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채수일 박사, '기상' 지령 800호에 실은 특집 기고글에서 밝혀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룬 채수일 박사(한신대 전 총장)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친일파 청산 문제와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갔던 여성들의 정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 채 박사는 한국교회의 극단적 수구 진영을 겨냥해 "이런 세력에 대한 엄격한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구현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극단적 수구 진영과 정치권과의 결탁의 폐해를 지적한 그는 "한국교회의 극단적 수구 진영은 언제나 우파권력에 친화적 태도를 취해왔고, 또 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을 빨갱이로 낙인찍고, 정당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정치세력이 된 것이다"라며 "이들이 온갖 비리와 추문이 드러나도 견고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추종자들과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치권 덕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채 박사는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사회 내 정의 구현이 가장 시급한 영역으로 "경제정의"를 꼽았다. 그는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 일감 몰아주기, 불법 자금 조성 등은 법 앞의 평등과 경제적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고 했으며 또 "비정규직, 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등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고령화와 저출생, 연금제도 개혁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 역시 정의의 문제라고 하겠다"고 짚었다.

가짜뉴스 문제도 정의와 연관된 문제로 꼽았다. 채 박사는 "가짜뉴스의 확산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진실성, 공정성, 책임성, 신뢰,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전방위적으로 훼손한다"며 "SNS는 이러한 가짜뉴스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가짜뉴스 문제는 단순한 정보통제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정의, 사회적 정의, 정치적 정의, 그리고 개인의 정의를 회복하고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성차별, 동성애 문제와 관련된 정의 문제도 들었다. 채 박사는 "진보적 입장을 지닌 교회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면서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교단들 사이 혹은 교단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비교적 진보적 성향으로 알려진 기장조차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교역자들이 『퀴어성서주석』을 번역한 신학 교수의 보직해임을 요구하며 총장의 총회 인준 거부를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기후정의 문제와 극우주의 문제, 특권층의 카르텔화와 부정부패 정의 문제도 꼽았다. 특히 그는 "맹목적인 반공주의 및 종북 프레임, 강력한 배타성과 혐오 마케팅, 반지성주의와 기복주의 신앙, 보수 정치권과의 연대 및 영향력 행사, 정당을 만들어 총선과 대선에 후보자를 내는 등 현실정치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창간된 이래 '기상'이 정의 문제를 다뤄온 역사도 간단하게 짚어봤다. 채 박사는 "1960년대 '기상'의 주요 담론은 그래서 '책임사회론', '세속화 신학', '도시산업선교', '농촌계몽' 등이다. 4.19혁명 후에는 독재에 대한 항거를 높이 평가하면서 국민 모두가 민주주의의 감시병이 될 것을 요청한다"며 "지령 100호가 발간된 1966년까지의 내용은 주로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특집으로 구성된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참여정신, 교파 간 대화와 일치 노력, 세계교회와의 유대의 필요성 강조, 동시에 토착화 신학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동아시아의 종교전통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2000년대 평화와 평등으로서의 정의가 '기상'의 주요 의제였다는 점을 확인한 그는 2020년대 코로나 팬데믹은 '기상'이 기후정의 문제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채 박사는 그러면서 오늘날 '기상'이 대결해야 할 부정의와 추구해야 할 정의로 △경제정의 △정의로운 평화 △기후정의 △정의로운 민주주의 △특권층 카르텔 문제 등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채 박사는 '기상'의 내일에 대해 "사회문제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대의 아픔(인권, 민주화, 통일 등)을 성서적으로 해석하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더욱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 요청된다"며 "하나님이 '돌들로 아브라함의 후손을 만드시기 전에'(마 3:9), '돌들이 소리 지르기 전에'(눅 19:40), 한국교회가 '공의가 바다의 파도같이 넘치는 세상'(사 48:18)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상'이 한국교회의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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