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연구논문이 「신학과 실천」 최신호(94)에 실렸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국장 이난희 박사(한신대 강사)는 이 논문에서 한기총의 반공 담론이 '나,우리,기독교 진리,교회 내부,보수 정부/교회 외부의 적,공산주의,동성애,진보 정부'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제공했다며 이는 "진리인 우리 편을 위하여 행동하도록 추동하여 사회의 보수적 지배체제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공 담론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한기총 등 보수 기독교 세력을 향해 "그간 초래된 사회 혼란에 대해 회개하고 죄책을 고백해야 한다"며 "북한 선교 및 복음화를 자신과 생각과 이념이 다른 이들까지도 포함하여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에 기초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박사는 "기독교는 공산주의 및 자본주의 모두와 다른 본질을 지님을 인식해야 하고, 북한 선교는 물량주의적, 정복주의적 입장이 아니라 북한 동포에 대한 상호 섬김과 존중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일부 대형교회의 남성 목회자들 위주로 구성된 한기총 및 보수 기독교의 지도층과 권력구조가 해체, 재구성되어야 하고 사회와 열린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박사는 이 논문에서 한기총의 반공 담론의 성격에 대해 "적대적이고 경직된 반공주의"를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남북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가로막는 것이므로 비판적으로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공산주의에 대비되는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는 경제 측면에서는 자본주의로서,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닌 물질(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체제이다"라며 "북한의 공산주의는 중국과의 교역 및 과거의 개성공단, 장마당 등을 통해 시장경제 쪽으로 변형된 형태이다. 요컨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는 유신론이므로 선(善)이고 공산주의는 무신론이므로 악(惡)이라는 교조화된 이분법적 인식을 극복하고, 양자의 본질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착된 반공 의식이 친미 교조화를 초래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박사는 "반공과 친미 담론은 현실의 변화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고정된 진리처럼 반복, 재생산되고 있어 교조화된 모습을 띤다"며 "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교조적 우상화로도 이어진다"고 이 박사는 우려했다.
한기총의 반공 담론이 목적하는 바가 "이분법적 외부의 적과 내부 결속 및 기득권 유지"라는 점을 고발한 이 박사는 메레디스 멕과이어(M, McGuire)의 주장을 인용했다. 멕과이어에 따르면 종교의 내부 집단(우리)과 외부 집단(그들)의 경계 설정과 특수주의(혹은 선민의식)는 사회와 갈등을 낳고 외부 집단을 적으로 간주한다.
이에 이 박사는 "한국 기독교 교회의 당면 문제 혹은 적은 공산주의라기보다는 목회직 세습, 부정부패, 성 범죄 등이다.39) 교회 내부의 치부와 문제들이 명확히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외부의 가상의 적의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인지 왜곡이고 사회적 투사(projection)이다"라며 "또한 한국의 여성신학은 나,우리/그들,적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온갖 차별과 갈등, 증오를 넘어서고 눌린 자의 해방, 약자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모든 피조물의 화해와 공존에 기초한 성서적 평화와 통일을 추구해 왔으며 이러한 여성신학적 관점이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경직된 반공주의와 친미 사대주의 회개 △북한 선교 및 복음화는 단순한 교리 전파가 아닌 사랑 실천하는 것 △기독교는 공산주의 및 자본주의 모두와 다른 본질 지님을 인식 △북한 선교 관련, 정복주의적 입장이 아닌 북한 동포에 대한 상호 존중하라 △한기총 및 보수 기독교의 지도층 혹은 권력구조 재구성을 촉구하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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