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감성’을 찾는 사람들…‘예술신학’ 화해 역할해”

‘예술신학’ 감신대 심광섭 교수를 만나다(하)

▲‘예술신학’ 심광섭 감신대 교수가 ‘감성’에 깊이 빠져든 것은 현대신학의 아버지 슐라이어마허의 영향 때문이었다. ⓒ베리타스

‘예술신학’ 심광섭 감신대 교수가 ‘감성’에 깊이 빠져든 것은 슐라이어마허의 영향 때문이었다. 슐라이어마허는 분명 ‘의식’이나 ‘관념’의 신학이 아닌,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깊이 그 뿌리를 내리기 원했던 ‘삶’의 신학자였다. 
 
심 교수는 "그가 강조한 감각은 개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경험을 말하는 것"이라며 "경험의 세계로 들어오면 그게 일상적인 삶과 친숙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신앙의 경험을 얘기하다 보니 죽은 신앙, 관념화된 신앙, 교리화된 신앙이 아니라 생동적인 신앙, 살아있는 신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 사람이 살아있는 신앙을 하게끔 이끌어 주는 데 있어 "우리의 감각적인 것들이 중요"함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육체적인 감각 기관에 더해 ‘영적인 감각’이 엄연히 있음을 또 우리에 앞선 신앙의 전통에 이런 흐름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덧붙였다. 심 교수는 특히 사도 바울이 "우리의 겉사람은 날로 후패하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다"고 한 점에 대해 "육체적인 것은 노화되어도 영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다름 아닌 영적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영적 감각이 새로워지고 각성될 때 우리의 영이 꿈을 꾸고, 환상을 보게 되는 것이고 때로는 보이는 세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와 교류하고 교통하게 되는 것"이라며 유대교 신앙을 가졌던 샤갈의 그림이 이런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샤갈의 그림을 보면 사물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등 비현실적이고도, 환상적이면서 동화적인 표현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그를 초현실주의자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심 교수는 "깊은 유대교 신앙을 지닌 샤갈은 영적 감각이 펼쳐 놓은 그 신비한 영적 세계를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샤갈은 초현실의 세계를 현실처럼 살고 있는 것인데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초현실이 아닌가. 초현실을 마치 현실처럼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예술이야말로 상처 받은 인간 영혼들이 찾는 ‘감성’의 공감대 역할을 해내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그런 의미에서 ‘예술신학’이 층층켜켜 분열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 영혼들에게 사회 통합적 영성, 치유의 영성을 제시해 주고 있음을 역설했다. ⓒ베리타스
‘감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신학’이 교회 및 사회적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교회적 차원에서는 예술과 신학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풍성해진다"고 심 교수는 답했다. 그는 "예술을 하는 사람을 신학을 위한 작품, 수단, 도구로 종속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파트너쉽으로 풍성하게 가는 쪽으로 간다면 서로 성숙해 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 차원에서는 요즘 ‘감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실타래를 풀어갔다. 심 교수는 "우리사회가 층층켜켜 갈등과 대립으로 상처입고, 고통받고 있는데 사람들이 서로를 갈등하게 하는 관념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감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갈등의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픈 인간 심성이 다름아닌 ‘감성’ 찾기로 이어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슐라이어마허가 ‘감성’과 더불어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심 교수는 이어 "우리사회가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감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보다 더 열려지고 넓은 공감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결국 사회의 전체적인 치유가, 화해의 과정이 이뤄질 때 그 공감대가 확산이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 감정 이런 것들이 오늘날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술이야말로 이런 공감대를 확산하는 매개물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더 나아가 갈등에 의해 상처 받은 영혼들에게 "(예술은)감성의 순환을 가져오고, 교류를 가능케 하여 치유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렇듯 심광섭 교수의 ‘예술신학’은 분열된 한국사회 속 상처 받은 교회 안팎의 영혼들에게 사회 통합적 영성을, 치유의 영성을 계발해 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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