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목원대 교수(아시아기독교사학회 회장) ⓒ베리타스 DB |
김 교수는 먼저 한국교회가 WCC의 여러 활동 중 생활과 사업(Life and Work) 영역에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며, "이번 총회에서 이 유대가 더욱 강화됐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이 경험을 세계교회에 전해 줄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한국교회는 필리핀교회, 대만장로교회와 함께 아시아에서 교회와 국가 관계를 선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WCC 부산총회 유치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세계 기독교의 근현대 역사를 학습할 수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총회는 왜 서구교회들이 상이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생활과 사업) 함께 예배하는(신앙과 직제) 것을 중시하는지를 한국교회에 보여주었으며, 세계교회들과 협력하지 않고는 세계 선교에 나서기 어렵고 세계 기독교로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산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종교개혁의 전통에 기반을 둔 세계 프로테스탄트 운동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또 세계교회들로부터 환영받게 된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힘과 왕성한 활동력, 선교 역량도 주목받았는데 이는 한국의 기독교가 한국 속의 기독교를 넘어서서 세계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이 능력은 한국 기독교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을 지닌 기독교의 역사에 당당하게 합류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했다.
부산총회로 인해 한국교회가 입은 손실도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병폐인 교회분열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점이 그것"이라며 "사분오열을 거듭한 한국교회는 어느 나라의 교회보다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필요로 하나 오히려 교회의 분열상이 더 드러났다"고 지탄했다.
그는 이어 WCC 반대 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WCC의 생활과 사업 운동을 용공으로, 신앙과 직제 활동이나 종교 간 협력을 종교다원주의나 종교혼합주의로 몰아부쳤다"며 "이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교회 일각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와 더불어 세계교회가 한국의 종교문화 전통을 무시하거나 경시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는 한국 개신교를 향해 "다른 종교의 이해에 대한 심각한 지체현상을 낳고 있다. WCC의 진보적인 선교 활동을 용공으로 보는 것도 보수교회들의 냉전시대 신학적 지체 현상의 산물"이라고 했으며, 이어 세계교회를 향해선 "WCC 총회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중심지 한국에서 열린 것은 한국교회로서는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그러나 WCC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나 세계교회들은 이 점을 다소 간과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