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여해는 기장에 가둘 수 없는 넓고 큰 사람"

채수일 교수, 여해 강원용 목사 일생과 신학·신앙 조명

채수일 한신대 석좌교수가 27일 '여해 강원용과 한신,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한신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대주제 아래 진행되고 있는 한신 목요강좌 강사로 나섰다. 이날 강좌에서 채수일 교수는 여해 강원용 목사의 일생과 신학 및 신앙을 조명했다.

채 교수는 무엇보다 "'한신을 만든 사람들'을 좁은 의미에서 이해한다면, 여해 강원용 목사님은 해방된 해인 1945년 12월 2일 기장의 대표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는 경동교회를 장공 김재준 목사님(1901~1987)을 모시고 시작해, 평생을 섬기셨다는 점, 1946년부터 1948년까지 조선신학교에서 공부하시고 졸업하신 후(한신 8회 졸업), 1949년(32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것,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다는 점에서, 한신과 기장을 만드신 사람들 가운데 한 분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강원용 목사님은 그의 호, '여해'(如海)에 걸맞게 한신이나 기장이라는 범주 안에 가두어 둘 수 없을 만큼 생각과 활동이 넓은 분이었다"며 "기독학생운동 지도자, 에큐메니컬 운동의 선구자, 크리스천아카데미와 중간집단교육(교회사회, 산업사회, 농촌사회, 여성사회, 청년사회 등), 양극화 극복과 대화운동, 인간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아시아(ACRP)와 세계 종교인평화회의(WCRP)와 종교간 대화, 평화포럼 등 강원용 목사님이 하신 일들은 그 분을 어느 하나의 범주에 넣어 평가할 수 없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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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경동교회 채수일 목사

채 교수는 이어 고인의 삶에 대해 "진보와 보수, 에큐메니컬과 에반젤리컬, 교회와 사회, 기독교와 이웃종교, 정부와 재야, 한국과 세계 사이에서 대화의 다리를 놓는 일, 대립과 대결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또 "강원용 목사님의 신학적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은 라인홀드 니버(1892~1971)다. 강 목사님은 니버에게서 기독교 현실주의(Christian Realism)를 배웠다"며 "그에게서 '비록 개인적으로는 도덕적일 수 있어도,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 '사랑 없는 정의는 정의의 이름을 가진 불의이며, 정의 없는 사랑은 감상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웠기에, 강 목사님은 그리스도교적 구원을 결코 현실을 떠나, 인간의 육체성을 부정하는 이원론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강 목사님에게 세상과 교회, 영혼구원과 육체구원, 복음화와 인간화는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 교수는 "남의 비난이나 칭찬, 일신의 영욕에 구애되지 않고 극단의 시대에 '대화하는 실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의 한 분이셨던 이어령 선생님(1934~2022)이 말씀하셨듯이 '문화 전반에 대한 넓은 안목과 진보적 이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레토릭에 있어서도 정확한 어휘, 품위 있는 문체, 논리적인 비판,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사로잡는 감동과 설득력'으로 '사람을 낚는 어부', 그 분이 제가 본 여해 강원용 목사님이셨다"고 회고했다.

채 교수는 특히 "우리가 여해 강원용 목사님을 '한신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 한 분으로 소환하는 것은 한신이 '사람을 낚는 어부'들을 길러내는 예언자 학교라는 것, 기장이 '소인배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교회와 세상에 증언하는 길을 찾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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