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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성공한 재벌도 처벌 받아야 한다
특검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영장 청구 의미

입력 Jan 16, 2017 04:58 PM KST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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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NN 보도화면 갈무리 )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16일 오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소식은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도 대서 특필됐다.

16일 오후 이규철 특검보가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이유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일단 특검의 조치를 환영한다. 그럼에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구속적부심이 남아 있어서다. 삼성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재력을 앞세워 정계, 검찰, 법원, 언론 등에 이른바 ‘삼성 장학생'을 심어 놓고 법 위에 군림해 왔다. 그래서 혹시라도 삼성에 우호적인 판사에게 영장 실질심사가 배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법원이 솜방망이 처분을 내릴 공산도 없지 않다.

이 대목에서 상황은 그때 가서 봐야 하지 않느냐, 왜 처음부터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까지 재벌 총수들은 온갖 위법, 탈법을 저질렀음에도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막강한 재력을 앞세워 법의 심판을 무력화 시켰다. 삼성은 이런 행태의 모범을 보인 재벌이었다.

사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삼성의 돈으로 완결됐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다. 박근혜 씨는 퇴임 이후를 대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고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로부터 800억 가까운 자금을 출연해 냈다. 재벌들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관이 입김이 센 한국 경제의 풍토상 정부, 그것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출연 요구를 뿌리칠 수는 없어서다.

그러나 재벌 기업들은 대통령의 자금 출연 요구를 들어주면서 ‘민원'을 해결했다. 무엇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세습이 숙원 과제였다. 이에 삼성은 재벌 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 이 외에도 삼성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220억을 ‘쾌척'하기로 방침을 정했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며 이 돈이 다 정유라에게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를 대가로 정부는 삼성의 숙원을 들어줬다. 지난 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 준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 커졌다.

온갖 탈법 부른 삼성 경영권 승계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시점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생이었던 이재용에게 61억을 증여했다. 이 가운데 16억이 증여세로 나갔고 45억이 남았다. 삼성 구조본은 이 돈을 종자돈 삼아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착수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삼성그룹의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경영권 세습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잘 알려져 있듯 거대 재벌 삼성의 경영권은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 이건희가 갖고 있는 지분이 삼성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7%에 불과하다. 이건희 일가가 가진 지분을 다 합쳐도 1.07%다. 이처럼 불안정한 경영권을 승계하려니 온갖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무리였던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더 큰 무리로 번진다. 세금 부담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김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상속 과정에서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아까워했다. 이건희가 택한 방법은 여론 장악과 불법 로비로 제도적 걸림돌을 치우는 것이었다."

결국 삼성의 비리는 자신의 부를 대물림 하려는 총수의 탐욕이 부른 참사였던 셈이다. 삼성은 부의 대물림을 위해 회계 조작으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를 정·관계, 언론, 법조계 등등 전방위로 뿌렸다. 사실, 국가의 기강을 일찍부터 무너뜨린 장본인은 삼성이었던 셈이다.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도 비리 재벌은 단죄해야

재벌 총수의 비리가 불거지면 늘 경제를 들먹이며 사법 처리 반대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저울질 할 때도 이 같은 목소리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매일경제>는 14일 자 사설에서 이렇게 적었다.

"...삼성 수뇌부들이 줄줄이 검찰, 청문회, 특검에 불려 다니는 바람에 삼성의 사업은 올스톱되다시피 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도 곤두박질하고 있는데 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만 커지는 형세다. (중략) 삼성이 유죄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사법 정의가 예외 없이 실현 되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처벌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은 엄밀한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나가야 하는 수사과정에 있다. 이런 때에 공개 소환이나 구속 수사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을 방해한 뒤 나중에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사이 초래된 국가경제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또 재벌의 의사결정은 사실상 총수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기에 재벌 총수의 사법처리는 기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들이 사실상 권력이 되어 국가기관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총수의 자질부족이나 윤리의식 결핍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 지점에서 다시금 김용철 변호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건희가 삼성을 물려받은 게 1987년 말인데, 그때와 지금은 삼성의 규모와 위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1987년에 삼성은 고만고만한 국내 재벌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대 권력이 됐다. 오히려 삼성이 정부와 사법부, 국회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다. 또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987년과 달리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인정 받는 기업이 됐다. 누가 이런 집단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규모와 질, 영향력이 완전히 달라진 집단을 이끌려면 20여 년 전과는 전혀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황태자 수업을 받은 이재용, 이건희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부진(이건희 회장 장녀) 가운데 누가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어쩌면 문제 자체를 바꾸는 게 정답일 게다. 삼성의 힘은 너무 커져서 아무리 경영능력이 뛰어나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재벌 기업의 비리에 지나치게 관대했다. 그러다보니 재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대다수 국민이 짊어져야 했다.

이제는 이 같은 일그러진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재벌이 재력을 앞세워 특권과 반칙을 남용하면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성공한 재벌이라도 법을 어기면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사가 재벌을 바로잡고, 그래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신호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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