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에세이] 북한과 미국의 영상물 갈등

<더 인터뷰>의 김정은 희화 논란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미국과 북한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쟁점 현안인 핵 때문이 아니다. <더 인터뷰>(“The Interview”)라는 영화 때문이다. <스파이더 맨>, <혹성탈출> 등으로 잘 알려진 도니 프랑코와 그의 절친인 세스 로건이 주연한 이 영화는 미국 TV방송의 앵커와 프로듀서가 미 중앙정보부(CIA)의 지령을 받아 북한 김정은의 암살을 기도한다는 이야기다. 
오는 10월 미국에서 개봉 예정인 이 영화의 예고편과 포스터가 최근 공개됐다. 영화의 포스터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방불케 한다. 한글로 ‘이 무식한 미국놈들을 믿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카피는 무척 인상적이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김정은은 실제 인물보다 훨씬 나이 들고, 시가를 피우며 위엄을 잡는다. CIA가 북한에 잠입하려는 프로듀서와 앵커에게 내리는 지령은 우스꽝스럽다. 예고편만 보고 영화 전체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김정은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사실 북한은 헐리웃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다이앤 레인,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머더 1600>은 미 부통령이 북한에 대해 미온적인 대통령을 밀어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한편 007 시리즈 <다이 언아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는 북한에서 첩보활동을 펼치다 붙잡혀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에서 CIA 공작원 에블린 솔트는 제임스 본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붙잡혀 눈이 퉁퉁 붓도록 고문을 당한다. 또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빅 피쉬>에서 에드워드 블룸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북한 진영을 휘젓고 다닌다. 이외에도 테러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엔 북한의 이름이 늘 오르내린다.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최근 들어 북한의 존재는 더욱 위압적으로 묘사됐다. 아론 애크하트,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맨 주연의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북한군 특수요원들은 백악관을 점령한 뒤 대통령 이하 미 정부 고위 각료들을 볼모로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이때 북한군 요원들은 19세기 이후 그 어느 나라 군대도 해내지 못했던 백악관 점령을 불과 13분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미군 특수요원들을 미국제 신무기로 간단하게 제압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영화 <더 인터뷰>에서 북한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사뭇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나 가뜩이나 냉랭한 북-미 관계에 이 영화로 인해 더욱 큰 앙금이 생기는 양상이다. 북한 당국이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예고편 공개는 노골적 테러행위이자 전쟁행위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 행정부가 영화 상영을 묵인하거나 감싼다면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상물 놓고 북-미간 반응 대조적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사실 영상물을 놓고 벌이는 북한과 미국의 알력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해 2월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선전 동영상을 게시한 적이 있었다. 북한의 사진가가 꿈속에서 ‘광명성 21호’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이었다. 그런데 이 영상엔 미국의 대도시가 불타는, 북한식 선전용어로 말하면, 미국이 불바다가 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더 인터뷰>는 북한의 선전 영상에 대한 헐리웃의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의 시각에서 ‘최고존엄’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데 대해 불쾌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외무성 대변인까지 나서 ‘단호한 대응’ 운운하는 반응을 보이는 건 지나치다. 앞서 미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적인 동영상에 대해 “이를 봤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를 언급함으로써 중요한 것으로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비한다면 북한의 반응은 신경질적으로까지 비친다. 
이 영화가 향후 미국, 그리고 한국에 개봉될지, 그리고 개봉된다면 북-미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거친 표현으로 외교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일은 금물이다.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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