중 상당수가 이런 사람들 아닐까? 이런 이들이 유튜브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그러나 동시에 진심어린 설교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현실 아닐까?

개신교가 위기라면, 무엇이 위기인가. 세습? 맞다. 목회자의 욕망에 기반을 둔 그릇된 건축? 오용된 십일조? 맞다. 모두 맞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야기를 추가하고 싶다. 교회 밖을 살아보지 않은 목회자들의 진정성이 위기의 핵심이라고 말이다.

진심을 담아 설교하고 목회하는 이들은 어느 문제가 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다르다. 윤리적 탈선과 거리가 멀고 욕망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착하다. 성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귀하다. 그런데 정말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문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회 성장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더 열심히, 더 진실하게 매진할수록 문제다. 왜냐하면 교회 밖을 사는 성도들의 삶과 괴리된 열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돈, 일, 교회'는 반가운 책이다. 10명의 인터뷰이들은 목회자, 설교자이며 동시에 교회 밖 현장을 사는 직업인/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교회 안에만 머물 때는 세상이 이런 줄 몰랐다고. 그들은 분명 진심으로 설교하고 목회했을 텐데 말이다. 진정성만으로는 자신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회 밖을 살아보고 깨달은 것이다.

나는 교회 밖을 살아보지 않은 목회자들을 정죄하기 위해 이 책을 수단삼고 있지 않다. 당연히 저자 김문선 목사의 의도도 그렇지 않으리라 믿는다. 적어도 생각 좀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진심어린 이야기들이, 정말 진정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 말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우리의 열심과 진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열심히 할수록 떠나는 건 아닌지 말이다.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우리의 편이 되어주는 이들은, 진정성과 정당성의 관계를 고찰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닌지 말이다. 정말 돌아볼 일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그동안 설교자로서 했던 이야기들이 무안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정말 진심어린 설교자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질박한 삶의 자리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나의 그 진정성 가득한 설교가 과연 그 자체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목회자들이 10명의 인터뷰이들처럼 살지는 못한다 해도, 적어도 교회 밖 현실에 비추어 자신의 목회와 설교를 돌아보고,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무작정 진심을 담는 것을 멈추고 말이다. 비현실적 이야기를 신앙으로 둔갑시키는 설교 문법을 중단해야만, 교회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귀들을 돌아본다.

money_02
(Photo : ⓒ이야기북스 제공)
▲김문선 목사의 『돈 일 교회』(이야기북스)

"목수로 살아가니 목수로 살아갔던 예수의 아픔과 고뇌를 새롭게 깨닫는다."(오경천, 17)

"예수의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본다면 불의한 세력조차도 하나님의 자녀이자, 생명입니다. 그럼에도 성서가 고백하는 하나님에게 당파성은 존재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공평과 정의란 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당파성이지요. 그렇게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과 연약한 자들의 편이 되어주십니다.""(이동환, 49)

"저는 '달려라커피'를 사회적 심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서 불의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할 수 있는 한 어디든 달려갈 생각입니다."(안준호, 78)

"오 목사는 말한다. 이런 예수를 따르는 신앙공동체라면 구성원들과 함께 경제문제를 고민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해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무조건 순종하라는 가르침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오재호, 102~104)

"제자도연구소는 수익이 없는 기관이다. 지속 가능한 사역을 위해 후원구조도 고민했다. 그러나 황 목사는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오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편안하고 투명한 모임과 만남을 꿈꿨다. 자신도 여느 목사들처럼 욕망이 있고, 타락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역과 생존을 위해 그는 '노동'을 선택했다."(황정현, 120)

"일의 특성상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전도사 시절엔 이해하지 못했죠. 일주일 내내 고된 노동을 하고 심지어 토요일에도 밤을 새우며 일한 청년들에게 주일예배 참석을 강요했으니 참 혹독한 전도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교회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을요. 제가 그렇거든요."(한진호, 151)

"교회 안에서 설교만 하는 목사였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식당을 찾아온 손님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침묵하게 됩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정민재, 167)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이들, 감사하라는 말이 억압으로 다가오는 이들, 최선을 다해 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들, 그들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일에 일

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 예배당이 멀게 느껴지고 불편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장 부, 196)

"돈을 벌기 위해 목숨 거는 일은 단순히 돈이 좋아서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노력일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이다.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벌고 싶다고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피로감과 허무함, 존재의 비루함을 감수하며 작은 소득을 얻는다."(주원규, 226)

"왜 우리는 취약계층과 함께하며 일반 기업과 다른 구조로 운영되는가? 저는 경영적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데나리온 비유를 떠올립니다. 늦게 온 자나, 먼저온 자나 차별 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그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하며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이들이 기독교인이며 사회적 기업가의 정체성이라 생각합니다."(서정훈, 258~259)

/글·이현우 전도사

돈 일 교회 구입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0014911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피니언

칼럼

[김기석 칼럼] 로댕의 '대성당'

"마주보고 있는,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두 개의 오른손이 빚어낸 공간이 참 아늑해 보입니다. 손처럼 표정이 풍부한 게 또 있을까요? 노동하는 손, 기도하는 손, 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