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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선 칼럼] 코로나19 예방 접종의 두려움과 고마움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입력 Jun 07, 2021 07:01 AM KST
seokwangsun
(Photo : ⓒ베리타스 DB)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올해 만 90세를 맞은 본지 서광선 회장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경험담을 샬롬나비를꿈꾸는행동 상임대표 김영한 박사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로 보내왔습니다. 코로나19 예방 접종과 관련해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주장이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음모론 등이 사실무근인 것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담담히 전한 내용입니다.- 편집자주

존경하는 김영한 박사님,

오랜 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러니까 2년 가까이 소식 없이, 문안도 없이 집콕 방콕하며 지나노라, 안부 인사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래도 [베리타스]를 통해서, "샬롬나비 꿈꾸는 행동"에 쓰시는 글들, 계간 신학지, [신학과 교회]를 통해서 박사님이 쓰시는 글들 읽고 있었습니다. 특히 5월 31일 자로 [베리타스]에 실린 글, "백신 맞으면 사탄의 표? 백신 음모 사실무근"을 읽었습니다.

올해, 만 90이 된 이 할아버지와 87세 할머니는 3월 29일 우리가 사는 일산 동네 동회에 가서 백신 접종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예약을 받고 있는 젊은 여자 분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질문하고 우리 대답을 성실하게 받아 적고 안내 했습니다. 4월 중순 경에는 백신 맞으러 오라는 통보와 함께 장소도 알려 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4월 중순이 가고, 꽃들이 연두색 나뭇잎으로 변하는 5월이 돼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늙은이 친구들은 1차를 맞았다, 2차를 맞았다는 소식이 오는데도, 우리 경기도 사람들은 "차별대우"를 하나 보다. '서울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지방보다 더 많으니까, 서울 늙은이들 먼저 맞아야지'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우리 집 할머니가 참다못해 동회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답은 지금 3월 22일에 예약하신 분들이 맞고 있는데, 조금 만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5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동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두 늙은이 모두 6월 3일 목요일 오후 2시에 고양 체육관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하러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두 주일 전부터 감기 같은 거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바깥출입을 조심하고 특별히 건강을 챙긴다고 하면서, 혈압을 아침저녁으로 재고, 혈당을 재면서 신경을 많이 써가면서 접종하는 날을 고대했습니다. 내가 정기적으로 진료 받는 신장내과 주치의 선생님도 코로나19 예방 접종하는 것 문제없다고 해서 마음을 안정하고 기다렸습니다.

"할머니 체온이 37.6도입니다."

6월 3일, 그야말로 우리 "백신 D-Day"에 비가 왔습니다. 접종하는데 편하라고 반소매 티를 입고 양복 저고리에, 추울까봐 비옷까지 입고, 우산을 쓰고 택시를 불렀지요. 택시로 10분 거리에 고양 체육관이 있는데, 우리 기분에는 30분은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긴장했는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습니다. 체육관 앞의 주차장에는 하나 가득 차들이 와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건물 안에 들어가는 동안, 노란 셔츠 입은 안내원들이 노란 막대기 위에 손 모양을 한 "안내봉"으로 안내하는 모습이 "환영"하는 모습으로 보여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접종하러 모여든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야, 이거, 오래 기다리게 생겼구나!!!"하고 인파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그런데 긴 줄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곧 첫 번째 책상에서 체온을 쟀습니다. 내 이름과 주민등록증 번호를 확인한 안내 종이에 36.3도라고 적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 종이에는 체온은 37.6도라 적고는 노란 색 칠을 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오늘 체온이 높아서 백신을 못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더욱 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노인들과 함께 아주 넓은 방, 그러니까 체육관의 농구장 안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섰습니다. 얼핏 보기에 한 100명 내지 150명 정도가 앉을 수 있게 철제 의자에 가득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게 오후 1시 40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맨 앞줄에는 한 10명가량의 의사인지 간호사들이 앉아서 무얼 물어보고 적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나??? 힘들게 생겼구만....'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냥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체육관 안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데, 기침하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모두들 우리 할머니처럼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체온 숫자에 노란 줄 친 것이 마냥 못마땅해서 뭔가 말하고 싶은데, 분위기가 하도 조용해서 참노라고 애쓰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그래...괜찮을 거야" 나의 위로가 소용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앞자리가 비어 가더니 드디어 우리 차례라고 일어나 나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우리 건강상태를 묻는 자리였는데, 혈압이 있고 당뇨가 있다고 이실직고 했지만, 오늘 백신 맞아도 문제없겠다는 말을 해 주어서, 일단 안심을 하고 일어섰지요. 우리 할머니의 노란 줄 친 37.6도는 문제 삼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체육관 2층으로 올라가는 승강기에 올랐습니다. 나는 그때까지 한 시간은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2시1분이었습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0분 동안에 안내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복도에 칸막이를 한 간이 진료실에 S 대학병원 표시가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인지 인턴이 앉아서 우리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 선생님도 우리 할머니 노란 줄 친 체온 37.6도가 불안했던지, "오늘 맞으시겠어요? 아니면 기다렸다가 다음에 오시겠어요?"하는 겁니다. 우리 할머니는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괜찮을 거야. 오늘 맞고 갑시다. No problem!!!"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음 주사실로 옮겨 갔습니다. 아주 젊어 보이는 의사인지 간호사가 이름을 확인하고선, "따끔 합니다." 그러고는 "다 됐습니다." 나는 "따끔하지 않았어요...감사합니다." 정말 순식간에 주사를 맞았고, 따끔하지도 않았습니다. 옷소매를 내리고 일어서는데 바로 옆에 우리 할머니가 따라 일어서는 걸 봤습니다. 긴장이 많이 풀린 얼굴이었습니다. 할머니 말이 주사 맞고 일어서면서 체온이 궁금해서 옆에 서 있는 안내원에게 체온을 재보고 싶다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을 불러서 체온을 쟀더니 36.3도가 나왔다고 좋아 했습니다. 역시 주사를 맞고 나서 마음이 놓였던 것 같습니다.

주사를 준 의사인지, 간호사가 주사 맞은 시간부터 15분되는 2시 42분까지 앉아 있으라는 둥근 쪽지 스티커를 내 옷깃에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2시 42분에, 그러니까 체육관에 들어 선지 꼭 1시간 만에 편안하게 조용히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마치고 일어 선 겁니다.

다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 출입구에 나갔습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택시를 부르는 동안 출입구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자기네가 앉았던 간이 의자에 우리 늙은이들을 앉으라고 해서 편안히 앉아 있었습니다. 택시가 주차장에 들어오자, 안내원 아주머니가 우리보다 먼저 뛰어 나가, 택시를 잡아 주고, 우리 두 늙은이가 우산을 쓰고 천천히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택시 문까지 열어 주시는 거였습니다.

우리는 백신 맞으러 가면서 솔직히 긴장을 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든지, 노령인데다 증상이 있는 것 같으니 응급실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느니 하면 어떻게 하나? 텔레비전을 보면, 백신 맞는 줄이 긴 데 사람들이 서서 마냥 기다리던데, 힘들어서 어떡하나? 별 걱정 근심을 다 하면서 갔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야말로 '감동 먹고' 돌아 왔습니다. 백신 접종하는 안내원들과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 체육관 안과 밖에서 안내하는 젊은이들과 아주머니들, 한결같이 친절하고 모두 웃는 얼굴로 대하는 걸 보면서, 마음 편하게 행복한 마음으로 귀가했습니다. "와! 우리나라 방역팀이 세계 최고라고 하더니, 정치 선전만이 아니었구나..." 믿음이 갔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백신 맞으면 사탄의 표"라고요?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백신 접종 센터에서 살아 움직이는 "천사"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한 박사님은 백신 맞으셨나요? 하긴 "서울 양반"이라 이미 맞으셨겠지요. 2차 접종이 끝나면, [신학과 교회] 모임에서 만나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2021년 6월 6일.

일산 집에서 서 광 선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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