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

“공정방송 지키려다 해고되는 일 없어야”
[리뷰] YTN, MBC해직 언론인 투쟁 그린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입력 Jan 16, 2017 08:22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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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4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해직 언론인들. 왼쪽부터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조승호, 현덕수 전 YTN 기자.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조승호, 현덕수 전 YTN 기자.

이들은 2008년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자행된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 공정방송을 지키려다 일터에서 쫓겨난 언론인들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자 투쟁한 지난 날들의 기록이다.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그야 말로 눈물겹다. 때론 용역에 가로막히고, 때론 한때 선배였지만 지금은 방송장악의 앞잡이가 된 사장과 드잡이를 벌이고, 또 때론 법원 판단에 눈물을 흘린다. 한 언론인은 흐느끼며 외친다.

"그렇게 방송 잘 하자고 제대로 뉴스 해보자고 했던 게 겨우 이런 겁니까? 제 젊음을 다 바쳤습니다."

영화는 이런 눈물겨운 투쟁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이 영화의 강점은 연출을 맡은 김진혁 감독의 편집 역량이라고 본다. 영화는 해직 기자 인터뷰 분량을 빼곤 화질이 무척 거칠다. 해직 언론인들은 언론인 답게 자신들의 투쟁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방송용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탓에 영상 자료는 다큐멘터리에 쓰기엔 화질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 자료들을 그대로 사용한다. 정제되고 꽉 짜여진 다큐멘터리 화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친 느낌을 주는 영상 기록들은 오히려 언론인들의 투쟁이 얼마나 엄혹했는지 더욱 생생히 증언한다. 김 감독 스스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후 그 영상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렇게 처절하게 싸웠는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다. 일터에서 쫓겨난 언론인들을 주제로 했기에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엔 없다. 그런데 영화 중반,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는 유쾌하게 흐른다. 무엇보다 김 전 사장은 보는 이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다 끄트머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엔딩 크레딧 이후에 쿠키 영상을 넣어 살짝 반전을 준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너희들, 왜 지금 다 여기 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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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인디플러그)
YTN, MBC 해직언론인들의 복직 투쟁을 그린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감독은 편집 솜씨는 물론 인간미도 놓치지 않는다. KBS, MBC, YTN 등 방송 3사는 방송장악에 맞서고자 2012년 3월 공동 파업 선포식을 연다. 이때 단상에 오른 최일구 전 MBC 앵커는 후배들을 향해 울먹이며 이렇게 외친다.

"지금 이 시간이면 다들 리포팅을 점검하고 데스킹을 할 시간인데 너희들 왜 지금 다 여기에 있냐 !"

깊은 여운을 주는 장면은 또 있다. 2014년 11월 대법원은 YTN 노동자 해고 무효소송에 대해 "해직기자 6명 중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의 해고는 부당했으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마침 이때 난데 없이 곡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건에 내려진 대법원 판단을 두고 한 아주머니가 대성통곡을 한 것이다. 아주머니의 곡소리는 고개를 살짝 떨구며 눈물을 삼키던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과 묘하게 겹치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연대기 순의 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2008년 YTN MB특보였던 구본홍 사장 퇴진투쟁, 이어 MBC파업, 그리고 세월호 순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이 같은 구성은 언론인들의 투쟁이 정권 차원에서 자행됐으며, YTN을 신호탄으로 MBC 등 공영방송으로 확산됐음을 일깨운다. 그런데 왜 세월호가 등장할까? 언론장악의 결과가 세월호 보도였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이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본대로, 느낀대로 기사와 프로그램대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이 우리들을 잘라 냈다. 우리들이 현직에서 해고된 이후 우리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언론인들의 지위가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언론인들이 언제나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말이다. 그 결과가 세월호다. 세월호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부가 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읽다시피 보도했다."

지난 해 10월24일 ‘JTBC뉴스룸'이 최순실의 테블릿PC를 보도 이후 진보, 보수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단독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비로소 언론이 제 자리를 찾았다고 보면 안 된다. 특히 KBS, MBC 등 공영방송은 이 와중에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만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게 다 공영방송이 여전히 정권의 수중에 있고, 그래서 언론인들이 정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에 대해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공영방송이 기본만 잘해도 여타 대안 언론들이 양질의 기사를 낼 것이고, 그렇다면 언론 환경은 더 나아지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실력, 그리고 올바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언론인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어질 때 언론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바른 뉴스를 만드는, 지극히 기본적인 일을 했다고 쫓겨나는 언론인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현장에서 쫓겨난 해직 언론인들이 다시 현장으로 달려가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

"공정방송을 지키려다 해고당한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다."

- 조승호 전 Y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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