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이정배 교수 ⓒ베리타스 DB |
지난 4일 있었던 ‘WCC 공동선언문’에 대한 에큐메니칼 신학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한 이 교수는 특히 WCC가 발표한 공식문서 중 ‘종교적 다원성과 기독교의 자기이해’(2004년)를 들어 WCC가 "본 문서는 이웃종교와의 대화가 정작 ‘복음’ 그 자체에 속한 것이며 동시에 기독교적 선교의 요체인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면서 "오히려 이웃종교인들과 관계할수록 기독교적 정체성이 더욱 완전하고 풍부해진다는 말도 덧붙일 정도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타자들에 대한 예수의 개방성은 당시 기준으로 허용될 수 없는 자들, 즉 로마인, 사마리아인, 창기 등에까지 이르렀고 그리고 마태가 전한 예수의 족보 속에 이런 타자들이 공공연하게 언급된 정황에서 기독교는 자기 동일성을 넘어 타자성의 철학 곧 이웃종교인에게로 구원을 확장시킬 수 있어야 옳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WCC 공식 문건들이 "각 종교들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기독교가 그들과도 얼마나 다른가를 여실하게 드러내고자 했다"며 "본 문서들이 시종일관 삼위일체 신론, 우주적 기독론, 그리고 성령론의 시각 하에서 이웃종교를 바라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로써 아시아 지역 등에서 일어나는 종교 혼합주의 현상과는 결별을 의도할 수 있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WCC 이웃종교관의 한계도 짚었다. 이 교수는 "WCC의 이웃종교관은 현실 교회와는 달리 배타주의를 벗긴 했으되 이렇듯 충분히 다원적 색조를 지녔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WCC 공식입장은 그리스도의 구원 능력을 제한할 수 없다는 산 안토니오 선언 이후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고 확인했다. 덧붙여, "이웃종교는 ‘이해를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을 위해 필요한 도구이자 자료일 뿐 한 순간도 온전히 타자로서 인정된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WCC 입장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다양성 신학’을 제시했다. 먼저 "다양성(Multiplicity)은 소위 종교다원주의에서 말해온 다원성(Plurality)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후자가 탈현대적 징조 속에서 각각의 분리된 개체들 간의 차이(다름)을 강조했다면 전자는 오히려 그들의 관계 맺음, 함께하는 결속에 무게중심을 둔 개념"이라고 전제한 이 교수는 ‘다양성 신학’은 "삼위일체론을 전혀 다른 시각, 즉 전통적 기독교를 넘어선 차원에서 재구성했다"면서 "무엇보다 하나님의 일자(一者)적 속성을 제거하는 중에 부정신학의 언표 방식을 빌려온 것이 그 한 특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