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김경재 교수, “여해의 ‘사이와 너머’를 오해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주최 여해에큐메니칼 포럼서 발제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가 故 강원용 목사의 ‘사이와 너머’(Between and Beyond)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 풍부한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열린 여해에큐메니칼 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강원용 목사와 에큐메니칼 운동: 여해의 에큐메니칼 사상과 활동, 그리고 한국에서의 실천’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자신이 강 목사의 ‘사이와 너머’를 그동안 오해를 해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 교수는 그간 강 목사의 ‘사이와 너머’를 두 가치 혹은 두 이념의 대립으로 점철되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 정도로만 여겨 왔다고 했다. 즉, 좌도 우도 아닌, 이편도 저편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것으로서의 ‘사이와 너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해 탓에 김 교수는 한 때 "왜 강 목사님이 뚜렷하게 제3의 길 혹은 대안을 내놓지는 않으실까"하는 불만도 품었음을 밝혔으며, "이제야 돌아보건대 강 목사님은 제3의 길을 제시하신 게 아닌 것 같았다. 제3의 길을 대안으로 내놓는 순간 그것이 또 절대화 되고, 이데올로기화 되어서 폭력 집단화 될 것임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가 18일 오후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열린 여해에큐메니칼 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김 교수는 이어 강 목사의 ‘사이와 너머’의 진의는 "이편과 저편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조금씩 발전해 나가려는 자세에서 발견된다"며 강 목사가 중간집단을 육성하고, 평신도 리더십을 강화한 것이 모두 이런 맥락에서 기인한 것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강 목사의 에큐메니칼 운동 활약상도 짚었다. 김 교수는 "강 목사가 WCC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사회가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에 놓인 채로 공업화와 산업화를 최첨단 속도로 강행해가던 시대였다"며 "그가 에큐메니칼 무대에서 보고 듣고 참여하고 확신했던 교회 및 열린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그대로 소개하고 실천하기란 불가능한 시대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가장 첨예한 냉전 구도의 잔재가 남아서 정치 이념적으로 경직된 사회요, 신학적으로는 보수적 기독교계요, 닫힌 종교 사회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그는 그러한 현실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적응하면서, 사회와 기독교계와 종교계를 보다 인간화된 사회로 변혁해가고자 하는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웠던 인물이라 평가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김 교수는 강 목사 사상의 밑바탕이 된 인물들로 장공 김재준, 폴 틸리히, 라인홀드 니버 등을 들었으며 강 목사가 어느 사상에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각각의 장점을 살렸음을 확인했다. 특히 강원용 목사의 사회윤리적 관점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영원한 복음과 인간 상황을 상관관계 속에서 파악하되, 라인홀드 니버의 ‘크리스천 리얼리즘’의 사회윤리적 입장에서 ‘사이·너머’(Between and Beyond)를 추구하려고 했던,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개척하는 모험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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