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볼 때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트랜센던스>

▲윌 캐스터(조니 뎁분)는 인류가 집적해온 지성을 간단히 뛰어 넘는 인공지능(트랜센던스)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영화 <트랜센던스> 스틸컷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 <인썸니아> 등 일련의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배트맨 리부트> 3부작은 사실 그의 실험정신과 헐리웃의 자본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3부작 속에 스민 사회 철학적 메시지는 전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의 실험정신은 <인셉션>에서 정점을 찍었다. 꿈, 그리고 여기에 잠재된 인간 존재의 무의식을 파고든 시도는 언제 다시 보아도 새롭다.
 
그는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 이후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의 실험정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013년작 <맨 오브 스틸>이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인 ‘수퍼맨’ 캐릭터에 특유의 음울한 감정을 이식하려는 시도였다면 이번에 나온 신작 <트랜센던스>는 인류의 과학적 성취를 소재로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먼저 출연진을 살펴 보자. 타이틀롤인 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 역은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친숙한 조니 뎁이 맡았다. 윌의 동료 과학자 맥스 역은 폴 베타니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조니 뎁은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구축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 없이 뽐낸다. 폴 베타니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여기에 모건 프리맨(배트맨 리부트), 킬리언 머피(배트맨 리부트, 인셉션), 레베카 홀(프레스티지) 등 놀란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이 감초처럼 등장한다. 특히 에블린 역을 맡은 레베카 홀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그녀는 거의 매장면 얼굴을 내비치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프레스티지>로 데뷔해 <프로스트 vs 닉슨>, <타운>, <아이언맨 3>편에 출연하며 다진 연기력이 이 작품을 통해 만개하는 느낌이다. 
 
▲윌 캐스터의 뇌가 업로드 된 슈퍼 컴퓨터. ⓒ영화 <트랜센던스> 스틸컷

앞서 이 영화가 실험적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인간의 뇌를 수퍼컴퓨터에 업로드 한다든가, 기술진보를 막기 위해 극렬분자가 준동하고, 나노 기술로 손상된 인체를 복원시킨다는 식의 이야기 구성요소들은 SF영화나 소설에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 들이다. 
 
좀 더 파고들어가보자. 윌 캐스터는 인류가 집적해온 지성을 간단히 뛰어 넘는 인공지능(트랜센던스)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반(反) 과학단체 'RIFT'로부터 피격 당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이러자 그의 아내 에블린은 그의 뇌를 수퍼컴퓨터에 업로드 하기로 한다. 육신은 없어지지만 뇌를 업로드하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목은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SF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니오에게 남긴 대사, 즉 "무엇이 현실이지? 현실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지? 만약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고, 보는 것들이 현실이라면 현실은 그저 뇌에서 해석해 받아들인 전기신호에 불과해"라는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과학은 가치중립적 
 
실험적이라 할 만한 대목은 이야기의 결말이다. 수퍼컴퓨터에 업로드 된 윌은 인터넷과 접속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갖게 된다. 특히 나노 기술을 개발해 손상된 인체나 개발로 훼손된 자연의 복원을 가능케 한다. 그는 나노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급기야 자신의 육체마저 복원시키는데 성공한다. 
 
▲조셉 태거와 동료 맥스, FBI뷰캐넌 요원은 윌의 모습을 보고 위험을 느껴 파괴하려고 한다. ⓒ영화 <트랜센던스> 스틸컷

그의 스승인 조셉 태거와 동료 맥스, FBI뷰캐넌 요원은 이런 윌의 모습을 보고 위험을 느껴 파괴하려고 한다. 윌은 이에 맞서 이 같은 시도를 무력화하려 한다. 양쪽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 바로 이 순간 에블린이 스스로 희생하기로 결심하면서 파국은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영화의 결말은 결국 기술은 가치중립적일 수밖에 없으며 어떻게 사용하기에 따라 축복일수도, 역으로 재앙일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놀란 감독의 전작들은 예외 없이 호흡이 빠르고 시간의 흐름이 요동쳤다. 이에 비해 <트랜센던스>의 호흡은 느긋하며 가장 극적인 대목에서도 극적인 맛이 덜하다. 그래서 전작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다소 낯설고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실험정신은 곳곳에서 빛난다. 단지 지루하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건 무척 곤란하다. 특히 인공지능이 육신을 입고 2차원의 세계에 들어왔으며, 인공지능이 어디로 튈지 몰라 결국 한 인간을 희생시킨다는 설정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볼 때 벌어질 일을 성서의 모티프를 빌어와 경고하고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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