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미하엘 벨커 명예교수, 안병무 탄생 100주년 맞이 특집논문 「신학사상」 최신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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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실천신대)
▲미하엘 벨커 교수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 「신학사상」 209집(2025 여름)에 실렸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로는 전철 교수(한신대, 조직신학)가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에서 미하엘 벨커 박사는 보수 신학계로부터 비판도 받았지만 안병무의 신학은 세계 신학의 미래를 여는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이유는 "그의 신학이 성서 전통과 역사적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하엘 벨커 박사는 "안병무는 바울과 누가복음, 그리고 구약의 메시아 전통으로부터 풍성한 영감을 받아,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하여 첫 번째 복음서인 마가복음에 집중했다"며 "이 선택은 그의 신학적 탐구에 엄청난 역사적 깊이와 신학적 무게를 부여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안병무가 "경건주의적이고 심리주의적이며 주관주의적 경향을 지닌 실존신학을 훨씬 더 넓은 사회적·정치적 실존 신학으로 변형시켰다는 점"이었다.

미하엘 벨커 박사는 특히 안병무의 해방 이해에 대해 "안병무의 해방 이해는 더 섬세하고 더 복합적인 고통과 고난의 구조를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민중'(Minjung)과 '한'(Han)이라는 개념이 번역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이 두 개념은 단일한 억압 범주가 아니라, 역사적 현실과 성서의 이야기들, 민중신학의 영성과 실천을 구성하는 깊은 고난의 복합성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세 번째 이유는 "안병무 신학을 깊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정의와 자유, 진리와 평화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사회와 교회가 오히려 독재적 구조 속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마주할 때 느꼈던 혼란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을 신학적으로 직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었다"며 "안병무 신학은 이러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들었으며, 진정한 정의와 자유를 향한 다른 시선과 실천의 길을 제시해줬다"고 미하엘 벨커 박사는 전했다.

그는 "오늘날에도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지 동서독의 문제를 넘어 독일 사회 전체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민중의 '한'의 구조를 독일 사회 안에서도 거울처럼 발견하게 되었고, 동시에 이를 마주한 시민 사회와 정치, 교회 모두가 실질적인 대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뼈아프게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이유로는 안병무 신학이 "해방과 변혁의 역동적 과정을 신학적으로 신뢰한다는 점"을 들었다. 미하엘 벨커 박사는 "민중신학은 날카로운 이분법적 개념이나 단순한 정치·도덕적 호소와는 달리, 복합적인 고난의 구조와 해소하기 어려운 고통과 죄책감의 증후군들을 직면하게 해 준다"며 "이 신학은 이러한 고통의 경험들을 성서적이고 영적인 빛 아래 조명하며, 역사적 사건과 과정의 넓은 스펙트럼 속 에서, 긍정적·부정적 전개를 함께 식별하고 분별할 수 있는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보수 신학계로부터 민중신학이 받는 비판, 즉 '위로부터 그리스도론'의 결여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미하엘 벨커 박사는 "이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중신학의 다수 신학자들이 하나님, 성령, 우주 통치자로서의 그리스도에 대한 형이상학적 교리를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하나의 강점이라고 본다"며 "나는 그들이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삼위일체 신학을 멀리한 것을 장점으로 본다. 그들은 오히려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신처럼 강력한 증언을 가진 "하나님의 통치" 신학과 그리스도론을 의도했다"고 했다.

미하엘 벨커 박사는 다섯 번째 이유로 "안병무의 신학은 강력한 성서적, 그리스도론적, 종말론적 지향을 결코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전통과 사유, 실천의 형식들을 포용적으로 초대하는 열린 신학"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안병무의 신학은 견고한 성서적·역사적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강력한 윤리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통과 담론을 향한 개방성과 함께, 영들을 분별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신학이다"라며 "그 신학은 인간의 삶을 파괴하거나 왜곡하는 생각과 행동의 흐름에 대해, 단호히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영적 근거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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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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