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서울대 명예교수(좌)가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이인기 기자 |
연세대 신과대학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전현식 교수)는 14일(월) 오후 신과대학 4층 교수회의실에서 제183회 공개학술강좌를 개최했다. 부소장인 손호현 교수의 사회로 김기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 소장이 교회건축의 일반적인 미학과 신학을 다룬 “교회건축의 이해”를 발표했고, 이어서 질의 및 토의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는 교회를 건축할 때 교회가 건축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며, 교회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는 지리적, 문화적 특수성을 갖기 때문에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라도 교회가 위치할 지역사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사회와 소통할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교회가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라”(빌2:3-4)는 목회적 명령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교회 건축에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영성이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교회건축에서는 건물의 규모, 향방, 건물에의 접근성, 저층부분 설계, 건물의 용도 설계 등에 초점을 두는데, 이렇게 해서 교회건물 자체의 효율적 가치는 높일 수 있을지언정 지역사회와의 소통 가능성을 높이지는 못한다. 건물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건축은 결국 효율적 가치를 신봉하는 세속적인 태도와 다르지 않으므로 이는 신학이 상실된 교회의 세속화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태도는 빌립보서의 명령대로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서 공공의 유익을 위한 공간을 교회가 지역사회에 할양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각각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서 종로5가 소재 Y교회와 서초동 소재 S교회를 거론했다. Y교회는 본당을 개조해서 음악회 등을 개최하기에 적절하도록 좌석 배치나 음향을 조정했고, 수요일날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 사역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도로변으로 유리벽을 세워 식당을 개방형 공간으로 꾸몄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교회의 뜰을 일반 보행자들에게 개방하여 수시로 쉴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반면에 S교회는 주거지역 용적률로서는 법정 최고한도인 400%를 거의 다 교회건물 자체를 구성하는 데 사용했다. 일주일 중 단 몇 시간을 쓰기 위해 건물의 효율적 가치를 극대화시킨 건축 방식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 공간을 최소화하게 된다. 교회를 구성하는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위치한 공터는 지역주민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 통로의 인상을 줄 뿐이다. 교회건축의 공공성을 구현하려면 용적률을 300% 정도로 낮추고 100%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 공간과 편의시설에 할양했어야 했다. 김 교수는 그러한 섬김의 영성이 지역주민에 대한 장기적인 선교의 결실을 거두게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