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교회, 통일운동 망친데 크게 회개해야”

이만열 명예교수, 혜암신학연구소 공개강연회에서 지적

▲혜암신학연구소 제3회 공개강연회에서 이만열 교수가 총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혜암신학연구소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혜암신학연구소 제3회 공개강연회에서 한국교회가 통일운동을 저해한데 대해 회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지난 6월15일(월)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반도 분단 70년과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공개강연회에서 “이승만, 이명박, 이 두 명의 장로 대통령이 한국교회 통일운동을 망쳐놓았다. 이 점에 대해 한국교회는 크게 회개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명예교수는 “통일운동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1972년 10월 유신 등에 맞서 한국교회가 전개한 인권-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보수 교회를 제외하고, 한국교회만큼 인권-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단체는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당시 군사정권은 통일운동을 탄압하면서 안보 논리를 내세웠다. 즉 ‘북한이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고 있는데 서구 민주주의 사회처럼 모든 자유를 다 누릴 수 있느냐?’는 논리였고, 이런 논리는 쉽게 먹혀들었다. 이에 한국교회의 인권-민주화 운동가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고민 끝에 분단 체제를 타파하지 않고선 안보논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1980년대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우리 사회 통일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제까지 ‘통일’과 ‘민족’ 같은 의제는 남북 지도부만이 다루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이를 국민에게 안겨준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끝으로 “2008년 정권교체 이후 한국교회와 비정부기구(NGO)의 대북지원은 막혔다. 천안함 사태 이후 5.24조치가 취해졌고 이로 인해 교회조차 북한에 가지 못한다”면서 이승만·이명박, 두 장로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다. 
아래는 이 명예교수의 발언 전문이다.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인권-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됐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72년 유신 등에서 보수교회를 제외하고, 한국교회만큼 인권·민주화에 앞장선 단체는 없었다. 이로 인해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 희생 덕분에 지금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됐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은 무임승차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임승차하려고만 해 안타깝다. 
군사정권은 인권·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면서 안보논리를 내세웠다. 즉, 북한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서구처럼 모든 자유를 다 누릴 수 있느냐? 그렇게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이런 논리는 한국 사회는 물론, 성도들에게도 먹혀 들어갔다. 한국교회의 인권·민주화 운동하는 분들은 고민할 수밖엔 없었다. 고민 끝에 안보 논리의 근거가 분단에 있음을 깨달았다. 분단을 깨지 않고서는 안보논리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에 고 장준하 선생, 문익환 목사 등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분단을 타파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1982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독일 기독교연합회(EKD), 미국 NCC 등의 지원을 받아 통일문제연구원 운영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3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1985년 일본 도잔소 결의로 한국교회는 힘을 얻게 됐다. 이 결의는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 교회의 책임이다. 세계교회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1988년 2월29일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 마련됐다. NCCK 통일선언이라고도 하는데, 논리적이기도 했고, 기독교적 정신을 살리며 나온 선언이었다. 이 문서는 굉장한 역할을 했다. 이 통일선언은 정부 수준에서 이뤄져 1988년 노태우 정권이 발표한 ‘7.7선언’의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북문제에 관한 한, 노 전 대통령은 많은 물꼬를 텄다. 북방정책을 통해 중국 및 구소련과 국교를 맺었다. 당시 우리 정부의 계산은 우리가 중-소와 국교를 맺고 북한이 미-일과 관계를 맺으면 동북아 정세가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과 미-일의 관계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못한 게 아니라 (미일) 양쪽에서 막았고, 이는 현재의 핵 문제로 발전했다.   
1980년대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한국사회의 통일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제까지 통일-민족 문제는 남북한 수뇌부에서 다루는 것으로 여겼는데,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은) 민중과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준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85년 전후로 통일 관련 문서가 많이 나오고 비정부기구(NGO)가 대거 출현했다. 1990년대 들어 NCCK가 중심이 돼 보수교단과 협력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북한교회를 돕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남북 나눔운동은 한국교회 진보-보수 진영이 손잡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한국교회가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눠진 계기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의 삼선개헌이었다. 한국교회가 국내정치 문제로 진영이 나뉘어졌는데, 북한을 돕는 일에 양 진영이 손잡은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정권교체 이후 한국교회와 NGO의 대북지원은 막혔다.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가 취해졌고 이로 인해 교회조차 북한에 가지 못한다. 한국교회는 두 명의 장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그 두 사람이 통일운동을 망쳐놓았다. 이 점에서 한국교회는 크게 회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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