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연세대 손호현 교수, 제18회 배민수 목사 기념강좌에서 강연

sonhohyun
(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연세대 손호현 교수(조직 문화신학 주임)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열린 제18회 배민수 목사 기념강좌에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 두 사상 간에 대화를 시도했다.

이 글에서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심리적 삼위일체론을 분석한 뒤 그의 공헌과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손 교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거울신학은 인간과 우주를 단지 실용적 사용 가치로만 여기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모든 존재가 지니는 미학적 고결함을 지킬 뿐 아니라, 역사의 신비를 넘어 영원의 지평에 생명의 실존적 의미가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어 "하나님은 사용의 대상이 아니라 향유의 대상이다. "어떤 존재를 향유(frui)하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을 위하며, 그 존재 안에서 만족하며 쉬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거울로서의 인간과 우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이 갖는 모호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서구 철학에 플라톤이 있다면, 서구 신학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있다. 하지만 그의 삼위일체론이 모호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마음이 지닌 시간적 구조에 대한 지나친 논리적 의존성, 그리고 하나님이 존재와 동일하다고 보는 그의 존재신학은 추가적인 창조적 해석을 통해 더욱 풍부하게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질서(ordo temporis)와 영원의 질서(order aeternitatis)가 상하(上下)의 구조 그리고 평면적 병행(竝行)의 구조를 가진다고 본다. 기억-이해-의지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적 지평을 가지는 것처럼, 창조-구원-성화라는 경세의 신비도 유사한 시간적 순차성을 가지며, 나아가 영원한 내재적 삼위일체도 논리적 혹은 구조적으로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병행론은 종속론자 아리우스의 도전에 대답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아리우스는 "만일 그가 성자(聖子)라면 그는 태어났으며, 그가 태어났다면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성자의 태어남이 그의 시간성과 피조성 그리고 성부에 대한 종속성을 드러낸다는 논지이다. 이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자의 탄생이 시간이 없는 사건, 시간성의 사건이 아니라 영원성의 사건, 곧 "영원한" 탄생이라고 대답한다. "성부는 성자를 불변하는 생명 곧 영원한 생명(vita aeterna)으로 낳으셨다." 성부와 성자의 관계를 시간의 순차성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는 논지가 아리우스에 대한 그의 대답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이러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대답이 오히려 아리우스의 종속성을 논박하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세적 삼위일체와 내재적 삼위일체의 시간적-논리적 병행(竝行)구조라는 제안은 사실상 '유일한 원리(μοναρχία, monarchia)'이신 성부보다는 성자가 시간적-논리적 순차성에서 열등하다는 군주론(君主論, monarchism)으로 이어지거나, 혹은 시간적 질서와 논리적 질서는 사실상 본질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원론(二元論, dualism)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또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신학이 무로부터 창조 교리와 근원적 내적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하나님의 '실체'는 곧 하나님의 '존재'라는 그의 환원적 해석은 성부와 성자의 관계를 모순적으로 만들 위험성을 가진다. 존재와 하나님이 동일하다는 사상은 존재를 선으로, 그리고 비존재 혹은 무를 악으로 여겼던 당시 그리스철학의 존재론을 수용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손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을 따라서 아우구스티누스도 '존재하다'라는 구체적 사건들에서 '존재'라는 추상명사가 나왔다고 해석한다. 맛보고, 알고, 존재하는 우유들은 피조물이며, 이것들을 창조한 실체는 모세에게 자신의 이름을 "존재하는 자"라고 드러낸 하나님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이러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견해는 제1차 니케아 공의회가 성부와 성자의 "동일본질(同一本質, ὁμοούσιον, unius substantiae)" 되심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그리스어 "우시아(οὐσία)"와 라틴어 "수브스탄티아(substantia)"를 단순히 존재영원주의(存在永遠主義)의 "에센티아(essentia)"로 환원적으로 해석하였다고 본인은 본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신학과 삼위일체론 사상 간의 불협화음을 극복하기 위해 원효의 체상용의 사상을 살펴보며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에 나타난 모호성을 극복할 방법으로 체상용의 삼위일체론을 제안했다.

손 교수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성부(聖父)"가 아버지가 없는 아버지 곧 기원이 없는 기원이 되시기에 "영원(永遠, aeternitas)"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간의 기원이 되는 성부를 힐라리우스는 원래 유한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으로 "무한(infinitas)"이라고 불렀으며, 따라서 본인은 "성부" 가 무(無, nihil) 곧 존재의 한계가 없는 무한의 체(體)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자가 몸의 통일성과 비례적 조화와 색채의 명료성을 가진 성육신이기에 존재의 "미(美)"라고 한다. 여기서 빼어난 "미"를 뜻하는 라틴어 "스페시스(species)"는 종류 혹은 형상을 또한 의미하며, 따라서 문자적으로 존재의 "상(相)"이라고도 자연스럽게 번역될 수 있다. 성자가 존재의 상(相, species)이시기에 또한 존재의 미(美, species)이신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령이 성부와 성자 사이의 순전한 사랑의 활동이기에 사랑의 "소용(usus)"으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정확하게 원효가 "용(用)"이라고 표현한 것에 상응한다"며 "아우구스티누스뿐만 아니라 토마스 아퀴나스도 힐라리우스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체상용의 전유로 유사하게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마지막으로 "결론적으로 본인은 힐라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의 전유 사상에 기초하여, 그리고 원효의 불교 용어를 사용하며, 체상용의 삼위일체론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원효의 체상용 사상에 입각해 그가 내놓은 삼위일체론이다.

"성부는 무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존재의 기원이신 영원이시며, 한(限)없는 무(無)이신 "무한(infinitas)"이시고, 우주의 존재를 자신의 "무로부터 창조(creatio ex nihilo)"하신 바로 그 무(無)이시다. 또 성부는 없으신 하나님이시다. 상(相)의 성자는 존재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성부이신 무로부터 영원히 태어나신 하나님의 형상(形相, imago)이시며, 모든 피조물보다 앞서 첫 번째 맏이로 태어나신 존재(有, essentia)의 아름다움(美, species)이시고, 그렇기에 세계의 존재를 본질적으로 드러내는 존재의 상(相, species)이시다. 성자는 계신 하나님이시다. 용(用)의 성령은 과정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무한과 유한, 무와 존재 사이의 "형언할 수 없는 저 포옹"이시며, 우주의 태어남과 되돌아감이라는 영원한 과정(易, processio)의 소용(用, usus)이 되신다. 성령은 되시는 하나님이시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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