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나왔다.
지구와 신앙을 잇는 기후·녹색 신앙 교육 컨퍼런스가 12일 오후 2시 연세대 원두우관 소리갤러리에서 열렸다. 김현숙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원장의 인사말로 진행된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녹색-기후 신앙 교회학교'(최진승 이음교회 목사) '말씀과 과학, 기후신앙 교육'(김정형 연세대 교수)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최진승 목사는 이날 발제에서 "저는 영혼구원과 죄짓지 않는 삶을 강조하는 교회들에서 성장했다"며 "성경의 텍스트를 매우 강조했던 교단들에 속했던 교회들이었는데 성경을 구속사 관점으로 보게 했고 그것은 제 안에 있는 죄성과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게 했다. 하지만 되돌아 보면 구속사 위주의 신앙교육에는 간과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구속사 중심의 성경해석의 맹점은 창조가 구원보다 앞선다는 것"이라며 "창조의 의미가 어떠한지를 충분히 인식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구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창조를 너무 빨리 건너 뛰어버리곤 했다. 창조를 지나쳐 버리니까 요한계시록 마지막 부분인 새창조에 대한 얘기도 크게 와닿지 않았고 인간 욕망이 투사된 황금 궁전같은 천국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창조의 관점 없이 구속사적 관점으로는 성경의 욥기, 잠언, 전도사와 같은 지혜문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을 위한 영성공동체를 꿈꾼다는 최 목사는 이어 지구와 신앙을 잇는 실천적 신앙교육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청소년 보다 어린 아동들 신앙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성경 본문을 인용한 그는 "여기서 '어린 아이와 같이 빋아들인다'는 의미를 예전에는 어린아이의 순수성을 의미한다고 이해했지만 순수성의 의미도 모호하고 아이들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며 "지금 제가 이해하는 의미는 자기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인지적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어린이는 어른들보다 훨씬 생생한 영적 경험을 하고 있으며 영적 경험의 감각도 살아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더구나 어린이에게 영성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이미 죽음과 삶, 외로움과 같은 인간의 실존의 의미를 자기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부연했다.
최 목사에 따르면 교회의 예전과 창조세계 돌봄의 실천 사례로는 교회에서 사순절 기간 십자가를 지신 예수와 함께 걷는 것을 감각하기 위해 매일 꽂을 수 있도록 종이박스를 자르고 색연필로 칠해서 사순절 경로를 만드는 일이 있었고 욕망을 제어하는 교육을 통해 창조 세계를 돌보는 습관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어 연세대 김정형 교수(신과대학 부학장)는 "욥기에서는 오직 하나님께서 바다의 경계를 정하고 있고 선포하고 있지만 오늘날 기후 변화의 현실은 바다의 경계를 정하는 일에 인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구생태계 내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인간의 책임 또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교회는 '무한정한 경제 성장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야 하고 인간이 다른 모든 피조물을 위해 군림하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피조물들과 더불어 인간 역시 단지 하나의 구성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그러한 세계를 사람들이 꿈꾸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태도를 경계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여전히 우리 인간은 많은 생물종 가운데 단지 하나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님, 인간, 자연 사이의 위계적 질서에 대한 이해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피조물의 하나로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은 인간중심주의 세계관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며 "하나님, 인간, 자연 세계는 계속적 창조의 역동적 전개 과정에서 고유한, 그러면서도 수시로 변화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기후 재앙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는 구약 시대 이스라엘과 유다 멸망을 경고한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과거 구약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평안하다, 평안하다" 외치는 거짓 예언자들이 도처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불편한 진실'을 덮고 있다"며 "그때와 같이 지금도 참 예언자들은 환영받지 못하고 핍박을 받으며 오히려 거짓 예언자들이 백성을 기만하며 재앙을 재촉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것을 더 크게 울림으로써 이 시대의 예언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