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축년 새해를 맞아 한국교회의 남북 평화통일 운동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남북문제와 관련, 진보·보수로 양분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으며 그 활동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왔다. 이밖에도 개교회, 개단체적으로 그 활동이 다분히 산발적으로 이뤄져 통일운동에 응축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한계점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경색된 남북관계에 한국교회 진보·보수의 지도자들이 공통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서로간 공통 분모를 찾으려는 비상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교 연합’(가칭·이하 평통위)이란 남북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기독교 연합 단체가 있었다. 2008년 마지막 날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사)평화한국 상임대표 허문영 박사를 만나 통일운동의 갈 길을 물었다.
▲허문영 박사 ⓒ김진한 기자 |
‘남북 평화통일’이란 비전으로 한국교회에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지대를 향해 외줄 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허문영 박사의 이야기다. 그의 탁월한 균형감각은 평통위 결성에도 큰 몫을 했다.
지난 10년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통일선교대학에서 실무간사, 학장 등으로 민족의 통일운동에 몸담은 허 박사는 통일운동이 추진력을 갖기 위해선 통일선교 비전을 가르치는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무브먼트(Movement)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2007년 ‘평화한국’이란 NGO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데올로기적 사고를 벗어나 복음적 사고로써 북한선교와 통일을 준비하자는 취지로 창립된 ‘평화한국’ 출범식에서 허 박사는 “패권과 정복의 십자군 정신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의 십자가 정신으로 일하겠다”며 “민족의 화해와 교회의 갱신으로 복음통일을 함께 이뤄가자”고 했다.
건국 세력,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 다음에 올 것은 ‘평화세력’
“대한민국은 건국세력(1940∼60년), 산업화세력(1960∼80년), 민주화세력(1980∼2000년) 등으로 20년을 주기로 그 주체세력이 바뀌어 왔습니다. 2000년대 역사적 주체는 누구일까? 고민 그리고 기도 끝에 ‘평화세력’이란 답을 얻었습니다” 반세기를 넘은 민족 분단 국가에 남겨진 과제는 다름 아닌 ‘통일독립국가’임을 강조한 허 박사는 ‘평화한국’이란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 진보, 보수 그리고 나아가서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민족 통일운동을 구상하고 있었다.
“한국교회가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민족 통일 운동만큼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기회이자 시대적 과제입니다” 과거 어려운 시기 때마다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국사회를 선도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한국사회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던 한국교회가 이젠 민족 통일운동의 비전으로 잃었던 신뢰를 되찾자는 얘기다.
허 박사는 민족 통일운동을 위해 한국교회가 하나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진보, 보수로 나눠진 한국교회가 연합할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출발은 기도에서부터였다. 2007년 6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과 금강산에서 한국교회 진보, 보수가 함께하는 남북의 평화 통일을 위한 ‘세 이레 기도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 당초 한국교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였던 덕에,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을 해 오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또 이곳에서 만난 진보·보수적 성향의 기독 통일운동 단체들은 향후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평통위를 결성하게 된다.
- ‘평통위’의 결성 배경이 궁금하다.
“‘세 이레 기도회’는 단발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도회의 주제에 맞는 기도 책자를 발간하는 등 계속적인 기도 끝에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오순절교까지 포함하는 연대의 큰 틀이 구축되었고, 평통위가 결성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이런 연대의 틀이 구촉된 것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이라기 보다 그만큼 한국교회 내부에 연합의 의지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제 2의 3·1운동 일으키자고 뜻을 모았다”
▲허문영 박사 ⓒ김진한 기자 |
- 얼마 전엔 발기인 모임을 했다는데.
“2008년 12월 30일 ‘남북 기독교 대 토론회’를 마친 평통위는 발기인 모임을 갖고, 2009년 새해 주요 사업으로 제2의 삼일운동을 일으키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 제2의 삼일운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09년 3월 1일이면 일제 식민지 지배 현실 속에 민족의 자주 독립의 의지를 보여준 기미독립운동이 9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90년 전 민족 해방을 외치며 우리 민족이 하나되어 떨치고 일어났던 그 운동의 정신을 이어 이제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인 분단된 남북 통일 운동의 기치 아래 우리 민족이 하나 되어 떨치고 일어나자는 것입니다. 갈라진 민족이 하나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일 것입니다”
-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평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 중 보수계열 5명, 진보계열 4명, 오순절 계열 1명으로 이뤄진 준비위원들이 선정됐으며 이들이 주축이 되어 2009년 제2의 삼일운동의 가이드라인을 잡아 나갈 것입니다”
- 한국교회의 통일운동 방향을 설정해 달라.
“첫째로 한국교회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균형감각을 갖고 통일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민족 통일운동이란 과제 아래 이데올로기적 사고 방식 보단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평화를 이루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통일운동에서 빠지지 않는 전제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라는 베이스에서 이뤄지는 통일운동이니 그 만큼 평화적 사고와 평화적 방식을 이루려는 데 게을리해선 안됩니다.
셋째로 솔직히 통일문제는 개교회 차원에서 다루기 힘든 거대 담론입니다. 때문에 통일문제에 있어서 만큼 한국교회는 연합을 추구하는 게 옳습니다. 가깝게는 200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한국교회가 하나돼 민족의 평화통일 운동을 주도한다면, 광복절인 8월 15일 하나님께서 또 어떤 꿈과 비전을 주실지 모릅니다”
- 한국교회를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교회가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중 정권 땐 금강산 관광사업이 노무현 정권 땐 개성공단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동해안, 서해안도 아닌 중부 진출로 ‘철원 평야 사업’같은 획기적인 사업을 시도한다면 남북관계가 더 개선되리라 전망해 봅니다. 정부가 이 같은 사업을 실시한다면 한국교회 역시 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교회의 이 같은 대북지원은 연합의 틀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연합이란 화학적 반응으로 일어난 물리적 연합이 아니라,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는 연합입니다. 무지개는 하나이지만, 그 안에 일곱가지의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각각 색깔을 낼 때 비로소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역시 다양성 속의 일치를 통해 무지개처럼 한국사회 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기축년(己丑年) 새해 샬롬 코리아가 되길 진심으로 희망힙니다”
* 허문영 박사
성균관대학교 정치학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남북협력위원장
전 국가 안전보장회의 자문위원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통일선교대학 학장
전 대통령인수위원회 자문위원(통일외교 안보분과)
(사)평화한국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