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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교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BS '지식의기쁨' 강연 "그대를 속이는 것은 사실 '삶'이 아니라 '앎'이다"

입력 Jan 11, 2020 10:06 A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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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EBS '지식의기쁨'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정재현 교수(연세대 종교철학)가 최근 EBS '지식의기쁨'에 출연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란 제목의 강연을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재현 교수(연세대 종교철학)가 최근 EBS '지식의기쁨'에 출연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란 제목의 강연을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이 강연을 통해 삶에서 뗄 수 없는 경험인 행복, 고통, 죽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논했다.

정 교수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구를 인용해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실 '삶'이 아니라 '앎'이라고 주장하면서 강연 전체를 관통해 그 해결의 길로 '모름'에 주목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강연에서는 마음, 관념, 관점 등으로 일컬어지는 '앎'의 자기기만이 사실 우리를 착각에 빠트려 속이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동시에 이러한 '앎'의 기만이 우리로 하여금 비동일적 정체성을 진솔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기무의식적인 자기 동일성의 폭력을 일으키고 급기야 자기중심적 소외에 빠지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먼저 정 교수는 1강 '밥과 똥의 역설'에서 "반대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밥과 똥의 역설적 얽힘"을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몸속에 들어온 밥과 배출되는 똥의 경계를 지을 수 없을 만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얽혀있다. 정 교수는 마음에 견주어 볼 때 비중이 거의 없었던 몸에 주목하면서 "행복에 연관해 모순을 버리려는 마음이 우리를 속이니 이를 역설로 싸안는 몸의 생리를 따라 행복의 시작"을 도모했다.

이어 2강 '고통에 대한 오해'에서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관념들의 폭력성과 기만성을 폭로했다. 타자와 자기를 향해 각각 정죄의 저주와 죄의식의 강박을 빚어내는 과거 원인적 인과율과 타자와 자기를 향해 각각 보장없는 위로와 허상에 기댄 자학을 일으키는 미래 지향적 목적론 등의 고통에 대한 경험에서 엮어진 관념들이 고통 받는 삶에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3강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서는 고통을 합리화 하거나 고통을 위로하려다가 도리어 고통을 가중시키는 관념들을 야기하는 물음, 즉 "왜" 물음을 "어떻게" 물음으로 전환시켜 해법을 모색한다. "왜" 물음에만 천착한 기존 고통관이 고통을 과거나 미래의 시점에서 대상화하려다 고통을 가중시킨 반면 "어떻게" 물음은 현실 시제의 현재에서 고통을 상대로 마주하도록 하여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는 불가피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것이다.

4강 '죽음을 기억하라'에서는 우리 삶에서 결코 경험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상상적 관점, 즉 비관주의적 관점 또는 낙관주의적 관점이 빚어내는 '삶'에 대한 저주와 기만을 예리하게 비판하며 죽음이 단순한 '삶의 종말' 또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정도가 아니라 삶과 얽혀 있는 죽음으로써 오히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존재에 감사함을 불러일으킨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마지막 '모름의 지혜'에서는 '앎'에 대한 강박이 '삶'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어쩌면 모름은 알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를 줄지도 모른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모름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모르고도 살고 살고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모름이 주는 삶의 귀중한 가르침에 대해 주목하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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