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연구의 권위자 래리 웰번 뉴욕 포덤대학 신약학 교수가 4일 저녁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소장 양권석 신부)는 4일(금) 저녁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래리 웰번 뉴욕 포덤대학 신약학 교수를 초빙해 <“평등해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의 경제학, 바울의 급진주의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래리 웰번 교수는 먼저 “평등 개념의 이해는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빈부격차가 커짐에 따라 불평등이 심화됐고, 이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윤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바울의 평등론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에 따르면 바울이 전도여행을 하던 당시 그리스, 로마 세계는 비례적(proportional) 평등을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의 영향으로 사회적 관계가 비대칭적으로 형성돼 있었다고 한다. 즉, 시혜를 베푸는 후원자와 시혜를 받아들이는 수혜자의 관계라는 의미다.
그는 사도 바울이 이런 비대칭적 구조를 전복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도 바울은 로마 식민 지배를 받으며 빈곤에 처한 예루살렘 사람들을 그리스, 로마 세계의 일부였던 고린도 사람들보다 영적 우위에 놓았다. 이럼으로써 물질적으로 부유했던 고린도 사람들이 평등을 회복하고자 예루살렘에 특별한 선물을 주도록 했다. 이는 풍요로운 소수가 부의 재분배를 통해 빈자들과 평등을 이루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도 바울은 다른 사회적 계급끼리의 부의 재분배를 시도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철학에서 평등을 사회적 관계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사도 바울의 평등론은 급진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강연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사도 바울의 평등론이 급진적이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예수 보다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사상이 성경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웰번 교수는 “사도 바울과 예수 그리스도의 생각은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그러나 바울에게 그 일은 ‘메시아적 이벤트’였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 예수와 바울 사이엔 일정한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