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돈 한신대 교수(기독교사회윤리) ⓒ베리타스 DB |
강 교수는 먼저 이 문서의 의의에 대해 "지구화 시대에 점점 더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 가난과 부와 생태계 보전의 문제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불가분리적 관계에 있다고 파악하고 총체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문서가 "가난과 부와 생태계 위기의 연관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설명체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는 것"에서 아쉬움을 전했다.
해당 문서는 크게 △생명을 살리는 일에 대한 신학적이고 영적인 이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위기의 긴급성과 상호간의 밀접한 연관관계에 대한 인식 △정의의 원천들에 대한 확인 △헌신과 행동의 촉구 등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서는 특히 오늘의 생태학적 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위기가 "풍요로운 생명을 보장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을 알리며, 이러한 사태가 인간의 욕망을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의 핵심으로 보는 자기기만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는 "우리의 탐욕과 자기중심성이 민중과 지구를 위협한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이 문서가 갖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경제 신학적 비전에 대해 "간략하기는 하지만 짜임새 있게 제시되었다"면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사람들 사이의 관계, 사람들과 피조물 전체의 관계를 생명의 연결망으로 보는 이 문서의 통찰은 에큐메니칼 생명신학이 도달할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문서가 정의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분화시키면서 그것이 관계 개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의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물이 바른 관계에 있음을 가리킨다"며 "이러한 바른 관계들 속에서 생명이 누리는 충만한 상태가 곧 평화"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문서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마치며 문서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한국 교회가 더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논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사회와 교회는 보다 정의롭고, 보다 민주주의적이고, 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매우 엄중하고 다양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대, 생태계의 안정과 건강성의 회복"이라고 꼽았다.
먼저 경제 민주화 문제와 관련해 강 교수는 "우리사회에서는 대자본과 중소자본의 억압적이고 수탈적인 갑을관계를 바로 잡는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본래적 의미의 경제민주화가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모순에서 비롯되는 자본과 노동의 경사진 권력관계를 역동적인 제도적 균형관계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갑을관계를 청산하는 데 필요한 법제가 공정거래법이나 이것만 갖고선 "잔본주의의 틀에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사회세력들의 관계를 규율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제도적으로 대등한 권력을 갖춘 사회세력들 사이의 대립과 협력이 보장될 때 비로소 시장경제에서 더 많은 정의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산별교섭제도를 제도화하고, 노동과 자본의 공동결정을 법제화하고, 작업장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정교하게 설계해 내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가동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진적인 사회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나라들에서 실험되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의 확대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사회가 "급진적인 복지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선진적인 시민사회와 교회에서는 경제의 지구화 조건에 부응하게끔 "유연한 시민권 인정에 근거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한다"며 "지구적 시민권과 기본소득 보장은 지구화 시대에 문명의 과제가 된 것 같다. 나는 유연한 시민권 인정에 바탕을 둔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한국교회의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생태계의 안정과 건강성에 관한 한 "사회적 가난과 생태계 위기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고, 사회적 가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생태계와 경제계의 에너지-물질 교환 관계를 극도로 교란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인류는 만물이 서로 바른 관계를 맺는 가운데 생명의 충만함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