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정재영 박사, 「종교와 사회」 최신호에 무종교인 연구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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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종교와 사회」)
▲종교는 없지만 종교적 행위를 하는 응답자들 현황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최신호(7월호)에 실은 연구 논문 '한국의 무종교인에 대한 연구'에서 무종교인들의 성격을 이해하여 변화하고 있는 종교의 지형을 파악하고자 했다.

정 교수는 무종교인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진단에 주목했다. 필 주커먼은 자신의 책 『신 없는 사회』에서 무종교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첫째로 기독교 보수단체와 정치세력 간의 결탁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무종교인의 증가는 제도 종교의 쇠퇴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기성 종교에게는 큰 도전이라고 본 정 박사는 에머리 제임스 화이트의 미국 종교 정체성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기독교에 대한 도전은 다른 종교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조직화된 종교에 대한 거부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무종교인들이 양산 되는 또 다른 이유로 "종교가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종교가 현실 문제에 답을 주어야 한다는 인식의 바탕에는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현세주의적 가치관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깊게 자리잡아온 유교나 무속은 내세관이 약하고 대개 현세적인 지향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며 "여기서 종교성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며 알포트의 종교성 분류 방법을 인용했다,

알포트는 본질적 종교성(intrinsic orientation)을 순수한 신앙관으로 보고 이것은 이기적인 욕구를 제어하고 자아의 통합이나 실현을 하는 가치관이라고 말한다. 반면 도구적 종교성(extrinsic orientation)은 종교를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신앙관을 가리키는데 곧 개인의 안녕이나 마음의 위안, 사회에서의 성공 또는 생활에서의 이익을 얻는 도구로 종교를 생각하는 가치관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 박사는 "무종교인들 가운데 스스로 '종교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종교적' 0.4%, '약간 종교적'을 합하여 5.2%였고, 58.8%가 '비종교적'이라고 하였다"고 했으며 "그리고 3분의 1에 해당하는 36.0%는 '종교적이지도 비종교적이지도 않다'고 응답하여 응답을 유보하였다. 다시 말해서 5명 중 2명은 종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응답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47.7%) 과거에 종교를 가졌던 것으로 나왔는데 종교를 떠나기 직전에 믿었던 종교를 질문한 결과를 보면, 개신교 신자가 42.3%로 가장 많았다"며 "따라서 무종교인 가운데는 개신교에서 이탈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다음으로 불교(28.1%)와 천주교(26.6%) 신자 이탈률이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과거에 종교가 없었던 사람들 중에서 종교에 관심을 가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4.9% 나온 것 역시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종교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그리고 관심 가졌던 종교로 불교(66.9%)가 가장 많이 나온 것은 불교가 가장 덜 제도화된 종교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정 박사는 덧붙였다.

이 밖에 무종교인들의 영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 현재 진행 중인 종교 경험 등에 대해 묻는 설문 조사 내용을 공개하며 논의를 종합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무종교인들이 모두 종교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곧 모두 무신론자이거나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라며 "무종교인들의 3분의 1은 과거 종교가 현재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과거에 종교가 없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4분의 1은 종교에 관심을 가진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이러한 종교성이 기존 종교나 제도 종교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영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라며 "기성 종교나 제도 종교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이와는 다른 '영적'이라는 단어에는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무종교인이 관심 갖는 종교성은 본질적인 종교성이라기 보다는 비본질적인 종교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종교 행위를 통해 얻는 유익에 대해서도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든지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많았으나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든지 '가치관이 바뀌었다'와 같이 종교의 본질적인 기능과 관련된 효과는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종교인들에 대한 통계 조사를 통해 무종교인들의 특성을 살펴본 정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것은 기성 종교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된다. 무종교인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이제까지는 기성 종교를 전도 또는 포교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은 것으로 여겨왔지만, 이들은 기성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종교 수행도 하면서 자신만의 종교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성 종교는 변해가는 사람들의 종교적 또는 영적인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며 "그리고 자신들의 전통이나 핵심 교리와 같은 본질 요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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