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채수일 박사, 2025 장공콜로키움 '장공과 숨밭' 강연에서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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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2025 장공콜로키움 '장공과 숨밭'에서 발제하고 있는 채수일 박사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한신대 전 총장 채수일 박사(크리스천아카데미 이사장)는 '김경재 교수: 사이-너머'(between and beyond)라는 주제로 주제 발제를 했다.

이날 강연에서 채 박사는 경계선 상에서 종교간 만남을 추구하며 대승적 진리를 추구해 온 고 김경재 박사에게 달린 꼬리표, 종교다원주의 논란에 대해 "김경재 선생은 종교다원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가 종교다원주의를 신학적 작업을 하기 때문에 진보적이라는 기장 교단 안에서도 끊임없이 그가 종교다원주의자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가리켜 종교다원주의라고 비판한 이들을 향해 던진 김경재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채 박사는 "김경재 선생은 자기를 종교다원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이들을 향하여 종교다원주의는 비판하면서 정작 풍요와 다산을 희망하는 바알 종교적 세속주의에 빠져 오늘날 자본주의적 가치 철학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하셨다"고 전했다.

별세하기 전까지 신학 교육과 교단의 미래를 걱정했던 김경재 교수를 추모하기도 했다. 채수일 박사는 "김경재 선생의 또다른 별명은 '걱정'이었다. 끊임없이 걱정했다"며 "끊임없이. 교단과 학교 걱정이다. 특히 교단이 신학 교육에 간섭하는 것을 걱정하셨다. 교단이 교회를 성장시켜 가야할 실질적인 노하우를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학문적 자유가 많이 움츠러든 현실을 걱정하신 것이다"라고 했다.

채 박사는 "물론 목회자 양성 기관이라는 특성상 목회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신학의 근원적인 문제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7-80퍼센트는 되어야 한다. 이 분이 주장을 하셨다. 학문적 신학 때문에 학문적 신학을 위해서 대학으로부터 교단이 출범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정체성이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제가 아는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셨다"고 했다.

고인이 교회나 목회 현장을 경시하지 않았던 점도 부연했다. 채 박사는 "교회는 마치 자기를 낳고 길러주신 영혼의 어머니와 같다고 하시면서 다만 교회 현실론에 빠진 병든 교권주의, 물량주의적 사고, 타락한 예배 형태, 진정한 성도의 교제를 방해하는 교회의 조직 운영 형태, 에큐메니칼 정신을 상실한 나홀로 성공 교회 경쟁 등의 모습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지적을 하셨다"고 했다. 실제로 고 김경재 교수는 목회자로서 은진교회, 삭개오 작은교회 그리고 경동교회에서 실천적으로 목회 사역을 펼친 바 있다.

채 박사는 이어 "올해 한신대가 85주년이다 우리 건학 정신. 학문의 자유와 비판 정신, 맹목적인 신앙이 아닌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사고의 함양, 성과 속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은 사회 참여와 현실 변혁, 일치와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 저는 이것이 한신 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건학 이념을 자신의 삶과 신학으로 구현한 신학자가 김경재 교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좁은 의미의 교회주의, 부패한 교권주의를 넘어서 대승적 기독교를 주창한 것에서 자유, 이름없는 하나님의 우주적 사랑에 대한 영성 사랑, 동서 종교 문화의 지평 융합 진리를 추구하셨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채 박사는 또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두 가지가 걸린다. 저는 지나치게 서양 신학 공부를 해서 우리 한국의 역사와 한국 동아시아 종교 전통. 그렇게 공부를 못한 것이 제가 늘 가슴에 걸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저는 감히 신학자가 사상가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지식 소매상에 불과하다. 학생보다 조금 외국어 잘한다는 능력 갖고 이것 저것 번역하고 번안하고 짜깁기 해 가지고 학생들 가르치는 소매상. 도매상도 아니고 소매상 정도로 살아왔다"고 했다.

이어 "교사로서의 역할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 학교 85년의 역사를 보면서 실로 우리가 사상가라고 이름 붙일만한 학자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라고 질문하며 "저는 김경재 선생님이 그 중에 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성육신 신학 이해에서 장공 김재준이 연 높은 하늘과 여해 강원용이 펼친 넓은 바다. 그 사이에서 85년의 역사를 넘어서는 한신과 기장이 숨 쉬어야 할 밭을 일군 신학자. 그가 김경재 교수라고 생각한다"고 채 박사는 전했다.

끝으로 그는 "신학의 학문성과 대화의 능력을 상실해 가고 신학이 교권의 통제를 받고 단지 교회 성장의 도구로 전락해 가는 시대 숨밭 김경재 선생님이 떠난 빈 자리가 너무 크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못된 제자들과 한신대와 기장, 한국교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전하며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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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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